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도 언젠간 ‘굿바이 싱글’을 외칠 것이다

“영화 속 고주연 실제로? 있겠죠. 없겠어요?”
“한때 기 죽어 있었지만 다른 깨달음 얻었죠”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그 이름 자체가 강렬함을 대변하는 수식어가 돼 버린지 오래다. 건강미의 중심으로 자리했던 적도 있다. 섹시스타란 여배우로서의 타이틀을 가져본 적도 있다. 영화제 레드카펫의 단골 스포트라이터로 활동한 이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최근에는 여배우로서 도전키 힘든 강렬한 작품에서 특유의 카리스마 존재감을 과시한 바도 있다. 여배우로서 그의 상승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인다. 그는 출발부터 꼭지점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꼭지점이다. 올라가면 내려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내려올 생각이 없다. 대중들이 그의 내리막을 원치 않는다. 김혜수는 그저 아직까지도 김혜수일 뿐이다. 그 이름 석 자에 담긴 의미는 대한민국 여배우의 중심이고 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다. 김혜수이기에 가능하다. 김혜수이니까 김혜수인 것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 속 고주연도 김혜수이기에 고주연이 됐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전날의 뒷풀이 자리 여파가 있는 듯 조금은 피곤한 모습이었다. VIP시사회 후 인터뷰 스케줄을 위해 자리한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목이 늘어진 면티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머리에는 스포츠 모자를 눌러썼다. 대한민국 최고 패셔니스타 김혜수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었다.

“아휴, 무슨 패셔니스타요(웃음) 그거야 일 때문에 보여지는 모습이죠. 인간 김혜수는 딱 이런 모습이에요. 하하하. 집에 있을 때는 딱 이렇게 하고 다녀요. 추리닝차림? 그게 제 유니폼이에요. 하하하. 너무 편하잖아요. 영화 속에서도 고주연이 평구(마동석)네 집에서 있을 때 모습이 나오잖아요. 그게 제 평소의 실제 모습이에요. 화려한 김혜수는 배우란 직업 속에서만 존재하지 실제 김혜수는 편함을 추구하는 자연인이랍니다(웃음)”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늦은 시간까지 동료 배우들과 뒷풀이를 즐기느라 조금은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목소리에서만큼은 생기를 잃지 않았다. 피곤한 모습 속에서 전날 술자리의 여파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물었지만 의외다. 김혜수는 독주는 한 잔도 못마시는 비주류파다. 가끔씩 와인이나 막걸리 한 두 잔 정도가 딱 주량이라고. 외모적인 강렬함에 대부분 오해하는 지점이란다.

“영화 속 고주연도 그렇잖아요. 참 포장된 모습? 하하하. 저 술 진짜 못마셔요. 술자리는 정말 즐겨요. 말 그대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술은 진짜 힘들더라구요. 먹으면 늘어난다고 하는데 전 안돼요. 에휴. 가끔 집에서 와인이나 때로는 막걸리 한 두 잔 정도면 딱 적당한 취기가 올라요. 그렇게 오래 배우 생활을 했는데 술은 안늘어요. 하하하.”

본격적인 영화 얘기가 돌자 그는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이미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데뷔 후 처음으로 이렇게 망가져봤다’며 활짝 웃었다. 김혜수 본인도 사실 너무 즐겁고 신이 난 작업이었다고. 평소 안하던 애드리브도 영화 속에서 쉴새없이 쏟아냈다. 스스로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랬나’라고 할 정도라고.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즐거웠단 말이 연이어 나왔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물론 연기죠. 하지만 ‘척’을 안해도 되니 너무 편하고 즐거웠어요. 주변에서 리얼하단 말씀도 해주시고. 하하하. 아마도 업계 분들이 많이 공감도 하실거에요. 실제 배우들이 그럴 것 같은 느낌을 좀 살려봤어요. 기자회견 가네마네, 현장 가서 혼자 튈려고 하고. 하하하. 그런 분들이 실제로 있냐구요(웃음). 있겠죠. 있을 거에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고주연 같은 인물이 어디 연예계에만 있을까요? 인격적으로 덜 성숙하고 자기만 아는 독불장군. 많잖아요. 누구를 생각하고 연기한게 아니라 고주연을 생각하고 연기를 했을 뿐이에요(웃음)”

