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이 김선달’ 유승호, 그의 연기는 지금도 익어간다

제대 후 첫 작품 실패 ‘부담감’…“이번엔 즐겼다”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아직도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 모습은 이 배우에게 묘한 아우라를 남기고 있었다. 소년과 청년의 중간 단계에 머문 듯한 인상은 흡사 마법에 걸린 늙지 않은 왕자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영원한 젊음은 이 남자에겐 행복이 아닌 고통이다. 그 고통을 세상은 행운이라고 한다. 그는 고통스럽다. 편안하게 행복하게 나이를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고 마법은 그에게 이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그는 저주에 걸린 것이다. 그 저주가 언제 풀릴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스스로만 풀어낼 수 있다. 그것을 알아가야 한다. 시간이 걸릴 뿐이고 시간이 열쇠다. 영화 ‘봉이 김선달’의 유승호는 그 열쇠를 찾아가는 출발선에 이제 서 있다.

영화 개봉 전 만난 유승호는 먼저 ‘조선마술사’로 제대 후 첫 작품을 선보였지만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물론 유승호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다른 이들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승호는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에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정답을 내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데뷔 후 스타로서만 살아온 이 청년의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너무 스트레스가 컸어요. 정말 죄송한 마음도 컸고. 다른 선배님들과 함께 만든 좋은 작품이었지만 잘 안됐을 때의 그 자괴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사람을 만날수록 자신감도 사라졌어요. 사람들한테 데여서 그런 게 있었는지. 아니면 작품의 실패에 따른 책임감인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스트레스도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요? 그저 혼자 해결해요. 그냥 놔두면 혼자 누그러져요.”

마음의 벽이 생긴 듯 했다. 국민 남동생이란 타이틀도 또래 배우 중 독보적인 ‘스타 중의 스타’란 훈장도 별 소용은 없어 보였다. 그저 스스로를 ‘자신감 없는 사람’이라고 전하는 모습에 안쓰러움도 전해져 왔다. 그래서일까. 자신감 하나로 똘똘 뭉친 구전 설화 속 주인공 ‘봉이 김선달’의 모습은 유승호에겐 맞춤형 캐릭터처럼 꼭 들어맞았다.

“우선 다들 재미있으시다는 반응을 보여주시니 한 시름 놨죠(웃음). 또 사극이냐는 말씀도 많이 들었어요. 제대 후 사극으로 쓴 맛을 봤는데. 아휴 하하하. 그럼에도 ‘봉이 김선달’은 참 끌렸어요. 제 나이가 아니면 절대 못할 캐릭터 같았죠. 젊고 섹시한 사기꾼 김선달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동안 무겁고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마냥 재밌었어요.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짜릿한 희열도 느꼈죠. 유쾌한 현장 분위기 덕에 저도 정말 좋았어요.”

■ “코미디 연기 비법? 뻔뻔함?”

함께 한 배우들이 워낙 영화계에서 코미디로 한 가닥 한다는 고창석과 라미란이었다. 대세 아이돌 엑소의 시우민도 합류했다. 카리스마 배우 조재현은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사실 유승호는 그저 묻어가도 될 듯한 라인업이었다. 그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홀로 느끼고 짊어질 무게감이 충분히 덜어질 것이란 점을.

영화 '봉이 김선달' 중 한 장면

“너무나 엄청난 대선배님들과 함께 한 자리라 영광스럽고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많이 배웠어요. 코미디란 게 정말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저 역시 코미디는 난생 처음이고. 물론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구요. 현장에선 선배님들의 연기를 정말 눈여겨 집중해 봤죠. 시간이 지나면서 포인트가 좀 보이더라구요. 제가 어색해하고 그러면 안되요. 능청스럽게 뻔뻔하게가 중요해요(웃음). 선배님과 감독님이 내가 어색하면 보는 사람도 어색한 거라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구요. 웃긴 변장을 하고 애드리브도 많고 저도 연기하면서 웃음이 터져서 혼났어요. 진짜 촬영이 노는 것처럼 즐거웠죠.”

그 즐거움 속에 유승호는 아주 특별한 경험도 했다. 극중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장을 해 한 남성을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봉이 김선달’ 속 나름의 러브신이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선 관객들을 포복절도시킬 최고의 명장면 하나다. 유승호도 흥미로운 경험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 하지만 나름 끔찍한(?) 경험도 했다고.

“아~~~하하하. 정말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다시는 여장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하하하. 진짜 너무 어색하고 안 어울리고. 전 그냥 남자로서 남자 같은 옷을 입고 사는 게 잘 어울리는구나를 알았죠. 특히 여장 했을 때 상대역인 최귀화 선배님과의 러브신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 무섭기도 했어요(웃음). 촬영 때 ‘워매’ 이러면 다가오시는데 진짜 ‘섬뜩’하더라구요. 그때 알았죠. ‘난 여자를 정말 좋아하는 남자구나’라고. 하하하.”

사실 그렇게 웃고 있었지만 정말 긴장을 해서 온 몸이 아플 정도의 경험도 이 영화에서 해봤단다. 극중 ‘김선달’의 상대역이자 악역인 ‘성대련’을 연기한 조재현과 함께 하는 장면에선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긴장을 했었단다. 조재현이란 명배우와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도 분명했다 하지만 실제 촬영 뒤 그리고 촬영에선 너무 긴장을 해 아무 생각도 못했다고.

“영화 속에서 유독 대립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너무나 엄청난 선배님이라 대사이지만 막말을 해야하는 상황도 있고. 그런데 말이 잘 안나올 정도로 긴장을 했어요. 선배님이 카리스마도 대단하시고. 당연히 그런 걸 느끼시고 먼저 저한테 다가와 주시더라구요. 괜히 장난도 막 쳐 주시고. 진짜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 같아요. 보이지도 않는 새까만 후배한테.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영화 '봉이 김선달' 중 한 장면

■ 멋진 역? 난 싫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처음부터 주연으로 살아왔다. 처음부터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부터 유승호는 스타였고 배우였다. 그런 점이 분명 지금의 유승호에게 도움이 되는 자양분이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점이 지금의 유승호를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의외였다.

“사실 그래요. 난 영화 한 편을 이끌어 갈 그릇 자체가 안되는 데 왜 자꾸 주연 자리만 들어올까.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해봤어요. 배부른 투정이고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욕을 먹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에요. 아시잖아요(웃음). 제 부족한 능력을 탓하는 거에요. 뒤에서 따라가며 누군가를 받쳐주는 그런 위치를 경험해 보고 싶어요.”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었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면 대부분 멋진 남자 혹은 임팩트 강한 악역을 첫 선에 꼽는다. 때로는 자신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를 언급한다.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을 통해 조금은 맛을 봤나 보다. 한 발 정도 더 나아갔다.

“망가지는 역이라기 보단 누가 봐도 지질한 형편없는 인물? 저 정말 잘 할 자신 있어요. 하하하. 그냥 되게 그런 역을 하면서 좀 멋진 척 좀 안해 보고 싶어요. 편하게 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 속에 있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무언가를 꺼내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때 배우로서 시작한 그 시간을 원망해 본 적도 있었단다. 그 시간 속에서 유승호는 갇혀 있는 저주에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 앳된 외모와 여린 가슴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유승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승호는 그때와 지금이 분명 다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승호는 배우란 굴레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을 풀어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아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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