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이성촌소방관 '홍제동화재' 악몽 딛고 오늘도 '불길속으로'

KBS1 '인간극장' 이번주 이성촌 은평소방서 구조1팀장 편 방송

강민주 기자 승인 의견 0

KBS1 TV '인간극장'은 이번주 '어느 소방관의 기도' 서울은평소방서 구조1팀장 이성촌 소방관의 아픈 상처와 '물불안가리는' 활약상을 소개한다. 

2001년 3월 4일, 우리나라 소방 역사상 가장 큰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홍제동의 한 연립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우리 아들이 있다’는 집주인의 말에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대원들. 건물이 붕괴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소방관 일곱 명이 매몰되고 만 것이다.

비번이었던 이성촌(51) 소방관은 비상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한 사람만 살아 나오고, 나머지 6명의 소방관은 목숨을 잃었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이성촌 소방관은 뜨거운 눈물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그 후,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어제 일처럼 그날이 선명하다는 이성촌 소방관은 
여전히 소방복을 입고 있다.

어느덧 21년 차 소방관이 된 그는 여섯 명의 대원을 이끄는 서울 은평소방서 구조 1팀의 대장이다. 이제는 후배들 뒤에서 지휘하며 물러서있을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앞장서서 현장을 누빈다.

몇 해 전 아파트 화재 현장 16층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이성촌 대장은 그때도 가장 앞에 서 있었다.

동료의 순직을 경험한 이성촌 대장에게 대원들은 누구보다 각별한 존재다. 구조 1팀의 대원들도 그런 대장님의 마음을 잘 안다.

한 번 잃어봤기에 더욱더 소중한 동료들, 그리고 떠나간 이들이 못다 한 일을 해내겠다는 다짐...
그것이 ‘소방관 이성촌’으로 하여금 현장을 지키게 만든다.

#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동료를 떠나보내고 눈물의 시간을 보낸 이성촌 대장. 아내는 물론, 당시 어렸던 두 딸도 아빠의 슬픔을 기억한다.

아직까지 지갑 속에 고 장석찬 대원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것은 이렇게라도 함께 현장을 누비고 싶어서다.

아내 이은영(48) 씨도 떠나간 대원들을 생각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그 기억은 아내에게도 두려움이고 아픔이다.

16년 전,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는 은영(48) 씨는 남편에게 소방관을 그만두면 안 되겠냐는 제안도 했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고향집에 홀로 계신 노모도 아들 걱정뿐이다.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런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 이성촌 대장은 부상을 당하고도 ‘별 일 없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곤 한다.

때로는 나의 목숨을 내놓고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을 남편과 아버지로 둔 가족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 아파한다.

하지만 나밖에 모르는 세상에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고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남편과 아빠를 자랑스러워한다. 이성촌 대장에게 이런 가족은 존재 자체로 큰 힘이 되는 버팀목이다.
그가 지금까지 현장을 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 정년퇴임의 그날까지

현장을 사랑하는 이성촌 대장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전신을 뒤덮고 있는 화상 흔적..1998년 12월 홍은동 화재 현장에서 역류하는 불길에 휩싸인 그는전신 30%에 3도 화상을 입고 말았다.

병상에 누워 있던 이성촌 대장이 복귀 후 나간 첫 출동은 하필이면 화재 현장이었다.
순간, 상처의 고통 위로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그는 소방관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초심을 떠올리며 ‘나머지 70%도 기꺼이 내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사고와 시련을 겪었지만 여전히 현장을 누빌 수 있음에 감사하는 이성촌 대장. 단 한순간도 소방관이 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정년퇴임의 그날까지 현장에서 뛰는 게 그의 소망이다.

소소한 사고 현장부터 위급한 상황까지, 사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항상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성촌 대장. 시민들과 눈을 맞추어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이성촌 대장과 대원들은 우리의 영웅이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에 빛나는 소방관. 하지만 소방관이 처한 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작은 영웅이 되어줄 차례다.

어느 날, 이성촌 대장과 대원들이 정복 차림을 하고 어딘가로 향하는데…

KBS1TV '인간극장'은 월~금 요일 오전 7시50분~8시25분 방송된다.

사진=KBS1TV '인간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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