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허'는 남북전쟁의 장군이자 문인 루 월러스의 원작 소설을 기초로 제작됐다.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원작의 부제가 암시하듯 영화에서도 기독교의 신앙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데, 아기 예수의 탄생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영화도 끝이 난다.
실제로 주인공 벤허는 살아있는 예수와 두 차례 조우한다. 친구의 모함에 의해 갤리선으로 끌려가던 그에게 물을 떠준 사람이 예수였고, 훗날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나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는 자를 찾아간 벤허가 물을 떠준 사람도 예수였다.
영화 '벤허'는 로마의 압제와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왕자에서 죄수로, 노예에서 귀족으로 신분이 뒤바뀌며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한 유대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과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교차시키며 우정과 배신, 증오와 복수, 화해와 용서, 나아가 사랑과 구원이라는 보편적이지만 심오하고 궁극적인 종교적 주제를 장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다.
# '벤허' 줄거리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지 26년, 예루살렘에서 제일가는 부호 명문가의 장자 유다 벤허(찰턴 헤스턴 분)는 로마의 호민관이 돼 돌아온 옛 친구 메살라(스티븐 보이드 분)와 반갑게 재회하지만 유대와 로마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두 친구의 우정도 예전 같지만은 않다.
벤허 집안은 많은 노예를 거느린 예루살렘의 부호이며 벤허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시대의 유대인이다. 로마 지배하의 예루살렘에 신임 총독 클레이투스가 로마군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다. 사령관 메살라(스티븐 보이드)는 어렸을 때 친구인 벤허(찰턴 헤스톤)와 기쁘게 만난다.
신임 총독 취임식 날, 화려한 행진을 구경하던 누이 티르자의 발 밑에서 기와 한 장이 떨어져 나가 공교롭게도 신임 총독의 머리에 맞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벤허 일가는 총독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반역죄로 몰려, 어머니 미리암(마사 스콧)과 누이는 로마군에게 끌려가고 벤허는 노예가 되어 갤리선의 노를 젓는 중노동을 하게 된다.
메살라는 벤허 일가의 억울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나 권력에 도취되어 옛 친구의 일가가 몰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한편 벤허는 자신이 타고 있는 선단이 습격을 받아, 사령관인 아리우스(잭 호킨스)가 바다에 떨어져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 준 일이 인연이 되어 자유인이 되고 그의 양자로 입적된다.
이후 로마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고 로마 제일의 검투사가 되어 어머니와 누이를 만난다는 희망을 안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어머니와 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재회의 기대는 사라지고 에스터를 만나 옛사랑을 확인한다. 이때 메살라는 벤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감옥에서 문둥병을 앓고 있는 모녀를 문둥병 마을 골짜기에 버리라고 지시한다.
벤허는 그때 마침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전차 경주에 출전하여 메살라와 경쟁하게 된다. 메살라는 벤허의 전차를 전복시켜 그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대경주에서 전복된 것은 메살라의 전차였다. 그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벤허의 가족이 문둥병 마을 골짜기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의 말을 듣고 달려간 벤허는 몰라보게 변한 어머니와 누이를 보고 슬픔에 잠긴다.
한편 나사렛에서 예수의 설교를 듣고 감동을 받은 에스터는 기적을 일으킨다는 예수에게 어머니와 누이를 데리고 가자고 권한다. 벤허는 가족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의 예수에게로 간다. 그날은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되는 날이었다. 목말라하는 예수에게 물을 주다 채찍으로 맞기도 한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둔다. 바로 그때 어머니와 누이에게 기적이 일어나 문둥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 벤허는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 '벤허' 감상포인트
'로마의 휴일(1953)'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벤허(1959)'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 1,500만 달러가 투입된 초호화 대작이다.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재수입, 재개봉이 끊이지 않는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의상디자인상, 음향상, 편집상, 특수효과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해 종전까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가 보유하고 있던 10개 부문 수상 기록을 깨뜨렸고, 훗날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1997)'과 함께 아직까지 그 기록이 유지되고 있는 거작이다.
특히 격렬한 해상 전투와 15분간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전차 경주 신은 영화사에 빛나는 명장면으로 아직까지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벤허' 감독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1902 ~1981)
1902년에 태어나 1981년에 세상을 뜬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는 감독이자 프로듀서, 각본가이다. 와일러는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 창립자의 사촌이었다.
어릴 때부터 콘서트, 오페라, 영화 등을 접하게 해준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1923년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잔심부름부터 시작해 1928년 첫 영화를 감독하고 1936년 발표한 '공작 부인(Dodsworth)'을 시작으로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작은 여우들(The Little Foxes)',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ess)',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등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미니버 부인(Mrs. Miniver)', '벤허(Ben-Hur)', '우리 생애 최고의 해(The Best Years Of Our Lives)'의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벤허(Ben Hur)=감독: 윌리엄 와일러/주연: 찰턴 헤스턴, 잭 호킨스, 하야 하라릿, 스티븐 보이드/제작: 1959년 미국/러닝타임: 109분/나이등급: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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