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영덕 대진항 대게잡이 '소정호' 선장부부의 '푸른바다의 전설'

KBS1 '인간극장' 선장남편 박행식-갑판장 아내 장복남 '그 바다에 행복이 있다'

강민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 이번 주 KBS1TV <인간극장>은 영덕 대진항의 대게잡이 배 '소정호' 선장 부부의 '푸른 바다의 전설'을 담은 '그 바다에 행복이 있다' 편을 방송한다.

<인간극장>은 월~금 매일 아침 7시50분~8시25분에 방송된다.
 
 # 영덕 대진항, ‘환상의 커플’

 ‘잔잔한 바다’라는 경북 영덕의 영해면. 그곳에 작고 아담한 대진항이 있다. 이미 1971년에 풍랑이 일면 피항이 유리한 ‘제1종 어항’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곳에 소문난 부부가 있다. 벌써 20년 동안 함께 배를 탔다는 소정호의 박행식(64) 선장과 그의 유일한 선원 장복남(62) 부부. 

고향 영덕에서 줄곧 뱃사람으로 살아온 박행식 선장이 칠흑 같은 새벽 바다를 응시해 부이를 찾아내면, 다부진 체구의 갑판장 아내도 재빠르게 움직인다. 

부부 일심동체, 이심전심~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커플이다. 

겨울 영덕 바다를 들썩이게 하는 건, 바로 영덕의 명물, 대게다. 

둘이서 하는 대게잡이만 16년, 그러던 어느 날 대게 잡이 배에 대물(大物)이 걸려드는데~ ‘용왕님 감사합니다’ 인사가 절로 나온다. 

남자도 힘들다는 뱃일을 20년이나 해온 아내 복남 씨, 겨울 배 위에서 넘어져 작년에는 무릎 수술까지 했다. 

“수술한 다리 펴고 일해라, 앉아만 있어라.” 잔소리가 부쩍 많아진 선장 남편, 배 위에서 힘쓰는 일은 모두 선장의 일이다. 

스스로 ‘경상도 사나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뚝뚝한 말투 속에 오랜 정이 뚝뚝 떨어진다. 

# 그 남자, 그 여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목선을 타던 아버지, 어부였던 작은 형. 6남매의 막내도 바다는 공부보다 좋았다. 

집안의 반대는 당연지사. 그래도 중학생 때부터 주말이면 동네 선장님들을 쫓아다니며 뱃일을 배웠더랬다. 공부보다 좋았던 탁 트인 바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행식 씨는 그렇게 뱃사람이 되었다. 

그 무렵, 홀로 친정을 떠나 부산에서 지내던 봉화 아가씨. 줄줄이 있는 어린 동생들과 공부하는 오빠... 복남 씨, 홀로 부산 공장을 다니며 일곱 식구의 뒷바라지를 했다. 

일곱 식구가 딱 달라붙어야 잘 수 있었던 단칸방. 그나마도 맏딸인 복남 씨는 아버지 발아래서 잠을 청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해, 꼬박꼬박 140만 원을 모아 부모님에게 집까지 지어줬던 든든한 딸, 복남 씨...

그런 복남 씨의 고운 마음에 한 번, 복스러운 얼굴에 또 한 번 반했다는 행식 씨.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날이면 도통 뱃일에 집중할 수 없었더랬다.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만 수백 통. 

천하의 바다 사나이 행식 씨, 수줍게 하트를 그려 마음을 전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6년간 이어진 애틋한 편지들... 드디어 부부의 연이 맺어졌다.

# 선장 남편 VS 갑판장 아내

“그때는 살려고 허덕이다 보니 힘든 줄 몰랐고,지금은 가족들이 다 알아주니까 힘든 줄 몰라요. 그게 인생살이인가 싶어요” 

부부는 자식들을 위해 빚을 내서 배를 샀다. 남편이야 타고난 뱃사람, 하지만 봉화 댁은 하늘이 빙빙 돌아 배 위에서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자라는 아들딸 때문이었다. 거친 바다, 대게를 씹어 먹으며 버틴 복남 씨, 벌써 20년이 됐다. 

대게잡이만 16년. 매서운 겨울 바다에서 운 좋은 날은 대게 300마리도 건져 올린다. 대게만 보면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고 노래가 절로 나오는 바다 위, 하지만 파도가 치면 쫓겨 들어오기 일쑤고 어느 날은 GPS가 고장 나기도 하는데...  

여자로서는 힘든 일을 해내는 복남 씨를 볼 때마다, 선장 남편은 더 바지런히 일한다. 조타실을 지키고, 부표를 끌어올리고, 그물을 당기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느라 행식 씨의 팔은 굽어버렸다. 

그래도 살면서 더 고맙고 예쁜 아내를 위해 바다 밖에서는 청소하고 시장 짐꾼이 되는 착한 남편. 나이 드니 더 애틋해지는 부부다. 

바다 위 부모님의 삶은 자식이 알아줬다. 어느 날 인터넷에 오른 어부 부부의 조업 영상, 아들 창원 씨의 솜씨였다. 

열심히 살아온 부모님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는 아들과 결혼한 지 11년이 됐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딸과 사위, 이런 자식들 덕분에 오늘도 행복 부부는 힘이 불끈 솟는다. 

# 행식 씨와 복남 씨의 행복한 바다

아들딸, 손주들까지 모여 함께 보낸 부부의 결혼기념일. 새벽부터 집을 나서 달려왔다는 서울 사는 아들과, 한 손에는 꽃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장인어른이 좋아하는 고래 고기를 들고 온 사위, 이보다 좋은 날이 없다. 

 이런 날이면 복남 씨의 마음은 멀리 봉화에 가 닿는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대게장을 만들어 친정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남편이 동행하는데 딸과 사위를 보자 눈물부터 쏟는 아버지. 

오래전, 부산에서 일하다 명절날 임시 열차를 타고 오면 그 새벽에 마중 나와 계시던 어머니는 이제 계시지 않는다. 대게 일이 바빠 오래 머물지도 못하는 딸과 사위... 

며칠 후, 맑은 날. 대진항 소정호는 조업 대신 해안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멀리 봉화에서 오신 친정아버지 팔짱을 꼭 끼고 배에 오르는 딸. 

어부 사위와 딸이 있어도 배멀미 때문에 한사코 배를 타지 않았다는 친정아버지. 배멀미가 나긴 해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니, 소정호는 오늘도 하하 호호 순항 중이다.

사진=<인간극장>'그 바다에 행복이 있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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