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은평운화예술회관에서 내달 23~24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 |
[스타에이지] "휴머니즘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성 극작가전인 ‘한국여성극작가전’ 네 번째 무대를 올리는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상명대 연극학과 교수)은 “여성 극작가들의 무대라고 해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여성 작가들이 쓴 글이다 보니 시대적으로 여성들이 느꼈던 부분, 페미니즘이 안들어갈 수는 없지만 휴머니즘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여성극작가전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달 9일부터 12월 4일까지 알과 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는 대한민국 최초의 신여성 1호 나혜석과 함께 최명희, 이지훈, 최은옥, 김혜순의 작품이 소개된다.
류근혜 회장은 2014년 한국여성연극협회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2013년 시작된 한국여성극작가전을 2회째부터 맡아 궤도에 올려 놓았다.
1993년 설립된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정기 심포지엄과 올빛상 시상, 한국여성극작가전 등을 통해 여성 연극인들의 창작 활동 장려와 권익 신장에 기여해 오고 있다. 여성 연출가 1호인 고 강유정씨를 비롯해 양혜숙, 심정순, 윤시향, 이승옥씨 등이 역대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여성극작가전은 2013년 출범했다. 첫회는 1940~1980년대 활동한 1세대 여성 작가들에 대한 헌정 공연으로 여성 극작가 7인의 무대가 마련됐다. 고(故) 강성희, 전옥주, 박현숙, 최명희, 김숙현, 오혜령, 강추자 씨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류근혜 회장은 “1세대 때는 여성들이 극작가로서 작품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재공연도 안된다”며 “이승옥 선생님이 협회 회장으로 계시면서 1세대 여성 극작가들이 생존해 계실 때 빨리 역사를 정리해보자고 해서 한국여성극작가전이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첫회 1세대 여성 극작가들에 대한 헌정 공연에 이어 2회때는 1.5세대 여성 연출가 7명이 함께 했다. 3회는 1회때 못 모셨던 정복근 선생님과 다음 세대가 참여하는 등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있다. 잊혀졌던 김명순 작가를 찾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며 “회차를 이어오면서 젊은 세대가 참여하고 있으며 좋은 작품을 갖고도 무대에 올리지 못한 소외된 여성 극작가들의 창작극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극작가전은 여성 극작가로 시작해 여성 연출가로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류근혜 회장은 90여 편의 연극을 연출한 우리나라 연극 연출 1세대다. 그가 처음 연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자 연출은 손에 꼽았다.
“강유정 선생님과 김아라씨, 그리고 나뿐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여자 연출은 5명도 안됐는데 남자 연출은 100명도 넘었다. 남자 연출이 많다 보니 연극도 남자 얘기를 했다. 지금은 여자 연출이 30~40%에 달한다.”
류근혜 회장은 "연극이 여성에게 주는 힘은 굉장하다"며 "그 힘이라는게 삶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예술로서 승화시킬 때 오는 희열, 이런 것이 또 다른 삶의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에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