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에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이 내정되면서 현 위기정국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나냐는 우려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최재경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 상황을 촉발한 '최순실게이트'를 풀어나가기가 되레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내정자가 대구고 출신으로 지역색이 뚜렷한데다, 이명박 정부 초기 'BBK 주가조작 의혹'과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에서 현 여권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은 경력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검찰수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가 더욱 난감하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30일 오전 입국한 최순실씨의 신병을 검찰이 즉시 확보하지 않고 하루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조차 비난여론이 일어날 정도인데, 최재경 내정자의 캐릭터로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믿어줘야 '최순실 게이트'가 어떤 식으로든 종결이 될텐데,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이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은 우리 정치지형 상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재경 내정자는 대구고 출신이다. 새누리당 내 친박 세력의 좌장 역할을 하는 최경환(61) 의원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김수남(57) 검찰총장은 대구에 있는 청구고 출신이다. 검찰과 함께 양대 사정기관으로 불리는 임환수(55) 국세청장도 대구고 출신이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른 바 '박연차 게이트'의 전초전 구실을 한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사건' 수사의 주역 중 한명이다.
검찰은 2008년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와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대표 등을 각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계속 파고들면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수사가 본격화된다.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를 맡았던 곳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인데, 최재경 내정자는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다. 수사기획관은 중수부의 2인자로서 중수부장과 함께 사실상 중수부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였다.
최재경 내정자는 박용석 중수부장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초기 수사를 이끌면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 검사로 기록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해를 넘겨 계속됐으며, 2009년 1월 검찰 인사에서 최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영전해 자리를 옮기고 대검 수사기획관 자리에는 홍만표 검사가 임명됐다.
이후 이인규 중수부장-홍만표 수사기획관-우병우 중수1과장 체제의 '박연차 게이트' 새 수사팀은 그해 4월 30일 '포괄적 뇌물 수수죄' 혐의의 피의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소환해 10시간 정도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를 받은 후 한달쯤 뒤 노 전 대통령은 자살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한 야권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반대 시위와 광우병 괴담 파동으로 출범 초기부터 위기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가 기획한 수사이며 당시 대검 중수부는 이를 실행한 주역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최재경 민정수석 내정자는 2007년 중수부 수사기획관 직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도곡동땅 실소유자 의혹'과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아 실무 수사를 지휘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이후 최 내정자는 야권으로 부터 '정치검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최재경 내정자는 세월호와도 씻을 수 없는 악연을 갖고 있다. 인천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청해진해운 등에 대한 수사를 맡았는데, 유병언씨를 추적하던 인천지검 수사팀이 유씨를 코 앞에 놓친 후 숨진 채 발견되자 체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 내정자는 검찰 옷을 벗었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당시 인천지검이 유병언씨 검거 작전을 펼치면서 연일 언론에 관련 사실을 흘리며 중계방송을 유도하는 바람에 정작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제작업 실패 책임 등 근본적인 문제는 뒤켠으로 밀려났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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