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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건맨 |
영화 '석양의 건맨'은 서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상금 사냥꾼들의 추격전이 소재다. 이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오로지 현상금이 걸렸는지 여부로만 판가름 날 뿐, 선한 자와 악한자의 구분은 모호하다.
과거를 전혀 알 수 없는 총잡이 몽코는 현상금을 위해서라면 악당보다 더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그리고 몽코와 잠시 동업을 하는 몰티머는 뭔가 사연을 품고 악당을 추적하지만 그 또한 현상금이 걸린 범인들에게 무자비하긴 마찬가지.
몽코와 몰티머는 감옥에서 탈출한 인디오와 그의 부하들을 상대하기 위해 손을 잡기로 하고 인디오 조직의 안팎으로 침투하지만 인디오 또한 만만한 사내가 아니다.
쫓고 쫓기던 관계가 잠시 역전되나 싶더니 몰티머와 인디오의 사적인 원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둘은 현상금을 놓고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잠시 비켜난다.
칼을 사용해서 오랫동안 대결을 펼치는 무림고수들의 대결과는 달리, 총을 사용해서 단 몇 초 만에 승부가 갈리는 서부의 대결인 관계로 둘의 대결은 허망하게 끝을 맺는다. 영화 '석양의 건맨'은 그런 비정하고 허망한 대결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석양의 건맨' 줄거리
서부의 어느 작은 마을에 현상금 사냥꾼 몰티머(리 반 클리프 분)가 나타난다. 전직 육군 대령 출신인 그는 노련한 솜씨로 도망자의 은신처를 찾아내서 손쉽게 해치운다.
그리고 현상금을 수령하면서 다른 현상금 사냥꾼 몽코(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얘기를 듣는다. 몰티머는 자신이 뒤쫓을 범인을 이미 뒤쫓고 있다는 현상금 사냥꾼에게 흥미를 느낀다.
한편 감옥에 수감돼 있던 인디오(지안 마리아 볼론테 분)라는 극악무도한 악당은 부하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는 예전부터 계획했던 은행털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부하들을 마을로 보내 염탐을 시작한다.
몰티머와 몽코는 이들의 행동이 수상쩍은 것을 눈치 채고 지켜보다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인디오에게 사적인 원한이 있는 몰티머와 인디오 일당의 목에 걸린 현상금에만 관심있는 몽코.
이들은 힘을 합치기로 하고, 몽코는 인디오 조직에 가담하는 방법으로, 몰티머는 일당을 외부에서 감시하는 작전을 펼친다.
몽코는 인디오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작전은 손쉽게 성공을 거두는 듯 싶었지만 이들 조직은 예상 밖의 방법으로 은행을 터는 데 성공하고, 몰티머와 몽코의 정체까지 들통 나고 마는데...
# '석양의 건맨' 감상 포인트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3부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고 있으며,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담당해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일본식 표기로 올바른 용어는 아니다)의 특징은 이탈리아인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이다.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미국 근대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서부극의 원류는 1950년대 수정주의 서부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 개척은 사실 인디언 야만인들에 대한 문명인들의 위대한 승리라기보다는 영토 확장을 위한 침탈이었다는 점을 폭로하는 수정주의 서부극은 그간의 정통 서부극과는 달리 인디언의 시각에서 작품이 진행되는가 하면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마저 종종 등장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러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서부극이지만 미국에서 촬영되지 않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주로 촬영되고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에 비해 비주류에 해당하는 본 작품들은 격조가 떨어지고 잔인하고 치졸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조차 삼류 서부극으로 치부됐다.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무자비하게 쏴 죽이는 마카로니 웨스턴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등장하는 격조 있는 정통 서부극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평론가들은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들이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비현실적인데 반해 마카로니 웨스턴은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던 19세기 서부상을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정통 서부극의 서자취급을 받던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런 평가에 힘입어 시대가 거듭될수록 재평가 받을 수 있었다.
# '석양의 건맨'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 1929-1989)
이탈리아 로마 출생으로 무성 영화감독인 빈센조 레오네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영화계에 입문했다. 2차 대전으로 황폐화된 유럽 영화산업이 그 주도권을 미국에 내준 시점에 유럽에서 작업하던 많은 미국영화의 조감독으로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1960년 <오드의 투기장 (The Colossus Of Rhodes, 1960)>이란 작품으로 연출가에 데뷔 했으며 ‘스파게티 웨스턴의 탄생’을 알린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로 시작해서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옛날 옛적 서부에서 (1969)>등의 작품으로 미국식 영웅 신화를 깨트리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확실히 자리잡는 데 성공한다.
이후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와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971)>을 발표한 뒤 오랫동안 은둔에 들어갔다가 1984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라는 그의 최대 걸작을 발표한다.
스파게티 웨스턴 전문이라는 오명을 떼어버리게 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삶을 4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동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편집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후 등장한 어떤 작품도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필름누아르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는 ‘옛날 옛적 러시아에서’라는 프로젝트로 러시아혁명을 담아내려고 했지만, 1989년에 사망했다.
영화 '석양의 건맨'(원제: For a Few Dollars More)=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리프, 지안 마리아 볼론테, 조셉 에거/제작: 1965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러닝타임 : 130분/나이등급: 15세.
ebs 일요시네마 '석양의 건맨' 23일 (일) 오후 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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