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구속, 철벽방어 맞선 특검의 핵심카드

우병우 끝까지 "최순실 모른다"..특검, 우회전술로 우병우 철벽 타격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제공>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민정수석 재직 도중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을 방치하거나 협조했다는 의혹에 있다. 

민정수석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대통령 친인척과 지인 등에 대한 감찰이다.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비위혐의를 내사해 권력형 부패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민정수석의 주된 존재이유인 것이다. 

최순실 사건 특검법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내용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검의 수사대상을 규정한 특검법 제2조 9호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최순실 국정농단) 과 관련하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하였다는 의혹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다음해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하고 그후 지난 10월말 사직할 때까지 민정수석실을 지켰다.

이 기간동안 '비선실세' 최순실 일당은 미르재단과 K스포트재단은 물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을 설립하고, 삼성그룹이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독일회사에 거액을 지원하는 등 국정농단의 대부분이 이루어졌다.

대통령 주변인사 감찰을 맡고 있는 민정수석이 장기간에 걸쳐, 그것도 안종범 수석까지 가세해 벌어진 이런 일련의 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어불성설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검사시절부터 상황파악과 주변 장악력에 탁월한 능력을 과시해왔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특수부 검사출신답게 누구보다 눈치빠르고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난 우병우가 민정수석이라는 최상위 권력까지 보유한 상태에서 최순실 일파의 장기간에 걸친 농단을 전혀 눈치채지못했다는 건 무능이상의 국민기만이 아닐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 이유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도 우병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방치 또는 방조를 입증할 스모킹건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가 최순실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 조차 입증하지 못했다면 더이상의 진척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특검은 우병우와 최순실의 관계를 입증해줄 최소한의 정황증거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우병우 인사청탁 파일'과 '포스트잇'인데, 특검은 장시호를 통해 입수한 이 사진 파일을 최순실-우병우가 최소한 서로 모르는 사이는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정황증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 사진 파일에는 경찰청장과 우리은행장, KT&G 등 정·관·금융계 고위직 10여 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와 함께 최순실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민정수석실로 보내라” “추천 중”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 잇’ 메모가 들어 있다. 

특검은 “민정수석실이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 추천을 한 차례 거부하자 이모(최순실)가 왜 청장이 안 되느냐고 화를 내며 통화하는 걸 들었다”는 장시호의 진술도 확보한 것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은 이 사진파일로도 우병우 전 수석으로부터 "최순실을 안다"는 실토를 받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이 파일도 우병우 전 수석의 부당 인사 개입에 따른 직권남용죄 증거로는 쓰일 수 있지만, 직무유기 혐의로 이어가는 데는 별 소용이 없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 탓에 특검팀은 2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 포인트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직권남용  ▲직무유기 ▲ 특별감찰관법 위반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국회모욕죄 등 4개다. 

이 가운데 특별감찰관법 위반과 국호 모욕죄 부분은 내용이 이미 거의 확정돼 있어 오민석 판사가 그 중요도를 어느정도로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다. 

다만 두 죄목 모두 법정 최고형이 5년이하의 징역형이고 작량감경을 통한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은 피의사실이라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받아낼 수 있는 보증수표로 여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 탓에 특검도 구속영장을 받아내려면 우병우 전 수석의 작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건수로는 상당히 많다.

직권남용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정기관 사령탑이라는 민정수석비서관의 권한을 과하게 행사해 공무원이나 민간인 인사에 압력을 넣거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혐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간부 5명에 대한 좌천을 압박했다는 의혹과 CJ E&M에 대한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를 반강제로 퇴직시켰다는 의혹, 세월호 참사 때 해양경찰이 구조 책임을 다했는지에 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 등이 이에 포함된다.

우병우의 민정수석실이 민영화된 KT&G(한국인삼공사) 박정욱 사장과  20대 헬스 트레이너 A씨등 민간인에 대한 인사 검증을 위해 사실상 사찰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법무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비자 수수료 면제 조치를 연장한 것에 대해 외교부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 후 담당자가 좌천당했고 여기에도 우병우 전 수석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우병우 전 수석은 "위법한 지시를 내리거나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G 사장을 비롯한 민간인 정보수집만 해도, 민정수석실이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사정 업무를 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인 정보수집 자체를 범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특별감찰관법 위반혐의도 내용상으로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청와대 측과의 갈등 끝에 사임하고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공무원을 인사혁신처가 당연퇴직 처분하는 과정에 우병우 전 수석이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게 혐의내용이다.

이석수 전 감찰관과 백방준 전 감찰관보는 특검 조사에서 우병우 전 수석이 특별감찰관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늦게 또는 22일 오전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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