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기업은 망해도 오너는 3대는 간다"

2일 '사망선고' 한진해운 몰락 주역 최은영 회장은 여전히 재벌급

김현주 기자 승인 2019.03.05 14:41 의견 0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사진=포커스뉴스 제공

한진해운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은영 회장 일가는 여전히 알짜 대기업을 운영하며 건재하다. 최은영씨와 그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으로부터의 수주가 줄면서 예전만 못하지만 최은영 회장 일가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매출실적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런 탓에 2일 한진해운의 '사망선고'에도 불구하고 유수홀딩스 주가는 1.4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수홀딩스는 최은영 회장 및 최 회장의 가족 등 특수관계자들이 전체 주식의 47.05%를 보유하고 있다. 유수홀딩스의 2일 현재 시가총액은 1755억원이다. 최은영 회장 일가의 재산은 유수홀딩스 주식만해도 800억원 남짓 되는 셈이다.

최은영씨는 2015년 6월 부터 유수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유수홀딩스는 운송주선업과 선박관리, 선사 IT솔루션 등을 사업내용으로 하는 회사다. 몬도브릿지, 유슈에스엠, 유수로지스틱스, 트리플스 등 17개의 자회사 및 관계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준 재벌급 기업이다.

한진해운의 해운업 관련 알짜배기 주변 사업들을 일찌감치 최은영 회장 일가에게 몰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수홀딩스의 자산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645억원이다. 부채는 1974억원이다. 순자산만 2671억원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유수홀딩스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말까지만 3554억원이었다.  4분기 까지 합치면 지난해 연 매출은 5천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유수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11억원, 단기 순이익은 96억원이었다.
 
한진해운의 몰락과 함께 유수홀딩스와 최은영 회장의 미래도 불확실해지긴 했지만, '기업은 망해도 오너는 3대까지는 간다'는 대한민국 재벌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이 다시한번 입증한 셈이다.

앞서 최은영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길 때도 밀린 급여 및 퇴직금 97억원과 유수홀딩스 등 재산을 챙겼다. 

최은영 회장은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채권단에 넘길 때에도 사전에 주식 97만여주를 팔아 치워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면하는 절묘한 재산관리 능력을 보였다.

반면 한진해운 주식에 손 댄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진해운은 주식시장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만 빼나갔다.

한국거래소는 2일 오전 11시 24분부터 한진해운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이날 오전 9시 장 개시부터 매매거래 정지 때까지 외국인 등 기관 투자자들은 한진해운 주식 180만주를 팔아치웠는데, 이 물량 대부분을 개미들이 고스란이 사들였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한진해운 주식은 총 178만주였다. 한진해운의 최종 종가가 주당 780원이니,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휴지조각이 된 한진해운 주식에 쏟아부은 돈만 13억8천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론적으론 한진해운 청산 시 주주들도 배당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금액이 얼마나 될 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파산재산 배당시 주주 몫은 마지막 차례에나 돌아온다. 한진해운의 외상채무와 밀린 세금, 공과금, 국내외 각종 채권 등을 모두 갚은 다음에 그래도 남는 돈이 있어야 주주들은 한푼이라도 건질 수 있다.

한진해운 몰락 주범인 최은영 회장은 여전히 재벌급 부를 향유하는 반면 순진하게 이런 기업에 쌈짓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마지막 푼돈까지 털린 셈이다.

한진해운이 경영이 무너진 시점은 지난 2008년부터다.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사망한 이후 2008년 최은영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경영이 급격히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최은영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후 한진해운의 경영실적은 퇴보를 거듭했고 급기야 최 회장은 2014년 시숙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받고 경영권을 일부 넘겼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조양호 회장은 2016년 4월 한진해운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각국 항구 정박료와 6500억원의 연체거래 대금, 5조원 가량의 금융차입금을 안은 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은영 회장에 대해서는 “단지 오너라는 이유로 갑작스레 대표이사에 오르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돼 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참극을 맞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은영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해운업계의 단기 호황을 장기 호황으로 판단해 10년 이상 장기 용선계약을 줄줄이 맺었고, 이 바람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인 운임은 주는데 고가의 장기계약 용선료는 꼬박꼬박 내야하는 상황이 최근까지 지속됐다.
  
최은영 회장은 회사의 어려움 와중에도 수십억원의 임금은 꼬박꼬박 챙겼지만 회사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사재출연에는 극히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여론과 당국의 압박에 밀려 지난해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면서 “개인재산의 3분의 1을 내놓는다”해 강조해 빈축을 샀다.
 
최은영 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제가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다 나와서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답해 듣는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은영 회장은 롯데그룹 가문의 일원이기도 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조카이다. 최은영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의 장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과는 사촌 관계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도 최은영 회장의 외삼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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