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여야 하는 천경자 미인도...김재규에게 선물은 누가?

검찰 천경자 '미인도' 진품 결론에도 '위작' 논란은 여전

염지은 기자 승인 의견 0

<사진=SBS 캡처>

[스타에이지] ‘위작’논란이 일고 있는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미술계에서의 ‘위작’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의 안목감정,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춘식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인도'가 천 화백이 1976년 그린 작품 '차녀 스케치'를 토대로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디지털·컴퓨터영상분석, 권씨 DNA분석, 필적감정 등 첨단 분석 작업을 했으며 권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위작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고, 수정이나 '압인선(붓을 눌러서 긋는 방식)' 없이 스케치 그대로 '분채' 안료로 채색했다는 주장도 실제 작품 분석 결과와 달랐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소인측, 피고소인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교수, 화가, 미술평론가 등 총 9인의 감정위원들의 안목감정도 진행했다. 감정 결과 일부 진품에 비해 전체적인 명암대조(밝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작의견을 낸 전문가가 있었지만, 진품 의견을 낸 전문가들이 우세했다. 이들은 '석채' 사용,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해나간 흔적 등에서 미인도와 진품 사이에 동일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봤다.

'미인도'의 원소유주는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당시 권력의 핵심 실세였던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를 비롯한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의 처가 대학 동문인 김재규 부장의 처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 김 전 부장측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미인도를 헌납했으며 다시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검찰의 '진품'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이 감정을 의뢰한 프랑스 '뤼메이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은 지난 11월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단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유족과 검찰에 제출했다.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등 유족은 지난 4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위조범으로 알려진 권춘식씨가 자신이 미인도를 직접 그렸다고 주장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은 커졌다.

국내 '예술학 박사 1호인 미술평론가 최광진(54)씨는 최근 펴낸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천경자 평전'에서 25년 묵은 '미인도' 위작 논란 원인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돌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금이라도 한 작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위작임을 시인하고 '미인도'를 폐기처분해야 한다. 이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자 천 화백이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천경자 화백은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애미가 있느냐'며 위작임을 강변했다.

천경자 화백은 재료, 채색기법 등이 자신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며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결론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은 이어졌다.  천 화백은 미인도 위작 사건이 발단이 돼 절필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2003년 병환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인도’는 이후 25년간 논란이 지속되며 대표적인 미술계 위작 논란이 사건이 돼 왔다. 

지난 2월 SBS 스페셜은 '미인도 스캔들'을 파헤치며 당시 권력의 핵심 실세였던 원 소유주 김재규에게 위작을 선물할 리 없다는 이유로 '미인도' 진품 설이 힘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천경자 화백의 지인이자 당시 언론사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미인도를) 진짜로 만들지 못하면 7명의 목을 치겠다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천경자 화백 자손들의 그림 상속 문제로도 이어졌다.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가 천 화백의 작품(1000여점)과 개인 소장품 등 총 4000여 점을 부경대에 기증한다고 밝힌데 대해 차녀 김정희씨가 “상속인 간의 협의에 의해 이뤄져야한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 천 화백은 생전에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첫 남편 고 이형식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이혜선씨와 장남 이남훈씨를 낳았고, 이혼 뒤 김남중씨와 만나 정희씨와 정우씨를 낳았다.

한편, 미술품 복원분야 전문가인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소장은 "진정으로 진위여부를 간절히 밝히길 원한다면 법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족이 위작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진품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들을 고소한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이 입을 열 수가 없다"며 유족들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미술품 위작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작 및 유통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실효적인 단속방안 및 유통 투명화 방안 마련 등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기관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현재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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