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정유라, 미르·K스포츠 게이트 쟁점·일지 총정리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현주 기자] 지난해 1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검사와 수사관에게 뜬금없는 말을 한다.

박 경정은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 지형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를 처음 보도한 <동아일보>는 박 경정의 이런 말에 대해 '황당한'이라는 수식어를 붙혀 기사를 썼다.

하지만 박 경정의 이 말은 결코 황당한 게 아니라는 게 점점 입증되고 있다. 

지난 7월말 <TV조선>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이후 9월20일 <한겨레>가 이들 재단의 뒷배경에 최순실씨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고 박근혜 정부의 폐부를 후비고 들어가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대응할 가치도 없다", "유언비어는 법적 조치할 수 있다"던  권력 핵심부의 태도도 선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불법이 있으면 누구라도 처벌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적대던 검찰도 갑자기 칼질에 속도를 붙히고 있다.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이 사건을 배당한 것 자체가 검찰 수사 결과를 미리 예고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수사가 본격화하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검찰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최순실-정유라-차은택-고영태-더블루K  등으로 어지러울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된 이번 사건의 주요 일지와 쟁점을 중간 정리해봤다.

◆ 8월5일, <TV조선> "의문 투성이 쌍둥이 재단 미르·K스포츠"

TV조선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가짜 회의록까지 만들며 기업에서 774억원을 모았다고 특종 보도했다. 미르가 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한 날은 2015년 10월 26일이다. 그런데 당일 설립 허가가 나고 다음날 현판식까지 치른다. K스포츠 역시 신청 바로 다음날 허가가 나왔다.  

법인 신청 후 허가까지 평균 27.2일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혜나 졸속검토일 수밖에 없다.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담당 공무원이 이례적으로 직접 서울로 와서 받아갔다. 

창립 회의록도 매우 부실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회의록이 비슷하다 못해 거의 판박이인데 회의 장소, 회의 순서와 안건 등 참석자 이름만 빼고는 완전히 똑같다. 

창립 총회 당일 대관 기록도 없고 회의록에 등장하는 기업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가짜로 판명되었다. 출연 재산 잔액 증명 등 관련 서류도 없었다.  심지어 K스포츠 초대 이사장 정동구는 회의록이 작성될때 본인이 이사장이 된줄 몰랐다고 한다. 

가장 큰 의혹은 대기업들이 자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두 재단에 일사불란하게 거액의 출연금을 낸 이유와 경위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야권에서는 청와대 안종범 수석의 압력에 의해 전경련이 재계 서열대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재단은 기업들에게 출연금 납부를 독촉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는데 이사회에 보고만 하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무단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었다.

◆ 9월20일, <한겨레> " 최순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정황"

 

최순실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9월20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이다.

지난 5월13일 새로 취임한 정동춘(55)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이 센터는 최순실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센터 관계자들은 “최순실씨는 5년이 넘는 단골손님인데다 집도 가까워 자주 찾아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동춘 원장이 직접 맡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 9월22일, 박근혜 대통령 "비상시국에 비방과 폭로성 발언 난무"

박근혜 대통령은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미르-K스포츠재단 및 최순실 씨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9월23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유언비어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  9월27일, 노웅래 의원  "미르재단 핵심 간부 차은택이 추천해 임명"

지난해 12월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는 차은택씨(왼쪽 흰안경테)./청와대

CF 감독인 차은택(47)씨가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미르재단의 실질적인 운영자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차 감독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2015년 1급 고위공무원인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사장님, 사무총장님, 각급 팀장들까지 (미르재단에) 전부 차은택 단장 추천으로 들어온 건 맞다”라는 미르재단 관계자의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2015년 3월 녹취된 음성 파일에 따르면 차은택 씨의 측근인 대통령 순방 행사 담당업체 대표가 차 씨로부터 들었다면서 돈이 곧 들어올 것이며 그 돈줄은 바로 '재단'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정황상 차씨가 향후 정부측 주도로 어떤 재단이 설립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이후, 체육진흥공단이 2년간 개발한 코리아 체조가 버림받고 한순간에 '늘품체조'로 뒤집히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5 밀라노엑스포 5개월을 앞두고 전시감독이 M교수에서 차은택씨로 교체되면서 관련 예산도 40억이 증가 했다는 논란이 있다.

미르재단 논현동 사무실의 계약에 차은택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 사무실 계약 기간은 2015년 10월24일부터 2년간이며 계약을 맺은 10월24일 현장에서 계약금이 지급되었다. 임차인인 김 아무개씨는 광고업계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차은택과 함께 광고를 제작해 온것으로 알려졌다.

◆ 9월29일, 최순실 이승철 미르-K스포츠 출연 기업 관계자 등 피고발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9월29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그리고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자 등을 뇌물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과 재단에 800억원 대의 자금을 출연한 62곳의 기업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 10월14일, 최순실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특혜의혹

정유라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이 집중 거론됐다.

