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6일만에 청와대가 첫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두로 발표한 것이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무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저희들은 더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널리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운동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범죄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임 실장은 "저희들은 마땅히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검증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이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며 "따라서 저희들로서는 관련 사실에 대해서 그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위장전입 어떤 처벌 받나?
위장전입은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자녀의 좋은 학군 입학이나, 부동산 투기, 선거 때 투표권 확보 등을 위해 악용되는 수법이어서 관련법에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주민등록법은 위장전입은 목적과 상관없이 그 사실만으로 최고 징역 3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민등록법 제37조 3의2항은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은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등록법상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 없이 주소지를 등록하면 위장전입으로 해석된다.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을 시인했지만, 1989년 12월 위장전입 상태를 해소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역시 위장전입을 인정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공소시효는 이미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설사 위장전입으로 판명돼도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 상태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위장전입
이낙연 후보자는 지난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의 위장 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이날 청문위원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배우자가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실제 거주한 것이 맞냐"고 질문하자 이낙연 후보자는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교사인 부인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논현동에 머물렀다고 해명했다가 청문회에서 말을 바꿨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인 그해 12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겼다.
이낙연 후보자측은 이에 대해 애초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일여고에 재직하고 있어서 출·퇴근 편의를 위해 논현동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렇게 추정했다는 것이고 나중에 기억을 살려냈다"며 부인이 강남구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다가 포기했다고 밝혔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위장전입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은 청와대가 지난 21일 후보자 지명을 하면서 스스로 공개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당시 “강경화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며 자녀의 한국국적 포기 및 미국 국적 취득과 위장전입 사실을 알렸다.
조 수석은 당시 국적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경과를 밝혔으나, 위장전입 건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 수석은 “강 후보자 장녀는 1984년 미국 유학 중 출생한 이중 국적자로, 2006년 2월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을 국적을 취득했는데 다시 한국 국적 취득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과 관련해선 조 수석은 “강경화 후보자 장녀가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이화여고로 전학했는데 친척집으로 1년여간 위장전입을 했다”면서도 더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강경화 후보자 본인도 25일 입국하면서 자녀 이중국적과 위장전입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채 "청문회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위장전입 의혹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위장전입을 두번에 걸쳐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 가족은 1994년 3월부터 경기 구리시 교문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가, 1997년 1월 김 후보자를 제외한 부인 조 모씨와 아들은 길 건너편인 교문동 한가람아파트로 서류상 분가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2개월 앞둔 시기였다.
김 후보자측은 "아들의 교육을 위해 부인이 아예 학교를 그만두면서 가족이 모두 서울 중랑구로 이사했고, 친척집에서는 주민등록을 17일 만에 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를 살던 2004년 8월 가족과 함께 미국 예일대 연수를 가면서 목동 현대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후 6개만인 2005년 2월 귀국한 김상조 후보자는 가족과 함께 주소지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다시 변경했다. 중3 아들이 고교 진학을 앞둔 시기였다.
공정위는 2004년의 두 번째 위장전입 의혹(6개월)에 대해 "미국 체류 기간 우편물을 수령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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