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송강호x 정우성x 이병헌..무정부주의 각자도생 시대 웃픈 '놈놈놈'

ebs 5일 한국영화특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방송..한국형 웨스턴 오락영화의 진수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2008년 작/러닝타임 139분/방송등급 15세

“딱 한 놈만 살아남는다!” 1930년대,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의 축소판 제국 열차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가 운명처럼 맞닥뜨린다.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 

이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채 태구가 열차를 털다 발견한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친다. 정체 불명의 지도 한 장을 둘러 싼 엇갈리는 추측 속에 일본군, 마적단까지 이들의 레이스에 가담하게 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대 혼전 속.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한국형 서부영화(웨스턴)의 한 전형을 창조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김지운 감독의 장르 도전과 그만의 서명이 새겨진 스타일은 늘 재능 있는 스탭과 배우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가장 서구적이자 대륙적인 장르인, 한국에서는 꿈꾸지 못한 웨스턴을 만들겠다는 김지운의 상상력은 한국인들이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1930년대 만주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찾았다. 

짓밟혀도 꺾여도 살아 남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국적인 캐릭터가 낯선 무법 천지 1930년대의 만주 땅을 누비며 쫓고 쫓기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웨스턴 장르 고유의 쾌감에 덧붙여 아시아적 대륙의 풍모와 문화 충돌 지대의 아슬아슬한 아름다움, 무법자인 마적과 칼잡이 등 웨스턴적으로 새롭게 해석된 캐릭터까지 놈놈놈'은 또 한번 한국 영화가 가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관객에게 펼쳐 보였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초유의 드림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3인의 남자배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한 영화의 크레딧에 이름을 함께 올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이후엔 이런 캐스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재미를 끌어 올린 요인이었다. 

스타일의 극한, 카리스마의 극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코미디의 극한 등 각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100% 가동시킨 배우들의 조합은 영화의 재미를 변증법적 시너지로 업그레이드 한다. 

각각 검증된 연기력과 뚜렷하게 대별되는 개성이 한 순간 어울리고 다음 순간 충돌하는 진기한 경험은 폭발할 듯한 에너지로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 하게 만든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세 배우 각각에게, 한국 관객 모두에게 가장 아름답고 흥분되는 절정의 순간으로 기억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활극+코미디+무협+ 어드벤처+액션 = 오락 영화, 그 자체다.

웨스턴을 표방하고 있지만 '놈놈놈'의 성격은 하이브리드다. 당대 최고를 가리려는 절정 내공의 고수들, 칼 대신 총을 든 진검 승부, 만주란 이름의 강호를 떠도는 무리의 무협의 향기, 목숨 따위 하찮게 여기는 쿨한 협기와 법을 초월한 나름의 정의감을 가진 악당들의 레이스에선 박노식, 장동휘, 오지명이 등장했던 60년대 협객 활극의 뉘앙스가 풍긴다. 

한 장의 지도를 차지하려는 추격전은 어드벤처 무비의 흥미진진함을, 인물 박람회 같은 캐릭터 군단과 ‘이상한 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웃음의 코드들은 코미디의 재미로 충만하다. 

하지만 장르라는 거창한 외피 이전에 결국 '놈놈놈'의 핵심은 재미 그 자체다. 배우들이 육성으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신나고 재미있고 즐거운 '놈놈놈'은 오락영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감독은 1993년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도중에 그만두고 연극 현장에서 활동했다. 연극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했으며, 1993년 영화 '어린 연인' 연출부, 1994년 연극 '뜨거운 바다' 연출, 1995년 연극 '무비 무비'를 연출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1997년 '조용한 가족'(1998)이 제1회 씨네21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면서 직접 감독에 데뷔하게 된다.

김지운 감독은 ‘코믹잔혹극’ 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했던 '조용한 가족' 이래 코미디(반칙왕), 호러(장화, 홍련), 느와르(달콤한 인생)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탐색하면서도 각 장르의 고유한 문법을 비튼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그 결과 김지운의 영화들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각 장르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로 자리잡았다. 2008년 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마적, 증기기관차, 아편 향기 감도는 화류계 등 1930년대 무정부주의적 다국적 문화가 판쳤던 만주로 눈을 돌린 웨스턴으로 또 한번 관객들이 보지 못 했던 낯선 장르의 신세계를 펼쳐 보인다. 최근작으로 2010년 '악마를 보았다', 2013년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 2016년 '밀정' 등이 있다.

EBS 한국영화특선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 2월 5일 (일) 밤 11시 방송

사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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