#1.2015학년도에 입학종목이 11개에서 23개로 확대, 이 과정에서 승마가 포함. 합격생 중 추가된 종목에서 합격한 사람은 정유라씨가 유일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2. 정유라씨 수업불참 등으로 재적경고를 받자 최순실씨가 학교를 방문, 의의제기... 그 후 지도교수 교체 및 학칙 개정(6월 6일자)하며 예외규정 만듬. 개정안 ‘국제대회, 연수, 훈련 교육실습 등의 참가에 의한 경우’에는 출석으로 인정.학칙 개정으로 독일에서 승마 연수를 받던 정유라씨 출석으로 인정. 

#3. 이화여대가 올해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에 선정되는 등 재정지원사업 '싹쓸이'. (자료: 도종환 민주당 의원) 
"전체 사립대학의 절반에 달하는 대학들이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 사업을 하나도 지원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국가장학금을 제외) 이대는 최다선정의 기록을 세웠음에도 졸속 사업추진으로 이대가 자진해서 사업철회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4.  정유라씨의 엉터리 리포트.그래도 B. 정유라씨 리포트 오타에 인터넷 블로그 그대로 베끼기까지... (김병욱 민주당 의원 리포트 공개)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 '운동전 몸을스트레칭하기에도 좋고 운동후 뭉ㅊㄴ몸을풀기에도 좋습니다', '마장마술은 1시간의 몸풀기후 시합이 시자괴는데 이때체력적ㅇ로 받쳐주지못하면 시합을잘치르지못학됩니다. 좋은비구력을가지면 2 마리 3마리 경기를띌 수 있고 경험많은선수는 성장합니다'] 

#5. K스포츠 재단이 정유라씨의 독일 전지훈련 숙소를 구해주기 위해 최소 두 차례 재단 직원을 독일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한겨레 보도).또 최순실씨와 가까운 체육계 인사들은 “최씨가 오래전부터 딸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고 보도. 

◆ 10월 18일," K스포츠 ‘대기업 80억’ 요구 사업, 독일의 ‘최순실 모녀회사’가 주도"

K스포츠재단이 국내 재벌그룹에 올 초 80억원대 투자를 제안한 사업(프로젝트)의 주관사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0)와 딸 정유라씨(20)가 대주주인 독일 현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ㄱ그룹 관계자는 17일 “K스포츠재단이 올 초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80억원 투자를 제안하면서 사업 주관사는 독일의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비덱의  주주 명부에는 최순실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씨(Choi, Seo Won)와 최씨 딸 정유라씨(Chung, Yoora) 두 명만 올라 있다. 최씨는 1만7500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7500유로(약 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돼 있다. 비덱은 최씨 모녀 소유의 회사인 것이다. 이 기업의 매니저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인데, 그는 정씨의 현지 승마코치로 확인됐다.


◆ 10월18일, "최순실, K스포츠 설립 전날 ‘더블루K’ 세워…‘박근혜 가방’ 만든 고영태가 이사"

최순실,고영태, 차은택(왼쪽부터)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을 등에 업고 대기업 자금을 끌어모으려 한 회사가 독일뿐 아니라 국내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K스포츠재단 설립 전날 만들어져 활발히 활동하다 최씨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이 본격화된 지난 9월 돌연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최씨가 국내외에 설립한 비밀회사들을 통해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에서 거둔 수백억원대 자금을 운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 컨설팅 전문기업 ‘더블루K’는 독일에 ‘The Blue K’라는 법인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상업등기소(Handelsregister) 자료 등에 따르면 ‘The Blue K’는 최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더블루K’의 사내이사 고영태씨(40)가 ‘The Blue K’의 대표이사이다.

한국의 ‘더블루K’와 독일의 ‘The Blue K’는 사실상 한몸이고, 두 회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최씨가 있는 것이다. 이로써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에 한국·독일에 설립한 비밀회사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비덱’ ‘더블루K’ ‘The Blue K’ 등 3곳에 이른다.

◆ 10월20일, 박근혜 대통령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있으면 누구라도 처벌"

10월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두 민간 재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거운데 의혹이 의혹을 낳고 그 속에서 불신은 커져가는 현 상황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고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했다.

이어 "재단들이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라며,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 10월22일, "최순실에 잘해준 직원 승진시켜라"  청와대, 대한항공 인사에 개입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봄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으로부터 두 차례의 인사 청탁 전화를 받고 지난 6월30일자로 ㄱ 부장을 승진시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근무하는 ㄱ 부장이 있다. 곧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람에 대해 특별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승진을 요구한 사람은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2~3년째 근무하던 사람으로서 최순실씨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편의를 봐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국내에서 장관급이 오면 인사하고 의전하는 건 관례이지만 민간인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그런 대접을 했다. 최순실씨가 ㄱ 부장에 대해 대단히 고마워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매우 훌륭한 사람이 있더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이 됐다”며 “우리로서는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10월 22일,  최순실 강남 아지트 '테스타로싸' 카페 운영

최순실씨는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테스타로싸’(Testa Rossa·이탈리아어로 빨간 머리라는 뜻)를 설립해 최근까지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카페 1·2층에서는 각종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팔았다. 3층에는 최씨가 개인 숙소로 쓰는 공간이 있다. 최씨는 주로 2~3층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 10월22일, 검찰 전경련, 문체부 관계자 소환 조사

김수남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는 22일 오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 및 재단 인허가 등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직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21일에는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미르재단 실무자 2명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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