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정성구 기자] 로맨틱 판타지 뮤지컬 '내 남자 친구에게'는 인터넷 소설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등으로 10~20대들의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특히나 '내 남자 친구에게'는 귀여니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 집필한 작품으로 인터넷 상에서 3500만 이상의 조회수, 3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온오프라인에서 큰 돌풍을 일으킨 귀여니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내 남자 친구에게'는 이번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8월 5일 초연 공연을 시작해 9월 11일까지 객석점유율 91%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순전히 관객들의 요청에 의해 성사된 앵콜 공연의 성격이 짙다.
'내 남자 친구에게'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3년째 연예 중인 '은형'과 '강순'.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점점 한심스럽게 변해가는 은형을 보며 강순은 점점 권태기를 느끼게 되고, 결국 강순의 이별통보로 두 사람은 3년 간의 연인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강순은 은형과 결별 후 킹카 승현을 만났지만, 불치병에 걸린 은형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다.
한 마디로 '18세 청춘의 우리 내 이야기'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판타지 뮤지컬이긴 하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는 크게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남자친구에게' 뮤지컬을 '스토리', '캐스팅', '음악'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스토리' 분석이다. 이 작품은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극 중 은형과 강순, 그리고 승현 사이의 삼각 러브라인, 여기에 승현을 짝사랑하는 보람의 역까지.
학창 시절 삼각 러브라인은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해 봤을만 하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나의 절친인 또는 같은 반 친구였던 누군가가 좋아해 싸우기도 하고 결국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또한 친구의 남자친구를 마음에 품고 있다 둘 사이가 소원해진 후 호재를 부르며 대쉬라는 일도 다반사다.
'내 남자 친구에게'의 스토리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중 은형과 강순이 어떠한 계기로 연인 관계를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승현이라는 제 3의 캐릭터의 등장으로 인해 은형과 강순의 관계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아마도 강순은 무대포 사랑을 표현하는 은형에게 조금은 지쳤을 수도 있고, 그 사이 꽃미남 외모와 순수함을 지닌 승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3년 간 사랑했던 감정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강순 역시 은형과의 추억이 문득문득 떠올랐을 것이고 결국 은형에게 돌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은형이 강순에게 모질게 했던 이유다. 극중 강순은 선천적으로 폐병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심장 양 옆으로 달린 폐 중 하나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은형은 담배를 끊지 않는다. 결국 나머지 폐에 이상이 생겨 폐암 판정을 받는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고 강순에게 모질게 대하게 된다.
물론 극중 캐릭터의 역할을 현실감있게 살려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로 인해 폐암에 걸려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은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차리리 교통사고나 뇌종양, 백혈병 등으로 둘 사이의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표현하는게 나을 뻔도 했다.
두 번째 '캐스팅'이다. 18일 공연에는 은형 역에 송영근, 강순 역에 김가은, 승현 역에 임두환, 그리고 동영의 절친 역인 동영과 광민 역에 박상현, 이명규가 각각 무대에 올랐다. 또한 승현을 짝사랑하는 보람 역에 백지예가, 화진 역에 최린이 공연했다.
이날 극의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은형 역과 강순의 무대는 기대 이상의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강순 역을 맡은 김가은은 은형과 승현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고생의 감정 변화를 적절히 잘 표현해 냈다고 평가한다.
은형 역을 맡은 송영근도 강순을 위해 한 남자의 모든 것을 바치는 순정을 제대로 그려냈다. 강순을 좋아하는 승현 역을 맡은 임두환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표정 연기의 섬세함이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7명 주연배우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특히나 은형과 강순, 그리고 강순을 좋아하는 승현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유의깊게 지켜봤다.
극중 대사를 하고 있는 등장인물에게 관객들의 초점이 쏠리고 있는 당시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표정 연기가 조금은 아쉬웠다. 하나의 무대 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100% 와닿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음악이다. 일반적으로 부족한 감정의 표현은 쥬크박스 뮤지컬 형식을 빌려와 해결한다. '내 남자 친구에게' 역시 대사 중간 중간에 20대의 감성을 적히는 익숙한 노래들이 나와 몰입을 배가 시킨다.
관객들이 10~20대 많은 만큼 극중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본 노래고 익숙하다.
여기에 구구단을 외우는 등의 창작곡을 함께 넣어 익숙한 곡의 추억과 작품 전개에 필요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한 가지 아쉽다면 딱히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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