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영(映)터리] 여름 시장 한국영화 ‘빅4’ 전략 포인트 장단점

4대 투자배급사 여름 시장 ‘텐트폴 영화’ 분석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영화계 한해 장사를 가늠할 여름 성수기가 오픈 직전이다.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단 한 달 동안 극장가에 몰리는 인원은 대략 3000만 명에 달한다. 이 숫자를 얼만 큼 가져갈지 메이저 4개 투자배급사는 자사 ‘텐트폴 영화’(확실한 흥행 예약 영화)의 치열한 개봉일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영화 ‘빅4’가 예고하는 올 여름 대전 전략분석을 공개한다.

■ ‘부산행’…“‘귀신도 놀란다’ NEW 선구안 회복될까?”

올 여름 개봉 ‘빅4’ 가운데 첫 포문은 ‘부산행’이 장식한다. 오는 20일 개봉 하는 ‘부산행’은 이미 지난 5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극찬 세례를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은 국내 시장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 재난물이란 점이다.

‘좀비’와 ‘재난’ 두 가지 요소 모두 관객들이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요구하는 포인트다. ‘좀비’를 통해 보여 질 서늘한 공포와 함께 재난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적 충격파’가 압권이다. 무엇보다 ‘부산행’의 최고 장점은 국내 관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스토리의 충실성과 주제 의식이다. 좀비의 비인간성을 넘어서는 인간 군상들의 이기심, 통제 불능의 무능력한 정부, 개인주의 사회의 우회적 비판이 담겨 있다. 죽은 시체 ‘좀비’가 주된 소재이지만 이 영화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다.

‘부산행’은 장점에 비해 약점 자체가 사실 거의 없는 영화다. 다만 굳이 꼽자면 연출자 연상호 감독이 선보일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후편에 해당한단 점이다. 다시 말해 ‘부산행’은 스토리 전체의 전사(前史)를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서사 구조의 꼼꼼함을 중요시하는 관객에겐 분명 거슬리는 부분이다.

■ ‘인천상륙작전’…“다시 한 번 CJ E&M에게 영광?”

‘부산행’ 개봉 후 일주일 뒤에는 CJ E&M의 야심작 ‘인천상륙작전’이 공개된다. 한국전쟁 당시 전세를 한 순간에 뒤집는 결정적인 사건인 ‘인천상륙작전’의 뒷얘기가 이번 영화의 주요 서사다.

이 영화는 최고 강점은 단연코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이다. 단순히 특별출연이나 카메오 정도가 아닌 극 전체의 주요 흐름을 좌우하는 배역인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으로 출연한다. 당초 제작 단계부터 지지부진했던 이 영화가 리암 니슨의 출연 결정 뒤 순풍에 돛을 단 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단 점만 봐도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주목을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연출자 역시 국내와 미국에서 활동한 이재한 감독이다.

물론 리암 니슨이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는 아니다. 남한 측 장교역의 이정재와 북한 측 장교 이범수의 피 튀기는 카리스마 대결이 압권이다. 최근 공개된 15분 분량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도 그 수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한반도 역사의 분명히 존재했던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점은 이번 여름 흥행 대전에서 강력한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숨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과거 ‘태극기 휘날리며’ ‘연평해전’이 보여 준 폭발력이 충분히 이번 영화에서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한 애국심 고취와 시대에 뒤떨어진 좌우 진영논리, 그리고 ‘미국의 구원자’ 설정 등이 도드라진다면 대중들은 큰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덕혜옹주’…“멜로 대가‘ 허진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 방”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덕혜옹주’는 앞선 두 편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의 영화다. 여름 블록버스터 전형성을 깬 장르란 면에서 차별성은 분명하다. 100만부 이상이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멜로 대가’ 허진호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 여기에 손예진이란 대체 불가의 여배우가 나섰단 점만으로도 ‘덕혜옹주’는 무거운 역사극임에도 분명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영화 최고 셀링 포인트는 ‘손예진’이다. 현재 활동 중인 여배우 가운데 손예진을 대체할 만한 존재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멜로와 액션 그리고 코미 디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스크린에 최적화된 색깔을 작품에 맞게 드러낸다. 이미 그는 롯데엔터와 함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800만 흥행의 좋은 기억을 간직한 점도 장점이다.

더욱이 손예진의 이미지가 담고 있는 기본 정서인 멜로가 ‘덕혜옹주’ 속 아픔과 처연함을 그리는 데 어떤 시너지를 냈을 지도 기대치를 더하는 요소다.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연출자가 한국영화 최고의 멜로 감독인 허진호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한 작품이 ‘덕혜옹주’다. 여름 시장의 흥행 공식은 통쾌함과 시원함이다. 대규모 물량공세나 혹은 확실한 색깔의 장르 영화가 공격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관점에서 ‘덕혜옹주’는 분명한 약점을 드러낸다. 근대사 최고의 아픔인 일제강점기를 그리고 한 여인의 굴곡진 삶을 조명한단 점에서 여름 시기와 맞아 떨어질지는 개봉 이후 관객들의 선택이 오롯이 달렸다.

■ ‘터널’…“다시 한 번 끝까지 가고픈 쇼박스”

올 여름 시장 마지막 개봉 영화는 쇼박스의 ‘터널’이다.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2014년 충무로 최강 화제작 ‘끝까지 간다’ 제작진의 재회란 사실만으로도 액션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참패 이후 화려하게 재기한 김성훈 감독은 이번 ‘터널’로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끝마쳤다.

‘터널’은 NEW의 기대작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재난 장르’다. 하지만 통상적인 재난 영화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인다. 재난 영화가 여러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그리며 여러 감정의 결을 그려내는 것과 달리 ‘터널’은 단 한 남자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그 한 남자를 구해내기 위한 여러 사람의 노력과 그 노력 속에서 이질감을 일으키는 다른 감정들의 충돌을 말한다.

‘더 테러 라이브’로 극강의 연기력을 선보인 하정우가 이번 영화에선 홀로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를 연기한다. 여기에 터널 밖에선 남편의 생사를 걱정하는 아내 배두나, 그리고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조대장 오달수의 연기가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희망이란 코드를 관객들에게 전하며 재난 장르 속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가장 밝은 면을 그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앞서 설명한 이 영화의 장점이 의외의 약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머리카락마저 연기를 한다’는 찬사를 받은 하정우가 이번 영화에서도 ‘동어반복’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다. 재난 장르의 공식을 답습한 듯한 모습도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는 다소 동력이 부족한 모양새다.

각각의 색깔이 뚜렷한 올 여름 한국영화 ‘빅4’의 대결이 흥행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스타에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