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 최순실(60·구속기소)의 목소리가 사실상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개됐다. 지난 10월31일 검찰에 출두할 때도 최순실은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다"고 외마디 내뱉은 것이 전부였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3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순실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됐다.
이날 국민이 처음 확인한 것은 최순실의 육성 자체만이 아니다. 최순실이 얼핏 보이듯 '평범한 아줌마'가 아니라 상당히 교활하고 치밀한 작전구사를 하는 '모사꾼'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명확히 드러났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을 본격화하는데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한 '태블릿PC'를 둘러싼 혼선이 이번 녹취록 공개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순실의 육성 녹취파일이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씨 본인임을 입증하는 스모킹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최순실은 지난 10월 30일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국내 측근을 통해 사건의 실체에 대해 짜맞추기를 시도한다.
비교적 짧은 통화 시간에 최순실은 전화 상대방인 측근에게 상당히 전략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체왜곡을 지시한다.
최순실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초기 시점부터 치밀하게 증거인멸과 허위증언을 교사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첫 번째 녹취 파일에서는 최순실씨는 주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관련된 부분을 언급했다.
자신과 고영태씨가 알게 된 경위와 사업 관계에 대해 허위로 입을 맞추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다.
다음은 이 부분에 대해 박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씨의 육성 녹취 전문.
"그리고 나랑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 사실 고원기획이고 뭐고 이렇게…, 저기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가지고 하려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애."
두 번째 녹취 파일은 주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여기선 최순실씨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리를 안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한 부분도 있다. 최순실씨가 이 사건의 파장에 대해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난 셈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돈을 요구하는 등 파렴치범이고 관련 증거물은 조작품이고 훔친 것으로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다.
다음은 이 부분에 대한 최순실씨의 육성 녹취록 내용.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시키면 다 죽어."
여기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최순실씨가 '조작품'이라며 '훔쳐간 것'이으로 몰아야 한다고 지시한 물건이다.
이는 앞뒤 맥락상 JTBC가 입수해 10월24일 폭로한 '테블릿PC'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는 10월26일(현지 시각) 독일 헤센주의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최씨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태, 차은택, 장시호씨 등도 지난 7일 진행된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한결같이 "최순실이 테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발하던 세력은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고, 결국 9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스모킹건인 테블릿PC가 최순실 것이 아니라면 모든 의혹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비상이 걸린 JTBC가 7일 저녁 뉴스룸에서 고영태와의 인터뷰 및 테블릿PC 입수 경우 등을 상세보도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박영선 의원의 최순실 육성 녹취록 파일 공개로 테블릿 PC를 둘러싼 '범죄적' 의혹의 당사자는 이성한, JTBC에서 다시 최순실과 그의 옛 측근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 전화 녹취록,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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