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한 모텔 10명의 살인 동거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아이덴티티.

아이덴티티(원제: Identity)=감독: 제임스 맨골드/출연: 존 쿠삭, 레이 리오타, 아만다 피트, 존 호키스, 알프리드 몰리나/제작: 2003년 미국/러닝타임 : 90분/나이등급: 15세
 
# '아이덴티티' 줄거리

폭풍우가 쏟아지던 깊은 밤, 네바다 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한 모텔에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던 10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중년 부부와 아이, 여성배우와 그의 운전기사, 경찰과 그가 호송하고 있던 살인범, 라스베이거스에서 막 결혼을 하고 오는 젊은 남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고향으로 향하던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 등이다. 

여기에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가세한다. 사나운 폭풍우로 사위가 흐려지자 사람들은 어둠과 폭우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내 모든 통신이 두절되고 만다. 모델에 갇힌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이어서 여성배우가 급작스레 살해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녀의 잘린 머리와 9호실 열쇠가 세탁기에서 발견된다. 다시 또 사람이 죽어나간다. 그때마다 카운트다운을 하듯 죽은 이들의 몸에서 방 번호가 적힌 열쇠가 나온다.
 
# '아이덴티티' 주제

영화 '아이덴티티'는 추리적 재미와 반전의 충격까지,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다중인격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일정 정도 이상의 격한 충돌을 야기하며 공포와 두려움을 극대화한다. 각 인격들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비중도 크게 차이가 없어 캐릭터의 앙상블을 볼 수 있다.
 
# '아이덴티티' 감상 포인트

외딴 곳의 모텔에 모여든 낯선 이들, 그리고 죽음. 영화 '아이덴티티'는 상황 설정 자체가 일단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곧바로 관객은 질문을 던지고 추리를 해나갈 것이다. 

과연 누가 이들을 죽였을까.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그 질문의 답을 가능하게 한다. 그 대답은 다중인격에 관한 이야기에서 온다. 

여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다중인격으로 치료를 받아야하는 살인범 말콤(프루이트 테일러 빈스)의 서로 다른 인격들이라는 설정이다. 

말콤의 인격 가운데서 마치 형사처럼 보이는 에드(존 쿠삭)는 말콤의 치료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맬릭(알프리드 몰리나)이 임의로 만들어낸 인격이다. 

한편, 영화' 아이덴티티'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갖고 간다. 하나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현장으로 액자 안의 이야기다. 액자 밖은 사형선고를 받은 다중인격의 살인범 말콤을 화자로 내세워 자신의 심리를 드러내게 한다. 

특히 감독은 살아남은 4명의 등장인물들이 한방에 모여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는 밀실장면을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인물들 사이에 극적이고 극한 감정적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 '아이덴티티' 감독 제임스 맨골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연출을 하기 이전 <올리버와 친구들>(88)의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데뷔했다. 감독 데뷔작인 <헤비>(1995)로 미국 독립 영화계와 평단의 주목을 받는다.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처음 만나는 자유>(1999), <앙코르>(2005) 등을 통해 감독은 자기만의 아픔으로 철저히 혼자가 됐던 인물들이 차츰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장기처럼 그려왔다. 

'아이덴티티'는 스릴러 장르의 전형적인 규칙을 충실히 따르면서 결정적 반전을 심어뒀다. 감독 스스로가 '아이덴티티'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1954),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 존 카펜터의 <괴물>(1982)의 서스펜스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3:10 투 유마>(2007)을 통해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탈출의 시도와 이를 저지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더 울버린>(2013)에 이어 <로건>(2017)까지 연출하며 노쇠한 울버린 그 최후를 그리기도 했다.

ebs 세계의명화 '아이덴티티' 29일(토) 밤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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