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에이즈 동성애자 변호사 톰행크스x 흑인 변호사 덴젤 워싱턴

ebs 4일 세계의명화 '필라델피아' 방송..'양들의 침묵' 조나단 드미 감독의 인권메시지

강민주 기자 승인 의견 3

필라델피아(원제: Philadelphia): 감독 조나단 드미/출연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제작 1993년 미국/러닝타임 125분/나이등급 15세.
 
앤드류 베켓(톰 행크스 분)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촉망받는 변호사이다.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이며,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철저히 숨기고 일에서 성공을 거둔다.

앤드류는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재판을 맡아 하이라인 사의 변호를 담당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던 그는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힌다. 자신이 완성해 놓은 하이라인 사의 소송장이 마감 전날 사라진 것이다. 그가 에이즈 환자란 사실을 알게 된 법률회사는 소송장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이를 빌미로 앤드류를 해고한다.

자신의 해고가 계획된 것이란 사실을 안 앤드류는 법률회사 대표 찰스 휠러(제이슨 로바즈 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를 구하려 하지만, 변호사들은 변호를 거절한다. 

하는 수 없이 앤드류는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유능한 변호사 조 밀러(덴젤 워싱턴 분)를 찾아가 자신의 변호를 부탁한다. 조는 처음엔 앤드류가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변호를 거절한다. 

하지만 인종차별로 고통을 겪던 흑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바꾸고 변호를 맡기로 한다. 조는 앤드류가 해고당한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이즈 때문이며, 질병으로 인한 해고는 차별이며 위법이란 사실을 입증하는데...
 
영화 '필라델피아'는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사회의 편견 때문에 좌절을 맛봐야 했던 동성애자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앤드류는 중요한 사건을 맡지만, 공교롭게도 그 무렵 에이즈로 인한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당연히 앤드류는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에이즈 환자란 사실을 숨겨 왔다. 

지금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과거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는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많은 사건에서 승소해 회사에 이익을 안겨줬지만, 회사는 에이즈 환자인 그를 용납하지 못한다.

지금은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에이즈 환자인 동료를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법. 에이즈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훨씬 컸던 과거엔 더더욱 에이즈 환자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에 앤드류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앤드류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것은 분명 부당한 일이라고 믿고, 힘들지만 이를 바로잡으려 애쓴다.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힘든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조 역시 처음엔 앤드류의 변호를 거절한다. 하지만 앤드류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깨닫고 그를 도와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에이즈 환자들을 무조건 두둔하지는 않는다. 대사를 통해 무분별한 동성애 행태에 대해서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1993년 톰 행크스에게 아카데미, 베를린영화제,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며, 주제가 ‘Streets of Philadelphia'를 부른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겐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안겼다. 

'필라델피아'엔 50여 명의 게이가 출연했다고 하는데 그 중 40여 명은 영화 촬영 후 1년 안에 사망했다고 한다.

조나단 드미 감독은 본래 조 밀러 역에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를 생각해 빌 머레이나 로빈 윌리엄스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덴젤 워싱턴이 이 역에 관심을 보이자 바로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평소 덴젤 워싱턴을 좋아했고 자신의 영화에 꼭 출연시키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필라델피아'는 한국 시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동성애 문제가 당시 국내 정서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필라델피아라는 단어에는 ‘형제 사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제목 ‘필라델피아’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형제 사랑이 동성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을 '필라델피아'라고 지은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필라델피아라는 도시는 미국 독립혁명과 산업혁명의 중심지였고 자유와 해방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므로 영화의 내용에 잘 부합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를 연출한 조나단 드미 감독은 1944년 2월 22일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볼드윈에서 태어났다. 플로리다에서 화학을 전공한 조나단 드미는 학교 수업보다 영화에 관심이 많아 대학신문에 영화평을 써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앰버시 영화사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사 홍보담당으로 일하던 조나단 드미는 ‘필름 데일리’에 영화평을 기고하고 ‘퓨전’에는 록 비평을 썼다.

16mm 단편영화 '굿 모닝 스티브'를 만든 조나단 드미는 영화감독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많은 동세대 감독들처럼 그 역시 로저 코먼 프로덕션에 들어가서 영화를 시작했으며 처음 한 일은 음악 코디네이터였다. 

조나단 드미는 '양들의 침묵'(1991)으로 메이저 무대에 데뷔했다. '양들의 침묵'은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주었다. '양들의 침묵'에서 조나단 드미는 인육을 먹는 심리학자와 연쇄살인범을 쫓는 FBI 여형사의 이상한 관계를 통해 일상의 그림 뒤에 숨어 있는 중산층의 공포를 그려냈다.

이어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의 실화를 영화화한 '필라델피아'(1993년)를 통해 에이즈 문제와 이를 둘러싼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ebs 세계의명화 '필라델피아' 2월 4일(토) 밤 10시 45분 방송.

사진=영화 '필라델피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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