손연재, 최순실게이트에 '최종발목'

리듬체조 손연재 21일쯤 은퇴선언 예정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손연재/손연재 페이스북

손연재(23)가 사각 매트를 떠난다. 리듬체조 수구를 잡은 지 19년만이다. 손연재 오는 21일쯤 은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연재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개척자였다. 손연재는 피겨 김연아, 수영 박태환과 함께 이른 바 비인기 종목 3총사였다. 

손연재는 숙원이던 올림픽 메달은 결국 따지 못했다. 런던올림픽은 5위, 리우올림픽은 4위였다. 손연재가 동시대 비슷한 처지에서 활약한 김연아, 박태환에 비해 국제대회, 특히 올림픽에서의 성과에서 한발 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연재가 걸어온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 그 자체였다. 비인기 종목 리듬체조를 대중에 심고 후배들에게 용기와 활기를 불어넣은 주역이었다. 

손연재는 차라리 20년 전 외환위기 속에서 메이저대회 우승깃발을 꼽으며 불모지였던 한국 여자골프에 영감을 불어넣은 박세리에 견주는 것이 적합할 지 모른다. 리듬체조는 한국인 체형에 맞춘 스포츠가 아니라는 비아냥스런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무슨 여자 골프냐는 20년 전 보편적인 인식과 다를 바 없었다.  

요정 손연재의 발목을 마지막으로 잡은 것은 '최순실 게이트'였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차은택이 주도한 '늘품 체조' 시연회에 손연재가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요정은 졸지에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손연재는 "체조 선수로 선의를 갖고 시연회에 나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충격파는 쉽사리 사그라 들지 않았다. '손연재가 늘품체조 시연 대가로 특혜를 받았다'는 식의 근거 없는 비난이 계속됐다. 

손연재로서는 리듬체조 연마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6년간 손연재가 한국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1년 정도였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러시아에서 매일 8~9시간 매트에서 구르고 넘어졌다. 

매년 재활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크고 작은 부상에도 시달렸다. 손연재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을 해왔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리우올림픽 대회는 "죽기 살기로 준비했다"고 했다. 손연재는 그간 주변에 "너무 힘들었다"는 심정을 종종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힘겨움 속에서 '국정농단' 불똥마저 겹친 손연재의 심정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손연재는 21일 마감되는 2017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 이유를 밝히는 자리에서 은퇴를 알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연재는 선수 은퇴 이후엔 리듬체조 지도자로서 살아갈 계획이다.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손연재에게 초빙 코치 제의가 왔으며, 현재 코치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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