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정성구 기자] 주한외국인이 본 K-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어떻까?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6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한류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한 '주한외국인이 본 K-콘텐츠' 세션에서 주한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류와 한류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아나운서 문소리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는 우즈베키스탄인 미샤노바 마리아(Mishanova Mariya)와 터키인인 알파고 시나시(Alpago Sinasi), 네덜란드인 샌더 루머(Sander Roomer), 중국인 후왕 찌준(Huang Zhijun)씨 등 4명의 주한 외국인이 패널로 나와 입담을 겨뤘다.
■ 한국문화와 자국 문화의 다른점은?
우선 문소리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마리아씨에게 한국문화와 우즈베키스탄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다.
마리아씨는 첫 번째로 한국에서만 유난히 심하다는 회사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국의 외사문화, 특히 회식문화가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중 하나다"면서 "술자리가 많을 뿐더러 너무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고 꼬집었다.
이어 두 번째로 아내를 부르는 호칭에 대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에서는 아내가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의 엄마'로 호칭이 바뀐다"며 "그래도 그건 괜찮은데 남편이름 말하며 나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기자로 활동중인 시나시씨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나시씨는 한국의 단체문화와 연장자 중심의 문화가 터키와 가장 큰 다른점이라고 전했다.
시나시씨는 "한국에서는 단체문화에 모든 구성원을 녹여버린다. 특히 술문화가 그렇다"며 대학 생활 중 선후배들이 밥을 먹자로 이야기해서 처음엔 식사를 같이 하자는 줄 알았는데 10시간 넘게 술자리가 이어졌다. 물론 그 안에서 에너지와 시너지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술을 마시는 곳은 한국이 유일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연장자 중심적인 문화가 심하게 나타난다"며 "어떻게 보면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논쟁으로부터 아랫사람의 생각을 없애는거다"고 꼬집었다.
루머씨는 한국의 인사법과 음식문화가 네덜란드와 가장 구별되는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루머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손을 흔들어 인사했는데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윗사람 아랫사람 상관없이 손을 흔들어 편하게 인사한다"며 "버릇이 몸에 뵈어있다 보니 가끔씩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손을 흔드는 헤프닝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5000원짜리 밥을 먹는데도 꼭 맛집을 찾아가 식사를 해결하는 한국인들이 신기하다. 꼭 그럴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커피숍에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도 몇 시간 넘게 앉아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커피숍은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자리를 파는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중국인 찌준씨는 중국과 한국의 유교문화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장유유서(長幼有序 )' 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찌준씨는 "물론 중국도 유교문화가 남아있긴 하지만 최근들어 많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선배를 무조건 따라야 하고 후배의 의견도 마음대로 말할 수 없다는게 굉장히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에서는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심하다. 한국영화와 중국영화를 비교했을 때도 한국영화에서 특히 엄마의 의견을 따르라는 대사가 많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삶과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고전의 관념을 따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류 열풍이 자국 내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문소리 진행자의 두 번째 질문은 한류 열풍이 자국 내에 얼마나 퍼져있는지와 한류 콘텐츠 공략 방법이었다.
이에 대해 찌준 씨는 "한국예능이 중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음악방송도 마찬가지다"며 "순위가 아직 많이 올라가진 못했지만 집을 인테리어 해주고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요즘에는 옛날 집을 사서 리모델링 하는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류 콘텐츠의 중국 공략 방법에 대해 "중국시장은 굉장히 폐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시장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고 오랜시간 준비해야 한다"며 "중국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중국친구들과 유대관계도 깊게 맺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루머씨는 "한류가 아직 네덜란드까지 불지는 않고 있지만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면서 "네덜란드의 방송 콘텐츠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한국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도전하는 프로그램과 토론하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높다. 한국 방송 콘텐츠가 네덜란드에서 인기 있으려면 리얼리티 느낌을 좀 더 살려야 하고 뭔가 더 진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터키인 시나신씨는 "한국방송과 터키방송콘텐츠가 아주 유사하다"고 말하면서 "특히 시청률 탑3 중 하나가 중매 프로그램이다. 20~70대 여성과 남성이 20~30명 정도 출연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가 터키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소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면 가난한 여성이 재별과 사랑을 하기도 하고 남편이나 부인이 몰래 바람을 피는 내용도 상당수다"고 말했다.
마리아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최근 한국드라마의 인기가 높다. 학대도 없고 야하지도 않아서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다. 또한 방영횟수가 짧기 때문이다"고 설명하며 "예전에 인기 있었던 터키나 브라질 드라마는 5~6년씩 이야기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방송 콘텐츠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인기가 높아지려면 좀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 예로 드라마에서 자다 깬 여성이 화장도 다 되어 있고 머리도 단정되어 있는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 자국 내 TV방송에도 금지사항이 있는지?
세 번째 질문은 자국 내 TV방송에도 금지하는 사항이 있는지었다.
이에 대해 마리아씨는 "맥주나 위스키 등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는 장면, 찐한 키스 등은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0시 넘으면 술을 살 수 없다"면서 "특히 방송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나시씨는 "터키 방송의 가장 큰 특징은 다민족 다종교의 나라이기 때문에 민족들의 관계를 깨트릴만한 발언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이슬람, 유대교, 그리스정교 등 터키의 3대 종교를 건들이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며 터키에서도 방송시간 제재가 있긴하지만 밤 10시가 넘어면 수위를 어느정도 완화해 준다"고 말했다.
루머씨는 "네덜란드는 유럽 중에서도 방송이 가장 자유로운 나라다. 왕을 욕하지 말라는 게 법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공영방송에서도 대놓고 왕을 놀리는 프로그램이 존재할 정도다"며 "한 프로그램에서는 PD들이 마약을 직접 해보기도 하고 성적인 농담도 자유롭게 한다. 단 모든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교육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찌준씨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방송의 제약이 굉장이 많다. 황금시간인 저녁6시부터 10시까지는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할 수 없고 동 시간에 수입드라마 방송도 금지된다"며 "터키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라를 분리할 수 있는 내용들은 내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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