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파란리본 단 배우들..할리우드 판 '촛불집회' 방불

이란 영화 '세일즈맨' 외국어영화상 수상.. 엠마스톤 '라라랜드' 6개 부문 싹쓸이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27일 열린 2017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란 작품 '세일즈맨' 공식 포스터. 세일즈맨을 연출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해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했다.

27일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은 할리우드 판 '촛불집회'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반 트럼프 기류가 아카데미 시상식 내내 장내 분위기를 장악했다.  사회자 부터 노미네이트된 영화 관계자들까지 거의 한결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규탄하고 보이콧하는 의사를 표현했다.

일부 배우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파란색 리본을 달고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미국 LA 돌비극장에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메디언 지미 키멜은 오프닝부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미 카멜은 "트럼프 때문에 국가가 분열됐다"며 "미국이 하나로 뭉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걸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려 한다"며 "지난해 오스카상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는 트럼프 덕분에 그 이야기가 사라졌다"고 재치있는 멘트와 웃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공격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반 이후 지미 키멜은 "평소 트위터를 즐겨 이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상식 중 전혀 트위터 멘션을 적지 않았다"고 언급해 시상식장에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지미 카멜은 무대 위 스크린에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띄운 채 즉석에서 메시지를 보내려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수상 내역 역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예전과는 달랐다.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 두 남녀 흑인 배우가 나란히 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문라이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마허샬레 알리는 수상 이후 "훌륭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기쁘다"라고 울먹였다. 

'문라이트'는 이날 작품상도 수상했다. 이 와중에 작품상 수상작이 담긴 봉투가 뒤바뀌는 바람에 처음에는 '라라랜드'가 작품상이라고 발표됐다가, '라라랜드' 관계자들이 무대에서 수상작을 '문라이트'로 정정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감독은 "꿈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났다. 정말 감사하다. 이 분들이 오랫동안 무대에 올라와 계셨는데 이렇게 돼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라랜드'도 이날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이나 남녀 주연상 만큼이나 외국어영화상에 쏠렸다.

이란 영화 '세일즈맨'의 외국어영화상 유력 후보였는데, 실제로 '세일즈맨'은 이 상을 수상했다. 

'세일즈맨'을 연출한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리 수상자의 수상 소감이 마무리되던 순간엔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이란 출신 감독이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정책에 대해 불참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을 향한 지지의 뜻을 보낸 것이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대리 수상자를 통해 "제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면 우리 국민들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미국 이민국의 결정에 따른 저희의 의견을 표시하는 기회로 삼겠다. 지금 전 세계를 우리와 적으로 나누는 그런 행동은 전쟁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우리 나라도 그동안 희생양이 됐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명시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차별 정책을 비판했다. 

파르하디 감독은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로써 파르하디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번째 같은 상을 수상한 첫 이란인 감독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우리 사이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분장상을 수상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도 수상 후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다. 모든 이민자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간접적으로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을 꼬집었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투어 버스를 타고 온 관객들을 상대로 한 세러머니도 진행됐는데, 투어객 중 특히 흑인 부부가 눈에 띄었다. 

결혼을 앞둔 이 흑인 부부는 니콜 키드먼, 옥타비아 스펜서,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배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또 덴젤 워싱턴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즉석에서 그를 자신들의 결혼식에 초대해 유쾌한 웃음을 낳았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 흑인 예비 신부에게 즉석에서 결혼 선물로 선글라스를 건네기도 했다. 아카데미측과 배우들이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정책에 항의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온 흑인 관객들을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감독 케네스 로너건)의 케이시 애플렉(42)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예상대로  '라라랜드'(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에마 스톤(29)이 받았다.

감독상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수상했다. '라라랜드'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주제가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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