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에 등장한 고영태, '위증공모'는 미스터리로 남기나

고은 시인 '만인보'에 5.18 때 고영태 부친 희생 등 서술..박헌영-이만희 위증공모 삼자대면엔 불참 의사 밝혀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 원로 작가인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에 한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40)씨의 비극적 가족사가 실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6년부터 2010년까지 4001편의 시를 30권으로 엮은 연작시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의 고향사람들부터 삼국시대 승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인물 등 5600여 명의 행적을 서사시 형태로 기록한 작품이다. 

고영태씨의 부친 고규석씨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희생됐다. 당시 고씨의 부친이 37살, 고영태씨는 5살 때였다.  

고영태씨는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던 중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어머니가 며칠 동안 찾아다닌 끝에 광주교도소 안에 버려져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찾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고영태씨의 가족사는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편에 등장한다. 

여기서 고은 시인은 고규석씨가 1980년 5월21일 광주에서 죽은 일, 부인 이숙자씨가 남편을 찾아 헤매다 광주교도소 암매장터에서 발견한 일, 이숙자씨가 자녀들과 함께 어려운 살림 살이를 한 일, 막내인 고영태씨가 펜싱선수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 등을 서술했다.

다음은 '만인보' 관련 부분. 

“하필이면/ 5월 21일/ 광주에 볼일 보러 가/ 영 돌아올 줄 몰랐지/ 마누라 이숙자가/ 아들딸 다섯 놔두고/ 찾으러 나섰지/ 전남대 병원/ 조선대 병원/ (…)/ 그렇게 열흘을/ 넋 나간 채/ 넋 잃은 채/ 헤집고 다녔지/ 이윽고/ 광주교도소 암매장터/ 그 흙구덩이 속에서/ 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 (…)/ 다섯 아이 어쩌라고/ 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 없는 양반/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광주 변두리에/ 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물 받는 집/ 방 한 칸 얻었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 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

한편 고영태씨는 22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21일 돌연 불참의사를 전달했다. 

고영태씨는 최근 새누리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태블릿 PC와 관련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과 미리 말을 맞추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전 과장과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고영태씨가 예고한 내용대로 질의-응답을 했다.

이와는 별개로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인 이완영,최교일, 이만희 의원이 지난 9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테블릿PC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춘 이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런 탓에 5차 청문회에 고영태씨가 출석하면 박헌영 전 과장과 이만희, 이완영 의원 등과의 3자 대면 심문을 통해 위증 공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고영태씨가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새누리당 국조특위 의원 간 위증 공모 의혹에 대한 규명은 이번 청문회에서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사진=고영태,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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