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두, 마침내 빛본 17년차 '중고신인'의 내공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김기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이 사진 댓글 코너에는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김기두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는 팬들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화장실 남자 1'. 배우 김기두가 tvN '내성적 보스'에서 맡은 배역이다.  김기두가 연예판에 처음 얼굴을 들이민 건 17년전이다. 2000년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고등학생'역을 맡아 열연(?)한 것이 대중적인 첫 등장이다. 

김기두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처음 나온 건 2004년이다. KBS1TV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서다. 김기두는 여기서 장평 장군의 시종 역을 맡았다.

그 후로도 김기두의 단역 인생은 계속됐다. 그러다 2008년 영화 '가루지기'에서 드디어 이름값을 하게 된다. 주연급인 '기두'역을 맡게 된 것. 김기두는 1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영화 '가루지기'에 캐스팅 된 것이 순전히 자신의 이름 덕분이었다고 했다. 

너스레로 한 말 같기도 하지만 그랬을 법도 하다. '기두'라는 이름 자체가 '가루지기'와는 딱 어울리는 이름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가루지기'에서의 맹활약 덕분인 지 김기두는 재작년엔 비슷한 색깔의 영화 '어우동:주인없는 꽃'에도 김상선 역으로 케스팅됐다.

김기두가 안방 시청자들과 친숙해 진 건 지난해 말 부터라고 할 수 있다. tvN 히트작 '도깨비'에서 김기두는 저승사자 역을 맡았다. '도깨비'의 대박과 함께 김기두라는 얼굴도 대중과 본격적으로 친밀해지기 시작했다. 데뷔 16년만에 찾아온 터닝포인트였던 셈이다.

김기두는 수수한 생김새 덕분에 무슨 역을 맡아도 무난히 소화해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덕분인 지 김기두가 출연한 드라마는 죄다 대박 내지 최소한 중대박은 터트렸다. '불멸의 이순신'은 물론이고 '대왕의 꿈'(어린 염장 역),  '왕가네 식구들'(호텔 메니저 역), '정도전'(영춘 역), '또 오해영'(기태 역) 등등 모두 한결 같았다.

김기두는 단역이나 조연이었지만 신스틸러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독특한 외모 덕분이기도 하고 '중견 배우' 다운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다. 김기두는 1982년생이니, 올해로 벌써 35살이다. 

그런 김기두에게 '라디오스타' 출연이라는 큰 이벤트가 생겼다. 포털 검색어 꼭대기에 '김기두'라는 이름 석자가 이렇게 박힌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날 '라디오스타'에는 강예원과 한채아, 성혁 등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예능인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가장 빛난 건 김기두였다.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뒤 연극판과 충무로 영화계, TV드라마를 전전하며 쌓은 내공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김기두는 악역엔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재미있고 착하고 어리숙한 캐릭터가 김기두 맞춤이다. 그 자신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김기두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성향을 자평한 적이 있다. 

여기서 김기두는 "제가 재미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독특하고 재미있고 저 자체가 그런 성격이다"며 "요즘 살기 힘드시잖아요. 저는 제가 그렇게 그분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서민적인 배우이고 싶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런 역할이 좋다"고 했다. 

이어 "이 모습을 사랑해주셨던 부분을 지켜서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고 재미있는 연기 안에서도 변신할게 무궁무진하고 공부할게 많고 노력할게 많아서 갑자기 다른 악역이 나올 거 같진 않아요. 지금은 재미있는 친근한 캐릭터를 가지고 싶어요"라고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김기두가 출연한 드라마가 죄다 성공가도를 달렸듯이 김기두도 올해엔 연기인생 꼭지점을 향해 달려갈 듯하다. 김기두의 말대로 "2017년엔 연말 시상식 무대에 선 김기두"를 보고 싶은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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