워낙 강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알려진 김혜수는 대충이란 말이 통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반면 영화 속 그가 연기한 고주연은 매사가 대충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김혜수와는 전혀 다른 반대편의 캐릭터인 셈이다. 그런 김혜수가 고주연을 연기한단 모습은 사실 언뜻 떠오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스크린 속 김혜수와 고주연은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외의 속내를 털어놨다.

“좋게 봐주시고 재미있어 하시니 저야 다행이죠. 그런데 사실 저 한동안 정말 기가 죽어 들있었어요. 정말 어린 시절 데뷔를 하고 제가 또 어른 역할 전문이었잖아요. 잘한다 잘한다 칭찬만 받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배역이 아닌 김혜수가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됐죠. 그 기간이 스스로 느끼기에 좀 길었어요. 글쎄요 그걸 대중들이 몰랐을까요? 좀 많이 침체돼 있었다고 할까요.”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그런 시기에 다가온 작품이 ‘타짜’였다. 지금까지도 김혜수의 대표 캐릭터를 만들어 낸 화제작이다. 사실 자신이 없었단다. 하지만 무언가를 믿고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영화를 찍을 당시가 자신의 데뷔 20주년 이었다. 도박판의 ‘꽃’으로 불린 ‘정마담’은 자신 없던 김혜수를 통해 희대의 캐릭터로 탄생됐다.

“시나리오는 너무 재미가 있는데 문제가 있었죠. 제가 화투를 몰라요. 하하하. 인간 군상들의 조합이 정말 기가 막혔는데 정작 제가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 제 매니저가 ‘딱 자기인데’라며 용기를 주데요. 그럼에도 전 겁이 났죠. 혹시 구멍이 보일까봐. 그럼에도 매니저의 용기와 거기에 욕심이 더 생긴게 그 팀들이에요. 모두가 다 에이스잖아요. 그냥 날 던져 보자 했죠. 초반 3분의 1정돈 정말 헤맸어요. 하하하. 감독님이 제가 엄살떠는 줄 아셨다니까요.”

에이스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막혀 있던 부분이 터졌다. 이후 그의 또 다른 화제작 ‘차이나타운’이 나온 것이다. 물론 그때도 두려웠다. 무서웠다. 하지만 이내 현장에서 녹아들어간 자신이 보이더란다. 그렇게 김혜수는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두려움의 벽을 하나씩 깨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굿바이 싱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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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그래요. 두려워요. 배우는 다들 그럴 거에요. 송강호 오빠도 그렇다고 하는데 말 다했죠. 하하하. 작품 선택하면 ‘미쳤지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하면서 집에서 진짜 후회해요. 그러다가 또 읽으면 재미있고. 다시 미쳤지를 반복하고. 또 그러다 촬영 3주전 쯤 오면 정말 죽고 싶어요. 하하하. 진짜요. 그러다 회의에 들어가면 막 아이디어를 내요. 그리고 집에 와선 또 막 후회하고. 이번에는 촬영 앞두고 집에서 밥먹다 울기도 했어요. ‘왜 하필 젤 못하는 코미디를 한다고 해서’ 하하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혜수의 입담은 꺼질 줄 몰랐다. 자신의 연기 인생 30년을 한 순간에 털어 놓으며 그 시간 동안 고민했던 지점과 과정 그리고 실수의 순간과 후회의 찰나를 전했다. 하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텼다. 그리고 지금의 김혜수가 남아 있게 됐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대중들에게 제일 고마워요. 고맙죠. 감사하죠. 동료들에게도 고맙고 감사해요.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우리 일이 그래요. 잘난 사람들 정말 많아요. 하지만 결국 혼자 잘나선 절대 못하는 일이에요. 그 잘남 속에 다들 부족한 게 있어요. 그걸 서포트 받고.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그게 연기고 인생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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