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 손연재 김연아 김동성, 엇갈린 희비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과 이권챙기기 불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희비를 갈리게 하고 있다.

늘품체조 행사 참여를 거부한 피겨 김연아와 장시호의 감독직 제의를 거절한 쇼트트랙 김동성은 본의 아니게 선경지명 있는 '소신 스타'로 평가되는 반사이익을 봤다.

반면 늘품체조에 들러린 선 리본체조 손연재와 장시호와의 관계 때문에  검찰 조사실까지 불려간  스피트스케이팅 이규혁은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 처지가 됐다.

◆ 이규혁, 비운의 스타에서 비리 공범 혐의자로  

이규혁.<출처=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홈페이지>

이규혁의 경우 사건 초기 장시호와의 관계를 묻는 언론에 "그게 누구냐?"고 되묻기까지 하며 발뼘하다가 결국 장시호와 20년 지기 절친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쓸어담았으나 오직 올림픽 메달만 없어 비운의 선수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는 한국 스피트스케이팅의 전설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이사를 맡을 때도 해도 이규혁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센터는 빙상스타 이규혁의 종말을 고하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장시호가 주도해 설립한 센터는 결국 장시호의 농단에 의해 하루아침에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장시호는 센터 운영비조로 삼성그룹에서  받은 16억원 중 11억원 정도를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 등으로 21일 구속됐다.

이규혁은 이런 장시호를 모른다고 발뼘하며 여론과 검찰의 칼을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모든 건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 

정시호는 누림기획이라는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만들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부터 일감을 받고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사업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런데 이 누림기획의 지분 중 70%는 장시호가 보유하고 나머지 30%는 이규혁 몫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이규혁의 집과 누림기획 사무실은 불과 200m 거리, 걸어서 5분도 안되는 이웃에 나란히 있다.

한술 더 떠서 장시호가 이규혁을 ‘아들의 든든한 삼촌’으로 여겼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뉴시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장시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규혁과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장시호는 이규혁과 함께 찍은 사진들에 “이십년 동안 변치않은 ♥ 우정으로~~”, “이젠 아들의 스승이자 든든한 삼촌으로!”,“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글까지 적어놨다. 

이규혁은 지난 15일 검찰에 소환돼 영재센터 운영 및 장시호와의 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추가적인 조사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는 상태다.  

◆ '칭송' 받는 김연아· 김동성...'매도'되는 손연재

늘품체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5천만 원을 들여 만든 생활체조다. 구속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1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늘품체조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에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런데, 이 시연회가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며 참석을 거부한 김연아는 불이익을 당하고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는 특혜를 받았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KBS가 지난 19일 늘품체조 시연회 불참을 이유로 김연아가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다고 보도하면서 부터다. 

장시호가 지난해 초 '김연아는 문체부에 찍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장씨 측근의 진술도 나왔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면서 '나는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김연아 손' 논란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8월15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광복절 콘서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던 김연아가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의 손을 애써 뿌리쳤다는 동영상이 회자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박 대통령은 김연아에게 다가가 수차례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 때마다 김연아는 굳은 표정으로 손을  빼거나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피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다. 

김연아 측은 “박 대통령에게 정중히 인사했으며 긴장해서 다소 행동이 어색하게 굳어있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늘품체조 불참과 '손빼기' 동영상은 김연아가 올초 '2015년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된 것과 연관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보복설'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김연아는 본의 아니게  '희생양'으로 미화되면서 국민들로부터 더 큰 격려를 받게 됐다.

반면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는 과거 행적들까지 들춰지면서 곤욕을 치뤘다.  

손연재는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진료를 받았던 차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연패 후에는 이 병원에 떡까지 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눈초리에 시달리고 있다.  

손연재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차움에는 2014년 초부터 건강검진과 체조선수에게 이상적인 식단구성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방문하였으며 검진·약처방 및 치료비를 정상적으로 수납했다"고 밝혔다.  

떡을 돌린 것도 "아시아 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뒤 당시 대한체조협회와 후원사, 의료기관, 지인들에게 일괄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연재가 올해 2월 대한민국 체육대상을 수상한 것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것에 대한 보답이 아니냐는 것이다. 갤럭시아SM은 "손연재는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대상 수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고 대한체육회의 선정에 따라 수상을 했다"고 해명했다.  

리우올림픽 때 손연재 어머니가 AD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논란이 됐다. 손연재측은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SBS에 할당된 몫으로 손연재 선수의 메달 획득에 대비해 경기장 안팎에서 어머니의 방송 출연 및 밀착 취재를 목적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에 짐땀을 흘려야 했다.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의 경우 장시호로부터 강릉시청의 빙상 감독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혜안을 가졌다'는 칭송을 듣게 됐다.

김동성은 "장시호의 빙상 감독 제안을 받았을 당시 정부 인사들까지 개입하는 등을 보며 이상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장시호의 감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동성은 "장시호가 저한테 '딜'을 했다. 강릉시청 코치, 감독 자리를. 김종 차관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고민 끝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동성은 장시호의 청을 거절하고 빙상계에서 사실상 물러났는데, 이 또한 최순실-장시호 측의 보복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진 상태다.

 

사진제공=겟잇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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