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세월호 '진상규명' 없이 '지지도'만 신경쓴 국정원 보고서 공개..국민 무시도?

이혜원 기자 승인 의견 0
<사진=JTBC캡처>

[스타에이지] 16일 저녁 JTBC뉴스룸은 국정원이 작성한 뒤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불과 두달 후인 6월 19일부터 27일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 이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칭하면서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한 투쟁을 제어해야 한다"고 돼 있어 당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던 태도가 담겼다.

JTBC에 따르면 당시는 실종자 12명에 대한 수색이 한창 진행되던 때이지만 해당 보고서에선 진상 규명이나 선체 인양, 희생자 가족 지원에 대한 대책이나 제언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에 미칠 영향과 국정운영 정상화에만 집중했다.

문건에는 '비판 세력이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투쟁을 재점화하려는 기도를 제어해야 한다'며 그 방안만 길게 설명하고 있었다. '중도 성향 가족대책위 대표와 관계를 강화해 우호적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특히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며 '여론 조작'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언까지 했다.

'비판 세력'의 국정 발목잡기가 부담이라면서 그 해 6·4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진보교육감이나 세월호대책회의,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거론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매체별 논조차이가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보수지가 정부 비판에 나서는 데다, 방송사 노사 갈등, 종편의 독자행보 강화가 부담을 준다는 분석까지 덧붙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꺼내든 '국가 개조론'에 대해 "국민들의 성급하고 높은 기대감이 걸림돌"이라며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대통령님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하반기 국정운영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문건은 국정원이 대외 보고서를 낼 때 적용하는 복사시 워터마크가 나타나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JTBC 취재진은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불화 끝에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떠난뒤 올해 8월 간암으로 별세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족의 양해를 얻어 유품을 살펴보던 중 보고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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