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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그것이 알고 싶다> |
[스타에이지] SBS '그것이알고싶다'는 21일 '암살범의 압수리스트- 미인도와 김재규' 편을 방송, 26년간 지속돼 온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다시 살펴봤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의 출발점이 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주목했다.
검찰은 최근 문제의 천경자 미인도를 진작이라고 발표하며 핵심 이유로 이 작품을 김재규 전 중앙정부 부장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천경자 화백 유족과 김재규의 개인비서 최종대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측 주장을 부정하며 신군부가 미인도를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라고 단정한 이유가 김재규 전 중정부장을 부정축재자로 몰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26년째 이어져온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1991년 이래 26년간 지속돼온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 지난 12월 19일, 검찰은 미인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소장 이력의 확인이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다. 요약컨대 미인도는 1980년 계엄사령부가 당시 정보부장이었던 김모 씨로부터 헌납받아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991년 4월. 당대 최고의 여류 화가였던 고 천경자 화백. 당시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낸 국립현대미술관과 천화백측의 끊임없는 대립은 천경자 화백이 타계한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돼오고 있다.
이에 최근 천경자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과학 감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 서로 상반된 의견이 도출됐다. 프랑스 감정기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위작으로, 국내 검찰과 국과수는 진품으로 발표했다.
뤼미에르 테르놀로지측은 한국 검찰이 천경자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자신들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뤼미에르 테르놀로지 장 페니코 대표는 "이 방식은 천경자 화백 뿐 아니라 반 고흐나 르느와르 같은 대 화가들의 작품도 작업했던 매우 신뢰성 있는 작업이다. 천경자 미인도가 진작일 확률은 0.0002%다"고 주장했다.
# 김재규와 천경자 미인도, 그 숨겨진 인연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살해된 박정희 대통령. 그를 살해한 암살범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부장이었다.
당시 신군부는 김재규에 대한 대통령 살해혐의와 별도로 그의 보문동 자택에서 고미술품, 귀금속을 포함한 고서화 100여 점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그를 부정축재자로 발표했다.
이후 김재규의 모든 재산은 기부채납 형식으로 국가에 환수됐고, 김재규가 모은 고가 미술품 속에 1977년작으로 표기된 천경자의 미인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알고싶다'가 입수한 김재규 환수재산목록을 확인한 결과,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문서에는 천경자의 미인도를 포함해 총 155개의 압수 물품이 적혀 있었다.
이 문서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작성된 것일까?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그동안 방송에 나온 적이 없는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여동생 부부와 사형 선고를 받기 직전까지 그를 보필해 자택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개인 비서 최종대 씨를 만나 천경자 미인도와 김재규에 얽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 천경자 미인도는 왜 진품이어야 하는가?
김재규 전 중앙정버 부장의 여동생은 "(오빠는) 좀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다 못한 게, 오빠 이야기를 가족들이 좋게 하지, 나쁘게 하겠나. 그리 생각을 할까봐...가까이 아는 사람들도 우리말을 다 안 믿어요. 자신들이 상상하는 건. (김재규 전 부장이) 부정축재를 해가지고 (집안에서) 막 금덩이가 쏟아져야 이해가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1980년 김재규 전 중앙정보 부장에게서 환수한 미인도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됐다는 소장이력을 근거로 천경자 미인도가 진품임을 주장했다.
또한 과거 김재규의 보문동 자택을 방문했던 미술전문가 김 모 씨가 응접실 벽면에 걸려있던 미인도를 본적이 있다는 진술이 문제의 그림이 집에 있었다는 유족들의 진술과 일치한다며 천경자 미인도 진위에 대한 논란을 일축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최종대 씨는 "응접실은 안 걸었어. 그건 사람들이 지어내서 한 이야기지. 그건 내가 직접 걸었는데. 미인도는 응접실에 내려온 일도 없어. OOOO에 걸어놨지"라고 했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과 만난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과 최종대씨는 김 모 씨의 주장을 부정하며 신군부가 미인도를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라고 단정한 이유가 김재규 전 중정부장을 부정축재자로 몰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10.26사태후 전두환 신군부는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는 사이 김재규 전 중정부장에 대한 빠른 재판을 진행하며 1980년 5월24일 사형을 집행했다.
김재규 정 중앙정보 부장의 지인들은 그가 라면회사 상무로 근무하던 친척에게서 라면박스 하나도 받지 않았던 청렴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딸에게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잘 산다며 집 앞 길을 청소시킨 일화도 있다. 지인들은 그러면서 미인도를 김재규 전 중앙정보 부장이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신군부가 김재규의 보문동 자택에서 가지고 나온 미술품, 귀금속을 포함한 고서화 100여 점중 천경자 미인도는 리스트만 있을 뿐 당시 사진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방송에선 김재규 전 중앙정보 부장이 사형 직전 자신이 부정축재자로 몰린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육성도 공개됐다.
천경자 미인도 위작은 고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고 김재규 전 정앙정보부장과 관련됐기 때문에 위작으로 단정될 수 밖에 없었던 걸까.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권춘식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1984년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미인도의 위작논란이 재연됐다. 하지만 권춘식은 박근혜정부인 2016년 3월 종전의 말을 번복하고 자신은 미인도를 위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991년 4월 7일 절필을 선언했다.
"붓을 들기 두렵습니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게 붓을 놓으면서 천경자 화백이 남긴 말이다.
절필선언과 함께 천경자 화백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지위도 버렸다. 자신의 작품 90여 점은 서울 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곤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천경자 화백은 결국 2015년 8월 이역만리 타향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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