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Robin Hood)=감독: 리들리 스콧/출연: 러셀 크로우 , 케이트 블란쳇 , 막스 본 시도우 , 윌리엄 허트 , 오스카 이삭 , 마크 스트롱 , 대니 휴스턴 , 매튜 맥퍼틴 , 케빈 듀란드 , 마크 애디 , 스코트 그림즈/제작: 2010년 미국/ 러닝타임: 140분/나이등급: 15세.
리들리 스콧 감독은 구전 속에서 익히 들었던 초롯빛깔 옷을 입은 로빈 후드 이미지를 모두 깨부숴버렸다.
일단 그는 로빈 후드가 마치 역사적 현장에서 용맹하고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의로운 일을 도모한 듯 로빈 후드를 해석했다. 러셀 크로우가 표현한 우직하고, 용맹한 인상의 로빈 후드의 모습이 나쁘지 않다.
감독의 특기인 스펙터클한 전쟁 신 연출 역시 '로빈후드'의 중요한 볼거리다. 9대의 카메라, 1500여명에 달하는 스턴트 배우, 150대의 수레, 2만5천여벌의 의상이 투입됐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물량 공세다. 그 위에서 로빈 후드가 프랑스군에 맞서 싸우는 격렬한 해상 전투신이 만들어졌다.
로빈 후드의 정신적 동지로 등장하는 마리온 역의 케이트 블란쳇 역시도 새롭다. 로빈 후드에 의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로빈후드 줄거리
12세기부터 영국 문학사에서 전설로 그려져 내려온 로빈 후드 이야기의 변형은 수도 없이 많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관심은 ‘로빈 후드 이전의 로빈 후드 이야기’다. 일종의 프리퀄처럼 의적 로빈 후드가 어떻게 의적이 됐는지를 그려낸다.
십자군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때, 영국의 리처드 왕과 그가 이끄는 군대의 탁월한 궁수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우)가 전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왕이 전쟁 중에 전사하자 로빈은 동료들과 함께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도중에 그는 기사 록슬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록슬리는 그에게 자신의 칼을 고향집에 꼭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한편, 로빈이 돌아가서 본 영국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상태다. 더군다나 리처드 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존 왕의 폭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사이 로빈은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자유를 갈망하며 왕권에 도전했다가 처참히 처형당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에게는 이제 사명이 생겼다. 아버지와 영국의 민중들을 위해서라도 로빈은 왕권에 반하는, 반역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로빈 후드'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때 외신들은 하나 같이 ‘이제는 거의 사라진 서양의 전사영화가 다시 돌아왔다’고 평했다.
전사 로빈은 누구인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운명의 시험대에 오른 인물이다. '로빈 후드'의 로빈은 여러 모로 영웅서사에 딱 맞는 캐릭터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했고, 신을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운명의 신과 마주해야 한다.
그의 선택이 아니라 신이 그를 선택한 것 같다. 그 앞에서 한 인간이 강인하게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 로빈후드 감독 리들리 스콧
데뷔 때부터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는 종종 ‘혁신적인’이라는 형용사가 붙었다. 특히 비주얼적인 구현에 있어서 그러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영화계로 뛰어들었지만 그의 감각은 살아있었다.
이미 그는 영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광고 연출자였으니 오죽할까. 학창 시절에는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순수회화와 그래픽을 공부하며 미적 감각을 키워왔다.
특히 그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미술 양식에 관심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블레이드 러너'의 피라미드,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엑소더스'의 카이로 등에는 고전적인 미의 양식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는 블록버스터급 에픽물을 통해서는 압도적인 액션 신의 구현을 추구해왔다. '글래디 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로빈 후드'가 대표적이다. 한동안 주춤한가 싶었던 그의 필모그래피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준 작품은 근작 '마션'이다. 화성에 떨어진 사내의 유쾌한 생존기인 '마션' 앞에서 리들리 스콧은 여전히 자신이 건재함을 증명했다.
ebs 일요시네마 '로빈후드' 19일(일) 오후 2시 15분.
사진=로빈후드 스틸컷, 리들리 스콧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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