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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담 판사. |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될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 사례가 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가장 불리한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라는 점이다.
수사단계에서의 구속도 사실상 처벌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상, 뇌물을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받은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의 종범이라고 할 수 있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이 이미 구속기소된 것도 이들 혐의의 '몸통'격인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에 영향를 줄 수 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하면서 직권남용 등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세세하게 판단한 부분도 영장 발부 여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7일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어 박 전대통령 측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해 혐의 사실에 대해 소명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강부영 판사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측의 기록을 검토해 구속 여부를 가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종전 사례의 비추어 30일 밤이나 31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구속 결정이 영장실질심사 시작부터 19시간이 지난 뒤 나왔다.
당시 한정석 판사는 2월 16일 오전 10시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30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 13개나 되는 만큼 영장실질심사에 참가한다면 이재용 부회장 건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검토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법원 주변의 전망이다.
하지만 순전히 법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 건에 비해 되레 단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뇌물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등인데, 핵심 사안은 뇌물죄라고 할 수 있다.
강부영 판사 입장에서는 뇌물죄와 관련해 전임자인 한정석 판사가 내린 판단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판사 개인의 입장을 떠나 법원 결정의 일관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법원의 전임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마당에 이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과 관련해서도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이 구속된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범 관련성을 부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은 재판과정에서 일련의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로부터 지시나 포괄적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고 진술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강부영 판사 입장에서는 범죄혐의 소명 여부 보다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 라는 구속영장 발부의 직접적인 사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측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주거가 확실한 만큼 도주우려가 없고, 관련 수사도 거의 이루어진 상태여서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점이 구속여부 결정에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게 1억원 이상 수뢰죄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은 10년이상 징역, 최고 무기징역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대면조사에서도 수뢰죄를 비롯한 각종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범죄혐의가 소명됐는데도 피의자가 이를 부인할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중범죄의 경우 혐의가 소명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법원 입장에서 보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안팎에 존재할 수 있는 증거를 없애거나 관련 인사들과 입을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탓에 법원 주변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하는 것 보다 기각할 때 논리 구성이 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부영 판사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부산과 창원, 인천지법을 거쳤다.
창원지법에 근무할 때 공보 업무를 맡아 언론과 직접 접촉한 경험이 있다.
강부영 판사는 최근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시인 배용제(54)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 등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31)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두 번째 여성에 대한 사건에서는 “현재까지 수사된 상황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상당히 낮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부영 판사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를 맡은 것은 박 전 대통령 건이 처음이다.
강 판사는 지난달 오민석(48·26기) 부장판사, 권순호(47·26기) 부장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로 부임했다.
오민석 부장판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권순호 부장판사는 이영선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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