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코멘터리]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오랫만에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독약'과 '보약'을 한첩 씩 선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모처럼 정치 뉴스 헤드라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 역시 박 대통령에게 '병 주고 약 주고' 했다.
두사람 덕분에 야권의 박 대통령 '퇴진' 목소리는 더욱 강고해지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두 사람 덕택에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적잖이 충전받았다.
9선 경력 90살 노정객과 5선의 제1 야당 대표.두 사람이 14일 보여준 말과 액션은 대한민국 정치의 '웃기면서도 슬픈' 자화상 그 자체였다.
정치적 노선이나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날만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공조'를 보여줬다.
두 사람 덕분에, 여전히 뉘앙스 차이가 심했던 각 정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요구사항은 이날 자로 '퇴진'으로 정리됐다.
김종필 전 총리는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아집과 불통 속성을 체험담으로 확인시켜 줬다.
5천만 국민 전체가 내려오라고 해도 절대 제발로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에 한 100만명 정도 모여서 물러가라고 외치면 순순히 물러날 사람으로 알았다면 착각하지 말라는 훈수였다.
고모부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코흘리개 시절부터 지켜본 사람이 하는 말인데 착오가 있을 리가 없다. 박 대통령 은 절대 순순히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 게 확실해 진 셈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야권이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나오게 하려면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
추미애 대표도 같은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돌연 취소하는 바람에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요구사항은 졸지에 '퇴진'으로 정리돼 버렸다.
민주당은 그동안 책임총리니, 2선 후퇴니 갑론을박하며 촛불집회 참여 조차 우물쭈물해왔다.
이제 민주당은 더이상 이런 '찌질한' 행동을 되풀이할 수 없게 됐다.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못하게 된 이유는 소속 의원 다수와 시민단체 원로들이 "이미 국민에게 탄핵된 대통령을 왜 만나느냐"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추 대표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영수회담을 취소한 순간부터 민주당에는 더이상 '대통령' 박근혜는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모든 원내정당이 박 대통령 '퇴진'을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지은 셈이다.
하지만 김종필 전 총리와 추미애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약'도 한첩씩 선물했다.
김 전 총리는 '최태민과 박 대통령 사이에 낳은 아이가 있다'고 자신이 말한 것 처럼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강력 부인했다. 이 풍문은 정유라, 장시호 와 맞물려 박 대통령에겐 치명적인 도덕적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딱부러 지게 부인했으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 하나를 던 셈이다. 최태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떳떳해질 수 있게 됐다.
추미애 대표도 박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줬다. 이날 아침 한광옥 비서실장을 통해 영수회담을 자청한 것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를 제 1야당 이 인정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실상 식물 상태였던 박 대통령은 여전히 야당 총수가 만나길 원하는 '영수'로서의 존재감을 확인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받은 두 첩의 '보약' 덕분에 청와대를 굳이 내발로 나갈 필요는 없겠다는생각을 더 다지게 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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