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코리아 이봉진,천호식품 김영식..자수성가 기업인들의 자승자박

강민주 기자 승인 의견 1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시국과 관련해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루는 기업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촛불민심'은 이에 맞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에서 비난 댓글달기와 관련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응징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은 최근 '좌파의 최면에 미처 날뛰고 있다'는 보수단체 동영상과 소감글을 자신의 카페에 올렸다가 천호식품 불매운동까지 자초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 이봉진(56) 사장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이봉진 사장의 발언 논란은 한 트위터 사용자(@hyun***)가 지난 21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비롯됐다. 

"자라코리아 이봉진 사장이 특강 왔는데 '여러분이 시위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명은 뭔가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했음. 시위 참여한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건가?? 우리 미래를 바꾸려고 우리가 시위에 참여하는 건데.",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된 것, 정치가 여러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여러분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봉진 사장이 "어떤 상황이나 위치에서도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리지 마세요"라며 이같은 말을 강연에서 한 것으로 전해지자 SNS상에는 금새 반격이 쏟아졌다.

"소위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느냐?","꼭 이렇게 이기적이어야 자라 사장될 수 있는 것이냐?" 등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100만 촛불 민심을 왜곡하고 사태의 본질을 흐려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만 비호하는 결과가 됐다는 요지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봉진 사장은 해명글을 썼는데, 이 글이 다시 공개되면서 파장은 되레 커졌다. 

이봉진 사장의 강연 내용을 처음 공개한 트위터 사용자는 22일 오전 1시께 이봉진 사장이 직접 트위터 쪽지 글을 보내왔다면서 그 전문을 공개했다.  

이 트위터 사용자에 따르면 이봉진 사장은 "오해나 의혹이 있으시다면, 제게 언제든 연락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지금 올리신 글처럼, 제가 마치 집회 참여하는 것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저 역시 지금의 저 정치 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이며 이번 같은 일이 반드시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밝혀져야 하며, 정의가 바로 잡혀야 하며 이를 위한 집회나 국민운동은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잡히기 위해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그러나, 우리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직장인은 본인의 일을, 회사는 자신의 사업을, 그리고 학생은 자기 자신의 공부에 최선을 다해 주어야 하며, 그래야만이, 각자의 미래를 더 나아지게 바꾸어 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저는 집회에 참여한 분들이 백만 명이지만, 나머지 4900만 명은 같은 시간대에 각자의 사정에 따라서 또는 취향에 따라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공부를 하고 있거나 놀러가거나 잠을 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어떤 위치에서도 감정이나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말고, 각자 자기가 맡은 본업을 잘 유지해주어야만 하며, 학생은 자기의 본업인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잊지 말고 다시 강조하여 드렸던 것이 제 취지입니다.

제 표현 방식과 단어의 사용이 적절치 않거나 그런 표현들로 인해서, 여전히 제 의도와 취지에 대해서 오해나 의혹이 있으시다면, 제게 언제든 연락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해명글에 대해 네티즌들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의가 바로 잡혀야 한다면서 각자 자기 일만 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해괴한 논리냐?", "촛불집회에 나간 사람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 본업도 유지하지 못한 사람이란 말이냐?" 등등의 글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자라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불과 몇일 전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과 똑같은 케이스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

김영식 회장은 보수단체인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부추연)'가 만든 촛불집회 비난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에 동조하는 소감글을 게재했고, 지난 주말 이후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김영식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는 '촛불집회 비난한 천호식품 불매운동 동참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2일 오후까지 4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청원에 동참했다. 

한편 이봉진 사장은 지난 5월 23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봉진 사장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81학번으로 1986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공채 입사해 1996년 한국까르푸에서 11년간 몸담으며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SPA브랜드인 '자라'의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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