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로 예정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5차 청문회는 사실상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영천 청도)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7일 "5차 청문회에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이미 5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고, 이만희 의원도 청문위원으로 참석하는 만큼 박헌영 전 과장이 청문회에 출석할 경우 3자 대면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김성태 위원장은 다만 더블루케이 전 직원 류모씨와 고영태씨 펜싱 선배 정모씨의 증인 채택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위증교사 의혹의 당사자인 이만희 의원을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는 인물이다.
고영태씨의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박헌영 전 과장은 위증을 한 셈이고, 이만희 의원은 이를 교사 내지 방조한 공범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 상 청문회에서의 위증죄는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만희 의원이 친박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특히 친박 그룹에는 치명타가 가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들은 즉각 반발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이만희 의원 개인 문제가 아닌것 같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에 새누리당 전체가 공범임을 입증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만희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친박 색이 옅은 인사로 알고있다"며 "이런 성향의 인사들조차 이번 과정에 가담한 걸 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방조, 묵인하는 데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도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민이 대통령을 탄핵해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으로 올려놓은 이 와중에도 변함없이 최순실을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같은 정치인으로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하지만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라며 "국정농단 전모가 드러나기 전 국정감사에서도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진상에 대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만약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이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을 여당 의원이 축소를 시도한 것 자체가 역사에 대한 또하나의 범죄"라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또 이번 박근혜 게이트에 새누리당도 사실상의 공범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이 해체돼야 할 또하나의 이유가 추가된 꼴이다.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고영태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헌영 전 과장에게 “최순실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씨가 아닌) 고영태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 게 고영태씨의 주장이었다.
이틀 후인 15일 청문회에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헌영 전 과장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영태씨가 사전에 예고한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재연됐다.
이만희 의원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금 이 순간까지 박헌영 증인을 만나거나 전화통화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만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면서 "사전에 입을 맞추거나 태블릿PC에 대해 박헌영씨에게 위증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교사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박헌영 증인에게 질의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지난 1차 기관보고부터 태블릿PC에 대한 질의를 해왔었다"며 "태블릿PC는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을 농락했다는 실체적 증거로서 매우 중요한 증거물이었기에 PC의 실세 소유자와 입수 경로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만희 의원은 4차 청문회를 앞둔 지난 13일 태블릿PC와 관련해 제보자들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사실은 있다고 했다.
이만희 의원은 "(고영태씨가 재직한) 더블루케이에서 근무했다고 하는 류모씨와 고영태씨의 펜싱 선배라고하는 정모씨 등이 찾아왔다"며 "이들은 고영태씨의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위증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제보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만희 의원은 "제보자들은 태블릿PC에 대해 '고영태씨는 청문회에서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며 최순실씨도 더블루케이의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들에게 저 태블릿PC는 고영태의 것이니 고영태의 책상에 넣어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고영태씨가 여직원과 박헌영 과장에게 (태블릿PC) 전원케이블을 사오라고 시켰는데 둘 다 맞는 것을 사오지 못해서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도 덧붙혔다.
그러면서 "이런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관계자인 박헌영 증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한 질의를 한 것"이라며 "고영태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희 의원은 "(제보자들과 만날 당시의) 대화 내용을 제 비서관이 녹취했다"며 "그분들의 동의를 얻어 얼마든지 녹취록을 언론인들에게 드릴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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