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르투갈에 1-3 패배, 2년전 그대로 전술 부재...하이라이트, 패인은?

한국, 전반전 측면 두골 실점...후반 이상헌 만회골에도 16강 좌절

이예진 기자 승인 의견 0

▲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슬픈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사진=포커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17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이 포르투갈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멀티골을 기록한 샤다스와 브루누 코스타의 추가골에 무너지며 포르투갈에 1-3으로 패배했다.

한국은 후반 36분 이상헌(울산)이 만회골을 터뜨리며 하이라이트를 연출했지만 포르투갈에 기운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A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던 한국은 포르투갈전에서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4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지만 이날 패배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반전에 포르투갈에 내준 두 골은 모두 측면을 내주며 허용한 실점이었다. 첫 골은 포르투갈의 왼쪽 풀백 유리 히베이루가 이대일 패스를 통해 공격에 깊이 가담해 중앙으로 연결해 준 공을 샤다스가 골로 연결했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은 반대쪽 측면이었다. 샨데 실바가 공격진영 왼쪽에서 중앙으로 내준 공을 브루누 코스타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물론 크로스 자체가 윤종규의 몸에 맞고 코스타의 발 앞으로 향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선수를 막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다.

한국은 지친 포르투갈을 상대로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썼지만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면서 공격적으로 나서 중원 장악력이 떨어졌다. 전반에 추가골까지 내준 상황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빠르게 전술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잉글랜드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승운(연세대)-조영욱(고려대)을 투톱에 배치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좌우 측면 날개로 투톱을 지원에 나섰다. 미드필드진은 왼쪽부터 이승우(FC바르셀로나)-이진현(성균관대)-이승모(포항)-백승호(FC바르셀로나)가 섰다. 포백은 윤종규(서울)-이상민(숭실대)-정태욱(아주대)-이유현(전남)이 나란히 섰고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고려대)이 꼈다.

한국은 전반 초반 볼 점유율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지만 포르투갈의 두꺼운 수비를 뚫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한국은 전반 10분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고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받은 포르투갈의 샤디스가 한국 수비진들 사이를 뚫고 오른발 슈팅으로 첫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전반 20분 윤종규가 왼쪽 측면 돌파 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을 연결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이후 한국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포르투갈에 추가골을 내줬다.

전반 27분 포르투갈의 브루누 코스타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흘러 나온 볼을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과 포르투갈의 스코어는 0-2로 벌어졌다.

한국은 이승우와 백승호가 찬스를 만들기 위해 분투했지만 포르투갈로부터 만회골을 뽑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쳤다.

포르투갈은 후반 8분 디오구 곤살베스가 페널티박스 왼쪽 부근에서 기습적인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조준했지만 송범근의 선방으로 막아냈다.

한국은 좌우 측면을 통한 공격이 막히자 중앙을 노리며 반격에 나섰다. 후반 15분 이승우가 얻어낸 프리킥을 백승호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벗어났고, 3분 뒤 다시 한번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이상헌의 슈팅도 빗나갔다.

포르투갈은 수비를 두텁게 하며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후반 24분 포르투갈 선제골의 주인공 샤다르가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샤다르는 드리블로 한국 수비수 3명을 제친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답답했던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후반 36분 이상헌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포르투갈은 교체 카드 사용 등 효과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결국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고 한국은 아쉬운 패배에 고개를 떨궜다.

한국의 탈락 과정은 2년 전 U-17 월드컵에서의 모습과 꼭 빼닮았다. 당시 최진철 감독이 이끌던 U-17 축구대표팀은 칠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기니를 차례로 제압하고 일찌감치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했다.

세계무대에서는 토너먼트 가능성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한국이 FIFA 주관대회에서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잉글랜드전 무승부로 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16강에서 벨기에에 0-2로 패배,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선수들은 2년 전 벨기에에 당했던 설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포르투갈전에서 이를 악 물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앞선 경기들을 통해 측면에서의 활발한 공격 전개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만회할 수 있는 한국 선수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과 포르투갈전에 대해 "전반전 역습 두 방에 두 골을 내준 것이 패인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수비들의 몸에 맞아도 상대에 완전한 찬스가 이어지지 않는데 오늘은 포르투갈에 운이 따랐다”며 “몸에 맞고 일대일 찬스처럼 이어지면서 실점해 선수들이 위축됐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을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한 포르투갈 에밀리우 페이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전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이 있었고 열정과 함께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며 "한국 팀이 좋은 팀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 축구도, 우리 축구도 밝은 미래를 봤다. 한국의 응원 열기와 팬들의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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