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연예기획사 연습생 '노예계약' 대폭 수정
공정위, 전속계약 체결 강요,투자금 2~3배 위약금 등 불공정약관 조항 시정조치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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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기획사 연습생이 계약을 해지할 때 과다하게 부과되는 위약금이 줄어든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연습생이 어느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습생 계약서를 심사하여 과도한 위약금 부과, 전속 계약 체결 강요, 법률에 보장된 권리 배제, 부당한 계약 해지 조항 등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7일 밝혔다.
연습생 계약서는 연예 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들의 교육과 관리를 목적으로 체결하는 것이다. 현재 연습생 트레이닝 계약서, 약정서, 연습생 규정서, 연습생 계약서 등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연예 기획사 중 외감법인(자산 총액이 120억 원) 이상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주), ㈜디에스피미디어 등 8개 사이다.
8개 기획사는 공정위 약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모두 스스로 시정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주), ㈜디에스피미디어 등 6개 기획사는 연습생 귀책 사유로 계약를 해지할 때 투자 비용의 2~3배액을 위약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연습생들에게 경제적인 압박을 가해 과중한 손해 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 부당하다.
공정위는 계약을 해지할 때 연습생에게 트레이닝을 위해 직접적으로 투자한 금액만을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제이와이피, ㈜큐브엔터테인먼트, ㈜디에스피미디어 등 3개 기획사는 전속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조항을 사용하고 있었다.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현재 소속된 연예 기획사와의 전속 계약 체결 의무를 부담시키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투자 비용의 2배를 반환토록 했다.
일부 연예 기획사는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3년 동안 타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일정한 위약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해당 약관 조항은 전속 계약 체결을 강요해 연습생이 제3자와 계약 체결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다.
공정위는 연습생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우 기획사는 연습생과 재계약, 전속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적 협상만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또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디에스피미디어 등 5개 기획사는 별도의 유예 기간이나 사전 통지없이 연습생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를 유예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시정이 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디에스피미디어 등 3개 기획사는 자신들의 명예나 신용 훼손과 같이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사유로 연습생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약관 조항은 지나치게 추상적, 포괄적 내용을 연습생의 의무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하여 연습생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
실제로 불분명한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는 연예인 계약 관련 법적 분쟁 중 가장 높은 비율(28.5%)을 차지한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을 삭제토록 했다.
아울러,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2개 기획사는 연습생 귀책 사유로 인해 계약을 해지할 때 위약금을 즉시 납부하도록 하거나, 위약금 납부 기한을 지나치게 짧게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을 삭제하여 위약금 납부 시기를 민법상 일반 원칙에 따라 정산된 위약금을 연예 기획사로부터 청구받고 연습생이 확인하여 위약 금액이 확정된 이후 납부하도록 시정했다.
이 밖에 연습생 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일률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만 가능한 조항을 연습생의 거주지 등 민사소송법상 관할권이 인정되는 법원에서 다툴 수 있도록 시정했다.
연예 기획사 연습생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연습생들의 권익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예 기획 분야에 있어 기획사와 연습생 간의 공정한 계약 문화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시정 내용을 각 기획사에 통보하고 향후 불공정 약관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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