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잇는 한국여성극작가들 무대 만나볼까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12월 4일까지...최명희·이지훈·최은옥·김혜순 작가 참여
염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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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이지] 국내 유일의 여성 극작가전인 ‘한국여성극작가전’ 네 번째 무대의 막이 올랐다.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9일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12월 4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한국여성극작가전 작가로는 나혜석과 함께 최명희, 이지훈, 최은옥, 김혜순 작가가 선정됐다.
최명희 작가는 극단 F16의 김국희 연출과 ‘허난설헌'을, 이지훈 작가는 이정하 연출과 ‘조카스타’를 낭독공연 형태로 선보였다. 11~13일 무대에 올렸다.
최명희 작가는 “관련 기록에서 그녀의 일상이나 인간적 면모, 극적 사건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허난설헌이라는 소재에 끌렸다”며 “수백년 전 그녀의 시는 너무도 현대적이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조카스타’는 신들의 저주에서 시작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운명에 갇혀 몰락하는 인간 오이디프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품을 여인 조카스타의 입장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3일간 두 편의 낭독 공연에 이어서는 11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세 차례의 무대 공연이 이어진다.
16일부터 20일까지는 최은옥 작가와 백순원 연출의 ‘진통제와 저울’이 무대에 오른다. 극중 인물 이정희와 박영준이 사랑의 그물에 걸려든 곤충들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움에 서로를 상처내고 파헤치는 심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 펼쳐진다.
23일부터 27일까지는 김혜숙 작가와 송미숙 연출의 ‘눈물짜는 가족’이 공연된다. 자폐 아이를 가진 가난한 가족이 고양이 마을에 초대돼 미션을 해결하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외로운 이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마지막 작품은 나혜석 작품을 백은아씨가 연출한 ‘경희' '원한' '현숙’이다.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 언론인이었던 근대 신여성의 효시 나혜석(1896.4.28~1948.12.10)의 글들 중 가장 문학적 기량과 선각자적 의식이 돋보이는 주요 단편소설 3개를 묶어 각색한 것이다.
소설 ‘경희’는 일본 유학생 경희를 통해 당대 여성 지식인들의 고민과 현실을 드러낸다. ‘원한’은 이소저라는 여인을 통해 여성의 삶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그것이 왜 해체되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현숙’은 나혜석의 작품중 가장 파격적인 작품으로 카페 여급이자 모델인 신여성 현숙이 경제적 주체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3년 창단된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여성 연극인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한국여성극작가전’을 열고 있다. 행사는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은 “세대를 아울러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한 좋은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해 오고 있다”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다보니 페미니즘이 안들어갈 수는 없지만, 휴머니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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