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걸린 김재열, 위증죄와 뇌물죄 사이

김재열 "영재센터 16억원 지원 김종 차관이 압박", 김종 "김재열 만난 적 없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거액을 지원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올초까지 최순실의 조카이자 최순득의 딸인 장시호가 주도한 이 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다.

애초 이 돈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 제일기획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 사장인 김재열(48)씨가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동계스포츠 관련 직함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방증으로 여겨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제일기획과 김재열 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 사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최순실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이 돈의 원래 주인은 제일기획이 아니라 삼성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불려나온 김재열 사장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재열 사장은 16억원 지원에 대해 처음에는 “제일기획에서 일하는 임원들과 결정했다”고 했다가 국조위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말을 바꿨다.

그는 결국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부서에서 후원했다고 사후 보고 받았다”고 실토했다. 

김재열 사장은 16억원 지원에 관해 "삼성전자에 글로벌마케팅 누군가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그게 누구냐"고 다그치자, 김재열 사장은 "이영국 상무에게 후원할 때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 있다"고 했다.  
  
이에 장제원 의원이 "삼성전자 상무가 지시한 것이냐"고 되묻자, 김재열 사장은 "삼성 전자 어느 부서에서 결정한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16억원 지원이 삼성그룹과 비선실세와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기 위한 지원인가"라는 물음에 김재열 사장은 "아니다"라며 말을 더듬었다. 

"지원 관련해서 삼성 미래전략실과 함께 만났는가"라는 질문에도 김재열 사장은 "같이 만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16억원이 삼성전자에서 지출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김재열 사장이 자신의 동계스포츠 관련 직함 때문에 혼자 만의 결정으로 지출된 것이었다면, 김 사장 개인의 뇌물공여나 배임죄는 별론으로 하고, 삼성그룹 자체와는 별 관계없는 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16억원을 지출했다면 이 문제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날 동행명령장을 받고 청문회에 나온 장시호는 이 영재센터를 이모인 최순실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은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실질적인 주도자도 자신이 아니라 최순실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최순실에게 정유라의 승마지원 명목으로  80억~300억원의 돈을 지원했거나 지원하려고 한 것이 드러난 상태다.

영재센터 설립을 최순실이 주도했다는 장시호의 말이 맞다면, 삼성이 이 센터에 거액을 지원한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삼성은 어떤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16억원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되레 '비선실세' 최순실에 한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을 수 있다.

결국 이 또한 큰 그림으로 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이재용 부회장의 3세 승계작업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의 삼성 승계'를 음양으로 지원하는 대신 삼성은 최순실 일가의 자금줄이 되어 주기로 하는 일종의 '빅딜' 이후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졌을 공산이 높은 것이다.

삼성이 이 센터를 지원한 직접적인 계기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돈이 지출된 점으로 미뤄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지성 장충기 등 미래전략실 최고위층이 관여했을 것으로 짐작은 가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다.

김재열 사장은 청문회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16억원이 작은 돈이 아닌데 누구의 지시로 줬냐”고 묻자, 김재열 사장은 “김종 전 차관에게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취지에 대해 설명을 무겁게 듣고 후원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김종 전 차관의 말에 심적부담을 갖고 후원 결정을 내렸다”고 거듭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이 일개 문체부 차관의 압력에 겁을 먹고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까지 개입해 16억원의 거액을 순순히 내놓았다는 설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장 김종 전 차관이 반발했다. 

청문회에 같은 증인으로 참석한 김종 전 차관은 이 문제 때문에 김재열 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종 전 차관은 "당시 만났던 사람이 제일기획 사장은 아니다. 삼성 그룹에서 만났다. 원칙적으로 제일기획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며 김재열 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급해진 김재열 사장은 “서울시내 강북에 있는 호텔, 제 기억이 맞다면 플라자 호텔 일식당에서 (김종 전 차관을) 만났다”고 정황증거까지 댔다. 

김재열 사장과 김종 전 차관 중 한명은 위증을 한 셈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청문회 증인이 위증을 하면 1년 이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억원 결제와 관련 품의서를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장제원 의원 역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본부에서 기안을 내서 누구 결제까지 받았는지 품의서를 자료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김재열 사장은 이서현(43) 삼성물산 패션부분 사장의 남편이다. 이건희(74)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이자 이재용(48) 부회장의 매부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동갑내기다. 김재호(52) 동아일보 및 채널A 대표이사 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국제빙상경기연맹 집행위원 등을 맡고 있다.  

사진=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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