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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저 헌법학원론(2016년 11판) 1237쪽. |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인 최순실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함로써 일단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 중 한명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씨에 대한 수사가 설사 충실히 이루어진다고해도 여전히 과제는 남는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려면 일응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점은 정치권을 비롯해 대다수가 수긍하는 분위기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의혹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문제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문서 무단 유출 등 두가지다.
둘다 권력을 등에 엎은 민간인의 국정개입이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지만, 굳이 나눈다면 재단 문제는 돈에 관련된 것이고, 연설문 유출 건은 국기문란에 관한 것이다.
국민들 인식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박 대통령의 방조하에 벌어진 사적 인물들에 의한 국정문란이라고 여긴다. 연설문 유출 등으로 드러난 국기문란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인식이다.
연설문 사전 유출과 민간인에 의한 교정보기라는, 정상적인 법치주의 민주국가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봉건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박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최소한 상당 기간 버젓이 벌어졌다는 것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이런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낭독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 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도 기간은 확정하지 않았으나 역시 이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결국 연설문 등 극비문건 유출이 청와대 다른 직원 들에 의해 무단으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라는 건 이미 확증됐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기밀 문건을 무단 유출하는 것은 당연히 현행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 일단 형법상 공무상 기밀 누설죄가 있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법률 상 대통령기록 유출죄가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이들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검찰은 일단 범죄혐의가 있으면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결국 기소여부를 결정하라면 수사 내지 조사가 불가피한데, 검찰이 과연 이런 전인미답의 결정을 할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다수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을 수사할 뜻이 없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해선 “그 당시에는 퇴직 후에 수사가 진행된 걸로 안다”고 했다.
김 장관의 말대로 국내 상당수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개념에는 기소 뿐아니라 수사와 구인, 증인소환 등 일체의 강제수사권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는 지위에 따른 권위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의 해석에 따르면 대통령은 재임 도중에는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설사 살인죄를 저지른다 해도 일체의 수사나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헌법학자들의 '어용적' 학설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헌법의 불소추특권은 말그대로 소추, 즉 기소돼서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확대해석해 소추 이외에 수사나 조사, 증거보전까지 배제한다면 추후 대통령이 퇴임후에는 당연히 해야할 사법처리마저 곤란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 헌법 교과서 기준으로 다수설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말대로 '수사불가설'이다.
이는 국내 헌법학자들이 유신과 5공화국 등을 거치면서 상당수 권력의 눈치를 살피게 된 것에서 연유한다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TK 친박계의 핵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이 '수사가능설'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서울대 법대 헌법 교수출신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도 근무했다. 그의 저서인 헌법학원론은 교과서 수준 저서로는 역작으로 꼽힌다. 이 책은 사법시험 응시자나 로스쿨 재학생 등에게도 필독서로 알려져있다. 학계에서도 정종섭 교수는 권영성, 김철수, 허영 교수 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헌법학자로 꼽힌다.
그의 헌법학원론(박영사 11판) 1234~1238쪽을 보면,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 수사기관은 수사를 할 수 있다. 수사를 하는 이상 수사의 방법으로는 압수, 수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시간이 경과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에 행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언제나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대통령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이해관계충돌의 법리상 대통령의 영향이 미칠 수 없는 독립된 특별수사기관(예컨대 특별검사)으로 하여금 수사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또한 "대통령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인신문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해야 하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강제구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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