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변호사 카드, 한발더 국민에서 멀어진 박 대통령

강민주 기자 승인 의견 1
   
▲ 2012년 총선 때  유영하 후보(왼쪽) 유세 지원에 나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

[스타코멘터리]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대리인으로 유영하(54) 변호사를 선임하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수사라는 백척간두에 선  박 대통령을 방어할 중책을 맡기에는 '급'이 떨어진다는 평이 다수다.

단순히 법조경력 뿐아니라 그의 행적에도 국민 눈높이로 볼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번 검찰 조사의 향배에 따라 박 대통령은 곧바로 하야나 탄핵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고, 퇴임 후 기소될 근거를 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방어는 단순히 법리적인 문제를 넘어 국민 정서, 즉 여론 흐름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데, 비리혐의로 검찰 옷을 벗은 '정치 변호사'가 그 직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조차 또 한번 국민적 신뢰에서 한발 더 멀어져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는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K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아 법무부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유 변호사는 검사직을 사임했다.  

새누리당 군포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지내던 유 변호사는 2009년 '군포 여중생 성폭력 사건' 가해자 무죄 변론을 했다. 당시 피해자를 비난해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유 변호사가 2014년 국회 추천 몫 3인 가운데 새누리당의 지명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을 맡았는데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한 사람이 인권위원으로 가는 게 맞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현 정부에 불리한 인권위 결정을 막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야당은 인권위가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에 '세월호', '통합진보당 해산', '성 소수자 혐오', '카카오톡 사찰' 등 28개 쟁점을 삭제하는 과정에 유 변호사가 깊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탓에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이렇게 문제가 있는 사람들하고만 친하게 지내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들도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청와대 쪽에서 수일 전부터 왕벌(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서초동에 돌았는데, 결국 유 변호사가 낙점 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유 변호사 정치인으로서는 물론이고 변호사로서도 그다지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원래 검사나 판사 등 법조인들을 선호해 주변에 법조인 출신들이 많았는데, 이젠 그들도 대부분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며 " 그렇지 않고선 날고 뛰는 고참 변호사들이 즐비한 데 불미스런 일로 검찰 옷을 벗은 유영하 변호사를 선택했을 리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법률대리인으로 선임은 됐지만 실제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박한 검찰 조사의 시점과 장소 조율, 조사 입회 등이 그의 역할의 전부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2007년 대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 경선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으로 일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비비케이(BBK) 의혹을 파헤치는 등 이명박 후보의 네거티브 검증 작업을 주도했다. 

2010년에도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법률특보를 지냈고, 2012년 대선 때도 역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조직부본부장으로 일했다. 

박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적도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연관돼 있는 사람인 만큼 유영하 변호인의 가장 큰 역할을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박 대통령 옆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일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 총선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지지 영상에서 “유영하 후보는 저와 오랫동안 생각과 뜻을 같이해온 동반자로,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신뢰하는 분”이라며 “유영하 후보는 젊고 능력이 있고, 정의감에 불타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저는 앞으로 이런 분이 우리 정치를 이끌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법리 검토나 심문 대응 방법 등 실질적인 법적 대처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중심을 잡고 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유 변호사는 지난 총선 이전부터 정치를 했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유세현장을 찾아간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허물없이 상의해야하는 만큼 친분이 있는 유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장 조사 받을 때 변호인이 누군가는 옆에 앉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유 변호사는 그 역할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며 "능력적인 부분이야 최고의 국선 변호인이 있지 않는가. 검찰 조사 대응은 최재경 민정수석이 담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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