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이어 김병준까지 잇단 '불통 인사'..불타는 민심에 기름 부었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위기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잇따라 내놓은 인사 조치들이 되레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불을 지르고 있다. 사실상 주변과의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독선적인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드세다.

탄핵과 하야 등 극단적인 목소리를 자제하던 원내 야당들도 "이젠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강경 모드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2일 신임 국무총리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했다. 김병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장기간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어서 일견 친노 등 야권 일부에서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 듯 하지만 실제 상황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내정자를 발표하기 이전에 정치권, 특히 야당측과 전혀 협의절차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반발이유다. 김병준 내정자 개인적인 캐릭터도 중립적인 정치성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출신인데다, 관리형 스타일이라서 지금같이 국론분열이 극심한 위기국면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취임할 국무총리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전반을 통할해야 할 상황이어서 누구보다도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김 총리 내정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8월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논문 의혹이 불거지자 18일 만에 자진 사퇴한 전력이 있다.

당시 그가 받았던 의혹은 △제자 논문표절 △논문 실적 중복보고‧논문 중복게재 △연구비 이중수령 △학위 거래 의혹 등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으로 있던 한나라당측은 이에 대해 "제자의 논문까지 베끼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이 될 수 있느냐"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인사개입설도 부담이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 회장과 생전에 가깝게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는 지난 2003년엔 이상달 씨 추모식에도 참석해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우병우 전수석 장인 이상달 회장 추도식에 참석했던 분이네요”라는 글과 함께 2003년 추도식 상황을 전하는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병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가진 첫 공개 인터뷰에서  ‘우병우 전 수석과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 “우병우 전 수석은 모르고 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 회장은 제 고향 향우회 회장이다. 경북 고령의 향우회가 있다. 그래서 뵌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비판은 드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개각 발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며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정공백 진공상태를 만들어놓고 또 쪽지를 내려보내 총리 인사를 발표했다"라며 "정국이 풀려야 하는데 더 꽉 막혀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치와 대한민국 정의를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혼돈의 도가니에 밀어넣은 장본인인 대통령이 최근 한 일은 90초짜리 사과와 정치검찰의 대명사인 최재경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이며, 오늘 한 일은 바로 그 코드에 맞춰 총리를 즉각 임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어제까지는 부역단 대표, 원내대표가 거국내각쇼를 벌이다가 안되니까 오늘은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기는 커녕 제2차 최순실 내각의 총리를 전격 임명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쇼도 사실은 이런 일을 하려고 짜 맞춘 시나리오 각본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인사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유발시키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누구를 임명했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얘기했지만 국민의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지금까지 책임총리·거국 내각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 마디 상의 없이, 사전 통보도 없이 총리·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오늘 아침행사에서 황교안 총리를 만났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얘기하다가 (박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다. 그 분들도 총리 내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그동안 헌정 중단을 우려해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 주장은 물론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오늘 총리 내정으로 인해 모든 게 바뀔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도 "누가 되든지 개각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 국면호도용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약력>

1972년 대구상업고등학교 졸업 
1976년 영남대학교 정치학 졸업
2002년 3월 ~ 2004년 2월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2003년 4월 ~ 2006년 5월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2004년 6월 ~ 2006년 5월 대통령(청와대) 정책실장 
2006년 7월 ~ 2006년 8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2006년 10월 ~ 2008년 2월 대통령정책특별보좌관 겸 대통령자문(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2008년 2월 ~ 현재 국민대 교수,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사단법인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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