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김현주 기자] 8일 밤 귀국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60· 구속)의 측근 중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의 핵심 타깃은 문화예술계과 스포츠계 두 곳이었다. 이 중 문화예술계는 차은택, 스포츠계는 조카 장시호(37)를 각각 포스트로 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차은택이 주로 미르재단을 중심으로, 장시호가 K스포츠재단을 거점으로 활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은택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급 고위공무원인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사장님, 사무총장님, 각급 팀장들까지 (미르 재단에) 전부 차은택 단장 추천으로 들어온 건 맞다"는 미르 재단 관계자의 녹음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의 영향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도 문화예술계에서 일했는데 이번 국감을 준비하면서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너무나 많은 제보를 받고 있다"며 "차은택 감독에게 줄을 서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번 사건은 '차은택 게이트'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차은택이 8일 밤 중국에서 자진 귀국함으로써 검찰은 최순실 일당의 문화예술계 이권개입과 비리 수사에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차은택은 앞서 변호인을 통해 이르면 9일 귀국할 의사를 밝혔으나 갑자기 귀국 일자를 하루 앞당겼다.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밤 9시30분쯤 동방항공 편으로 귀국한 차은택을 공항에서 긴급체포해 수사본부로 압송했다.
검찰이 차은택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서 최순실 일당의 미르재단을 비롯한 문화계 국정농단과 이권개입 혐의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차은택이 그동안 관련 증거를 상당부분 인멸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검찰이 각종 혐의점들과 관련해 어느정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단 검찰은 그동안 차씨 사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과 주변인물 조사 등을 통해 차씨의 혐의를 상당 부분 구체화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은택의 딸(15)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의 7년여 동안 개인계좌를 비롯해 차씨와 관련된 4개회사 법인계좌의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차은택과 관련된 회사인 아프리카픽쳐스, 엔박스 에디트, 플레이그라운드 등 3곳도 압수수색했다.
차은택은 자신이 운영하는 영상물 제작 업체 아프리카픽쳐스에서 회삿돈 약 7억원을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광고회사 강탈 건도 있다. 차씨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광고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차 씨 주변 인물들은 포레카 인수전에 참여한 중견 광고업체 A사 대표에게 인수 뒤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했다. 당시 포레카는 연매출 200억원에 달하는 알짜 광고회사였다.
그 과정에서 송성각 전 원장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대표까지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압력 행사에는 안종범 전 수석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사 대표는 포레카 인수 뒤에도 지분을 넘기지 않았고, 그 결과 전 대주주인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광고 발주가 급감했다고 한다.
차씨의 ‘포레카 강탈’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성각 전 원장은 지난 7일 밤 검찰에 체포됐다.
차은택은 각종 정부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 외에도 김종덕(59) 전 문화체육부 장관,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차씨가 ‘앉힌’ 인사들로 거론된다.
차씨는 김 전 장관의 홍익대 대학원 제자다. 숙명여대 교수였던 김 전 수석은 차씨의 외삼촌이다. 미르재단 소속으로 차씨와 인맥이 있는 이들은 이미 검찰을 다녀갔다. 김형수(57) 전 이사장은 차씨와 사제지간이고, 차씨의 여러 회사에서 임원으로 등재된 김성현(43)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차씨가 문화계의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고 본다. 차씨의 광고 관련 법인들은 단기간에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물량을 수주했다.
KT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금융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 정부·공공기관이 차은택 소유이거나 관련회사인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등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있다.
차씨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기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차은택은 검찰의 계좌 압수수색 이후에도 서울 논현동과 청담동의 개인 빌딩, 빌라를 매물로 내놓으며 자산 현금화에도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지난해 12월 7일 논현동 S빌딩 건물과 토지를 105억원에 처분했다. 그 다음날 최순실의 딸 정유라(20)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유로화를 대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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