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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제공> |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변호사가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 말미에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과 설전을 벌인 것은 결코 우발적으로 벌어진 소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김평우 변호사의 생각은 확고하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반 법치주의적 폭거'라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김평우 변호사는 자신의 탄핵반대 관련 일을 '독립운동 한다'고 생각하며 한다고 밝혔다.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에게 서류를 든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라고 따졌다.
김평우 변호사가 이정미 대행의 법조계 선배라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다. 법조계 원로가 최고 사법기관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에 부여해야 할 최소한의 권위마저 걷어차 버린 셈이다.
하지만 김평우 변호사는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최근에 쓴 '탄핵을 탄핵한다'는 제목의 저서를 보면 김평우 변호사 이날 헌재에서 왜 그런 돌발행동을 했는 지 속내을 짐작할 수 있다.
김평우 변호사가 쓴 '탄핵을 탄핵한다'는 같은 대리인단 소속인 서석구 변호사가 최근 헌재 변론장에 들고나와 정치적 퍼포먼스 수단으로 활용한 책이기도 하다.
김평우 변호사가 쓴 이책의 부제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임기말 단임제 대통령 쫓아내기가 부끄럽지 않나"이다.
책 제목과 부제에서 짐작할 있듯이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자체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김평우 변호사는 "침묵하면 안 된다 싶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글을 썼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고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을 탄핵한다' 서문에서 "친구 하나 잘못 두신 죄로 그 깨끗한 이름을 잃으시고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의연하게 대통령의 품위를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고 밝혔다.
현 시국을 중국의 문화혁명 시절에 빗대기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최순실 사건이 터지며 우리나라의 정치, 언론, 법조, 국민이 모두 법치주의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마구 치달려 나가는 것을 보고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문화혁명때와 같은 혼란의 10년을 겪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각시키기 위해 '모두 일어나' 헌법재판소는 물론이고 국회와 언론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회의 탄핵이 법치주의에 전혀 맞지 않는 違法(위법), 違憲(위헌)의 탄핵임을 깨닫고 모두 일어나 헌법재판소에, 국회에, 언론에 강력히 항의하여 탄핵을 기각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초 약속한 대로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너진 法治(법치)질서, 헌법질서를 회복시켜 정상적인 국가, 법치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추운 겨울날에 나라를 위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가 탄핵반대를 외치는 국민 여러분들께도 건강과 神(신)의 가호를 빈다"며 이른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치겨세우기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내가 이럴 때 침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언론도 나의 글을 실어주지 않았다. 다행히, 조갑제닷컴에서 글을 실어주기 시작하여 나는 마치 우리 선조들이 日帝(일제) 때 독립운동한 심정으로 매일같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한편,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헌재 변론 막바지에 "(구두) 변론을 준비했다"며 일어났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여러 차례 "어떤 내용에 대해 말할 게 있느냐"면서 발언의 취지를 물었다. 이에 김평우 변호사는 "당뇨가 있다,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을 줄 수 있느냐"라고 동문서답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양쪽 대리인들이 발언의 취지를 언급한 뒤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발언한다는 이번 탄핵 심판의 원칙에 따라, 변론의 취지를 말하지 않는 김평우 변호사의 발언을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김평우 변호사는 변론의 취지를 말하지 않고 "점심을 못 먹더라도 꼭 (구두 변론을) 해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한숨을 쉬며 "재판 진행은 저희(재판부)가 하는 거다"라고 말했지만, 김평우 변호사는 막무가내로 "12시에 변론을 꼭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느냐.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계속 일어선 채 항의하자 이정미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부는 그대로 퇴정해버렸다.
김평우 변호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사법시험 합격해 판사 생활을 하다 1980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해방후 우익 민족문학론 진영의 대표적 논객이었던 고 김동리 시인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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