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과연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정상적으로 국무총리에 취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들은 거의 모두 김 후보자 지명에 반대하고 나섰다.
김병준 후보자는 총리직을 수락한 이유 등 자세한 내용은 3일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며 국민안전처 장관을 추천하고 임종룡 경제부총리에 대한 언급도 했다고 밝혔다. 비록 아직 법상 효력은 없지만 국무총리의 헌법상 고유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을 사실상 행사한 것이다.
김병준 후보자는 2일 국민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해 총리직을 제안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후보자는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국정의 책임을 다할 총리를 지명하면서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라며 ‘대통령과 독대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을 만난 시점에 대해서는 “캘린더를 봐야 알겠지만 일요일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안전 문제가 급하다 보니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추천)도 제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이날 개각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는 것에 대해 “지금 시국에 어떻게 반대를 안 할 수 있겠느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저 역시 그 의구심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각자 나름의 판단이 있을 수 있겠다”고 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 이후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그동안 탄학과 하야 주장은 물론 촛불집회 참석에도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초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내정자를 발표하기 이전에 정치권, 특히 야당측과 전혀 협의절차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반발이유다. 김병준 내정자 개인적인 캐릭터도 중립적인 정치성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출신인데다, 관리형 스타일이라서 지금같이 국론분열이 극심한 위기국면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김 후보자가 참여정부 후반기인 2006년 8월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낙마한 점과 우병우 전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 회장과 생전에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는 점 등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개각 발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며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라며 "법치와 대한민국 정의를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혼돈의 도가니에 밀어넣은 장본인인 대통령이 최근 한 일은 90초짜리 사과와 정치검찰의 대명사인 최재경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이며, 오늘 한 일은 바로 그 코드에 맞춰 총리를 즉각 임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쇼도 사실은 이런 일을 하려고 짜 맞춘 시나리오 각본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인사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유발시키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책임총리·거국 내각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 마디 상의 없이, 사전 통보도 없이 총리·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황교안 총리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총리 내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그동안 헌정 중단을 우려해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 주장은 물론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오늘 총리 내정으로 인해 모든 게 바뀔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도 "누가 되든지 개각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 국면호도용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각명단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해야 할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총리뿐 아니라 경제부총리까지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은 지난번 거짓 사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하고, 본인의 권한을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 다음에 3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친 뒤 총리를 선임하는 절차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뺨 맞고 화 난 주인에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머슴 대통령은 인사할 때가 아니라 수사을 받을 때”라며 “국정마비를 초래해 국민들이 국민내각을 논의하는 마당에 일방적 내각 발표라니,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여전히 지배 조작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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