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정성구 기자] “팝페라는 다른 가요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동이나 전율이 크게 느껴져요. 편성도 다양하고 소리폭도 높아 고음에서 오는 희열과 전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풍성한 소리에서 오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팝페라 가수 박시연은 팝페라의 매력을 한 마디로 요약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팝페라 가수 박시연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뉴욕으로 유학, 메트로폴리탄 가수들에게 오페라를 사사 받았다. 2년간의 뉴욕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딱딱한 클래식 공연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공연문화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팝페라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뉴욕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왔는데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와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클래식을 대중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가장 적합한 게 팝페라가 아닐 까 생각했죠.”
팝페라(Popera)는 오페라 팝(Pop)과 오페라(Opera)의 합성어로, 팝을 오페라로 부르거나 오페라를 팝 창법으로 부르는 클래식 크로스오버 장르다. 한 마디로 팝과 오페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음악 장르라 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 팝페라 가수로는 임형주와 정세훈 임태경 등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팝페라는 팝을 오페라로 부르거나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는 장르인데 클래식에 뿌리는 둔 크로스오버 장르라 할 수 있어요. 클래식은 같은 노래를 누가 부르냐에 따라 해석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이죠. 워낙 전통과 역사가 있다 보니 깊이가 있어 배우면 배울수록 사골국처럼 우러나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팝페라의 매력에 대해 입이 닿게 소개하는 그녀지만, 그녀가 팝페라 가수로 성장하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도 겪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반대가 유독 심했다. 한국에서 팝페라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엔 대중적인 수요가 부족하다는 게 어머니의 반대 이유였다.
“어머님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뉴욕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당시만 해도 성악가 임형주씨를 포함한 소수의 성악가들이 팝페라 가수로써의 명맥을 잊고 있었죠. 하지만 이후에 색다른 장르를 원하는 대중적 수요가 많아졌고, 오페라스타, 팬텀싱어 등 성악, 뮤지컬 관련 경연 TV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팝페라에 대한 인기도 높아진 것 같아요.”
그녀는 ‘팝페라 가수 박시연’의 이름을 건 단독 공연뿐만 아니라 팝페라 3인조 여성그룹 ‘더카리스(The Charis)’의 리더로써도 활발한 공연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2014년 말 결성된 이 그룹은 성악을 전공한 3인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혼자서 공연을 한다는데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어요. 많은 관객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화음을 넣는다거나 율동을 가미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러명의 그룹이 모여 활동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다 같이 즐기는 공연을 즐기고 싶을 때는 혼자가 아닌 ‘더카리스’란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요.”
더카리스는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The Dream’도 발표하며 음반과 공연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The Dream’은 오페라 장르로 화려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원한 고음, 국악과 절묘한 하모니가 어우러진 곡이다. 침체된 세대를 향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자는 게 앨범을 제작하게 된 취지다.
오페라 가수 박시연은 최근 뮤지컬에도 도전해 음악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혼자 공연 할 때 느끼지 못하는 보람과 성취감을 더욱 느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지난달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초연한 해군 창설과정을 그린 창작 뮤지컬 ‘바다의 노래’에 여주인공 홍은혜 역을 맡아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의 매력은 구성원들이 다 같이 힘들게 연습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을 때 밀려오는 벅찬 감동이 제일 크죠. 또 연습하며 다 같이 힘들고 괴로운 순간을 견뎌내고 공연을 끝냈을 때 전우애, 소속감 같은 게 느껴져요. 앞으로는 작품 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 내년 3월에는 오페라에도 도전해 볼 예정이에요”
솔로와 그룹활동에 뮤지컬까지 ‘1인 3역’ 아니 그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 이 모든 활동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평소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타고난 체력을 무기로 들었다.
“평소 헬스장을 찾아 근력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체력하나는 자신 있었어요. 9월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5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 부산공연이 잡힌 날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11시간을 직접 운전을 하기도 하죠. 운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래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피곤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 것 같아요.”
강인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물론 힘든 순간들은 있다. 무엇보다 공연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공허감, 또한 관객들이 원하는 음악과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사이에서 드는 괴리감도 그중 하나였다.
“체력은 자신 있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감성을 컨트롤 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공연을 끝내고 나서 혼자 집으로 돌아갈 때 마음이 공허해져요. 특히 요즘같이 날이 추울 때는 좀 더 심해지는 것 같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서 오는 괴리감도 힘든 부분 중 하나에요.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를 때 말이죠. 하지만 같은 노래라 해도 관객도 공연환경도 다르고 하니까 항상 새로운 느낌은 받아요.”
평소 공연에서 팝페라를 자주 부르는 그녀. 무대를 내려왔을 때도 여전히 팝페라를 즐겨 부를까?
“평소에는 김광석, 이문세씨 등의 노래를 팝페라로 부르면 어떨까 하고 불러보곤 해요. 옛날 노래들의 템포가 팝페라 가수들이 편곡해서 부르기 좋기 때문이죠. 특히 김광석씨의 노래를 즐겨 부르거나 감상하는 편이에요. 김광석씨의 말하는 가사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찡한 게 있기 때문이죠. 비 올 때나 공연 끝내고 밤늦게 집에 돌아올 때 특히 즐겨 듣는 편이에요.”
음악에 대한 욕심이 남보다 앞선 그녀. 앞으로의 활동 목표는 어떻게 될까?
“상업적인 가수가 아닌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멋있는 노래보다는 진심을 담은 담백한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가 되고 싶은거죠. 또 음악회 등을 통해서 새로운 장르에도 꾸준히 도전해 숨겨져 있는 능력을 맘껏 발휘해보고 싶은 것도 목표 중 하나에요.”
진심을 담아내는 팝페라 가수 박시연. 지금껏 대중들에게 보여줬던 ‘팔색조’ 매력을 이어갈 수 있는 팝페라 가수로서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사진=팝페라 가수 박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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