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을 선언한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씨의 깊숙한 국정 개입을 입증하는 이른바 '최순실PC파일'이라는 메가톤급 특종보도를 했다.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개인용 컴퓨터(PC)에서 200여개의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씨가 박 대통령의 발언 전에 해당 연설문 또는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을 사전에 받아 보고, 심지어 수정한 의혹까지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전 유출된 대통령 문건에는 현 정권의 대북 관계 기본 원칙을 밝힌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과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간부들에 대한 인사내용이 담긴 국무회의 발언 등도 포함돼 있다고 JTBC는 보도했다.
JTBC의 이날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안위가 걸린 핵심 정보가 공무원도 아닌 일개 민간인에게 사전에 유출됐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초유의 국기문란, 국정농단 게이트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날 '임기 내 개헌 선언'도 최순실 PC파일에 대한 JTBC의 취재를 감지하고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돌고 있다.
◆ 국정 핵심 기밀 수년간 사전 유출...1차 조사책임 우병우 민정수석 알고 있었는 지 관심
국가 기밀사항에 대한 유출 의혹이 있는 만큼 관련 인물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진상조사와 책임추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설문 유출 등 대통령 직무와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1차적인 조사는 통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는데, 현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도 관심사다.
JTBC는 최 씨 측이 공개도 안 된 일부 청와대 핵심 문건을 수정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문서를 최종 수정한 사람의 PC 아이디가 '유연', 즉 최순실 씨 딸 정유라씨의 옛 이름으로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최 씨가 받은 파일을 단순히 수정만 한 건지, 아니면 이를 누군가에게 다시 건넸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JTBC는 이들 문건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 "최 씨는 곳곳에 사무공간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최 씨와 최 씨 측이 황급히 이사를 가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곳 가운데 한 곳에서 최 씨 측이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하면서 두고 간 짐들이 있었고, 양해를 구해서 그 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최 씨의 PC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JTBC는 이 PC에서 청와대 문건을 수신한 것이 확인된 기간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약 2년간이라고 했다.
앞서 이 방송는 지난 19일 최씨의 측근 중 한명인 고영태 씨가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국정감사장에서 최 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 되는지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 24일 JTBC의 '최순실PC파일' 보도 내용 요약...비서실장 등 인사 문건도 사전 유출
"최순실 씨 PC에 저장된 파일은 모두 200여 개였는데, 이들 파일의 대부분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최 씨가 갖고 있던 박 대통령의 연설문 또는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은 모두 44개였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최 씨가 이 문건을 받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길게는 3일이나 앞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놨다.
대북관계 로드맵이기도 해서 극도의 보안 속에 내놨던 자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로 최순실 씨가 이 드레스덴 선언문 역시 하루 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드레스덴에서 박 대통령 연설이 시작된 건 한국시각으로 3월 28일 오후 6시 40분쯤인데, 최 씨가 파일 형태로 전달된 원고를 열어본 건 3월 27일 오후 7시 20분이다. 하루가 빠른 것이다.
상당수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와 무관한 최 씨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서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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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24일 공개한 최순실PC파일에 들어있던 문건 중 하나인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 연설문 일부. 문건 아래 부분은 빨간 글씨로 적혀 있는데 이것이 최씨측이 연설문을 수정한 흔적이 아닌 지 의심되고 있다. |
최순실 씨가 받아본 청와대 관련 내용은 연설문만이 아니니다. 대통령 주재로 장관들과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인 국무회의 자료도 다수 발견됐다. 이 역시 회의가 열리기 전이었다.
2013년 7월 23일 오전 10시, 대통령은 제32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그런데 최순실 씨는 회의 시작 약 2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8시 12분 대통령 모두 발언 문서를 받았다.
이 뿐만 아니다. 하루 뒤인 24일 박 대통령은 강원도청을 방문해 당선 이후 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최 씨는 전날인 23일 오전 10시 17분 '강원도 업무보고'란 제목의 파일을 받아봤다. 최 씨가 대통령이 발언할 내용을 하루 전에 입수한 것이다.
또 지난 2013년 전격적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단행한 직후에 있었던 국무회의 자료 역시 최 씨는 회의 하루 전 받은 걸로 나타났다.
최순실 파일에 담긴 '국무회의 말씀자료'라는 이름의 문건인데, 2013년 대통령 여름 휴가 직후 열릴 국무회의를 앞두고 대통령 발언을 사전에 작성한 것이다.
해당 문건의 최종 수정시간은 국무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인 2013년 8월 4일 오후 6시 27분이다. 문건 작성 다음 날 이뤄질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사안도 그대로 언급돼 있다.
실제 문서 작성 다음 날인 8월 5일 오전 청와대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비서진을 대거 개편했다. 문서 작성자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작성자를 파일에서 찾아봤는데, 아이디를 확인한 결과 청와대의 대통령 최측근 참모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작성한 이 문건이 왜 누구를 통해서 최 씨에게까지 건네졌는지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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