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수상소감 어땠길래...[전문]
'낭만닥터'로 SBS연기대상 한석규, 문화계 블랙리스트 에둘러 비판
이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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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이지] 2016년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한석규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에둘러 비판한 듯한 수상소감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2월31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6 SAF 연기대상(SBS 연기대상)’에서는 ‘낭만닥터 김사부’로 대상을 수상한 한석규는 약 7분 간에 걸쳐 긴 수상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검은 정장을 입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석규는 "블랙과 스타는 한몸이다", "다르다는 것을 위험하다고 받아들인다면 같이 어울어진 좋은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 고은의 편지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석규의 2016 SBS 연기대상 수상소감 전문.
오늘 보니까, 저부터 검은 정장을 모처럼 입었고요. 같이 자리한 배우들 가운데도 많은 분들이 검은 드레스도 입고 나오셨는데… 일단 감사드리고요.
문득 제 직업란을 쓸 때가 있어요. 그때 그 직업란에 ‘연기자’ 아니면 ‘액터’ 그렇게 쓸 때 제 직업이 연기자구나. 액터구나.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 연기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신인 시절에 많은 분들이 아마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 있으실 텐데. ‘하얀 도화지가 되어라’ 그런 말씀 많이 듣잖아요. ‘바탕이 하얗다면 이런 저런 많은 자신의 색깔을 펼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흰 도화지가 되어라 이런 얘기 하시는데, 검은 도화지가 될 수는 없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세요. 밤하늘의 별을 생각할 때 그 바탕인 어둠, 블랙, 그런 암흑이 없다면 그런 별은 빛날 수도 없을 것이고 어쩌면 어둠과 빛, 그런 블랙과 스타는 한몸이다… 그런 생각을 해봐요.
그 즈음에 ‘제 연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고요. 아마 여기에 계신 동료 분들 ‘큰 틀에서 문화계에서 일하는 문화종사자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쪽에 있는 우리들은 조금은 엉뚱하고 다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제가 2011년도에 ‘뿌리깊은 나무’로 대상을 한 번 받았는데 그때 맡은 역할이 세종대왕이었어요. 아마 그분도 조금 엉뚱하고 다른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소중한 한글이라는 글을 창제하셨고 그것을 우리가 소중하게 쓰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다르다’ 해서 그것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이면 그 불편함은 우리의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지만, 그것을 만약에 ‘위험하다’ 이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분명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고 같이 어울어진 좋은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 마무리 할게요. 제가 이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한 가장 큰 계기였어요. 강은경 작가님의 기획 의도인데요. 그걸 한 번 마지막으로 읽어드리고 수상소감을 마치고 싶습니다.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 고은 시인이 쓴 편지글 중에 있는 말입니다. 고은 선생님도 분명 좀 엉뚱한 분이셨을겁니다. ‘이 시대에 죽어가는 소중한 가치들.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어져 가는, 그러나 실은 여전히 우리 모두 아련히 그리워하는 사람다운, 사람스러운 것들에 대한 향수들’
여기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용기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라며’ 이게 강은경 작가님의 기획 의도였어요.
마지막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무대를 만들어 준 사람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한석규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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