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구 변호사, 쪼개지는 나라는 어떡하나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 이틀째 극단적 우편향 발언 국론분열만 가속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3
서석구 변호사(왼쪽)가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참석해 변호인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JTBC 방송화면 캡처

서석구 변호사의 극단적 우편향 발언이 연 이틀째 화제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 법률대리인단 중 한명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올해 73세의 고참 변호사다. 본디 판사 출신이다. 집안에 돈이 없어서 중간에 변호사로 개업했다고 한다.  

서석구변호사는 자신이 한때 좌경판사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서 변호사는 부산지법 근무 때 이른바 '부림사건'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이었다. 부림사건은 2013년말 개봉된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서석구 변호사는 당시 부림사건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 변호사가 스스로를 '좌경 판사'였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지금은 당시 부림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자신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서 무언가 동정심이 가서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서운 빨갱이들을 자신이 풀어준 꼴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영향 탓인 지 서석구 변호사는 좌파에 대한 혐오감이 엄청나게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에서 서석구 변호사가 한 발언도 평균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서석구 변호사가 이날 한 말에 따르면 촛불집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고,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크라테스와 예수처럼 군중재판으로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 

검찰과 특검 수사는 야당 물이 든 검사들에 의해 진행된 것이며 이들이 제기한 공소장은 정치검사들의 의견일 뿐이다.

서석구 변호사의 이런 발언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일종의 변론전술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변론전술 차원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 서석구 변호사의 신념이자 진심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6일 아침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서다.

이 방송에서 한 말들을 들어보니,  서석구 변호사가 진짜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 지 헷갈릴 정도다. 극단적인 우편향에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진리처럼 대중에게 주입하려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가득차 있는 듯 하다.

'애국, 애국'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발언으로 나라가 반쪽이 나든 난장판이 되든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인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도 서석구 변호사와 같은 마인드라면 큰 일이다. 

이미 국정공백의 피해증세가 국내외에서 나타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측이 이런 식으로 어거지를 쓰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버틴다면 정말 나라가 어찌될 지 모를 일이다.

 
CBS 인터뷰에서 서석구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인격살인하고 모욕을 주는 괴담과 유언비어가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기본적인 상황인식인 셈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적개심도 확실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에서 아직 대통령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을 처형할 단두대를 설치하고 6.25 전범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 석방을 요구했다. 촛불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다"라고 했다.  

사회자가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는데 그중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라고 반론하자, 서석구 변호사는 정체불명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재 반격했다.  

"100만 광화문 집회할 때 미국 국방부가 인공위성으로 찍어가지고 11만 3374명이라고 공표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100만이라고 뻥튀기를 하느냐"고 강변했다.

미 국방부에서 촛불집회를 인공위성으로 찍었고 그 결과 참여인원이 그 숫자라는 주장의 출처에 대해선 일언번구 없었다. 어디서 확인할 방법도 없다.

반면에 보수단체가 주최한 맞불집회, 이른바 태극기 집회와 관련해서는 서석구 변호사는 "보신각 집회에서 100만 이상의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태극기의 민심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석구 변호사는 "북한의 노동신문에 최순실 사건을 폭로한 ‘남조선 언론’을 갖다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 이거는 도대체 뭡니까"라고 했다.

"한국 언론이 이석기 석방 정치탄압 희생양이라고 하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보도를 한다"는 주장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탄핵 심판의 증거가 된 검찰의 공소장은 검찰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5일 헌재에서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조사도 하지 않고 공범자라고 단정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 변호사는 이 부분에서도 사실관계를 견강부회하며 왜곡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서석구 변호사는 "대통령이 그때 불과 2, 3일 여유를 주고 출석하라고 했기 때문에 2, 3일은 너무 촉박하니까 다음 주에 나가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공범자로 탄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박 대통령이 2,3일이 촉박하다고 해서 한 번 더 연기를 했는데도 박 대통령은 끝내 조사를 거부했다.

서석구 변호사가 이날 한 말 중에 그나마 법률가다운 부분은 박 대통령에게도 '무죄추정의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피의자에게는 무죄추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기원전 2700년 함무라비 법정에서도 인정되고 있는데 대한민국 검찰은 그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석구 변호사가 박 대통령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를 적확하게 지적했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을 뻔했다.

하지만 그가 박 대통령이 무죄추정을 받지 못한다며 거론한 것은 특검법이었다. "종전 특검법은 정당은 후보 추천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여야 합의로 정당에게 추천권을 주고 그것도 야당만 추천권을 주었다. 야당만 추천해 가지고 이렇게 하는 정치 검찰이 세계 어느 민주국가에 있느냐"는 주장이다.

서석구 변호사의 머리 속에는 특검을 야당이 추천했으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어겼고, 따라서 박 대통령은 야당성향 정치검사에 의한 보복성 수사로 무죄추정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다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차 있는 것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최순실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그런 막강한 권력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도 자세히 보면 이것이 최순실 것이 아니고 JTBC 자료모음이라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자주 들락날락했는데 최순실 태블릿 PC라면 거기에 대한 사진이 있어야 되는데 없었다"는 것이 서석구 변호사의 주장 근거였다.

서석구 변호사는 마지막으로"민중총궐기가 주도하는 퇴진집회에 대한민국 운명을 맡기면 이건 예수님이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라는 걸 알아야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서석구 변호사의 이런 생각에 뜻을 같이한다면 탄핵심판의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심각한 분열과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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