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변호사발 쇼크, 정국은 더 험해지게 됐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사진=포커스뉴스>

[스타코멘터리]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15일 한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박 대통령 입장은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였다.

모든 일은 '선의'로 한 것이고, 따라서 조사를 왜 받아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더구나 퇴진이나 하야 운운하는 것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유 변호사는 이날 장문의 입장발표문을 읽으면서 변호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사 전달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유 변호사는 " 현재 박근혜 대통령 심정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린다"며 몇 문장을 낭독했는데, 여기서 박 대통령의 현재 심리상태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개인적 부덕의 소치로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엄청난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이에 대한 국민 질책과 분노에 대해 본인 통감하시고 모든 비난과 질책을 묵묵히 받아들여왔다"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 일어나 매우 가슴 아파하고 계시다"고 했다. 

요약하면, 이번 일련의 사태는 어디까지나 '주변 사람'이 저지른 일이고, 모든 일은 '선의'로 추진된 일이다 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무슨 법적인 책임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선언한 셈이다.

1,2차 대국민담화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100만 군중의 "퇴진" 함성은 무의미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유영하 변호사가 입장발표문을 낭독하기 몇 시간 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무조건적인 퇴진 선언을 할 때 까지 전면전인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 했지만, 이 역시 깨끗하게 무시된 셈이다.

청와대측은 대면조사도 사실상 거부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정해진 답안지 쓰는 것 이외에는 더이상 협조할 수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도 했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무슨 의미 인 지 더이상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최태민까지 조사가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일견 해석된다.

최태민 자체는 물론 직접적인 수사대상은 아니겠지만, '최순실 미스터리'를 풀려면 필연적으로 확인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는 최태민 환생을 위한 '인신공양 굿판 설' 까지 제기된 상태다. 최순실 일가의 수천억대 재산도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 봐야 한다. 

'사생활' 운운이 이런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최순실은 이번 수사에서도 성역으로 남기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유 변호사가 말한 대통령의 현재 심경 중 '선의로 한 일'이라는 표현도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을 의식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고모부 김종필 전 총리가 14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청와대에서 자기발로 내려올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다는 게 다시한번 확인됐다. 

퇴진은 커녕 수사를 왜 받아야 하는 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정국은 더욱 험해지게 됐다.

<유영하 변호사 입장발표문 전문>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다. 본 사안은 제기된 의혹이 매우 방대하며 수사결과 및 내용이 국정에 큰 영향 미칠수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 검찰수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한창 진행중에 있고 매일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임으로 변호인으로서는 기본적인 의혹사항을 정리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등 변론준비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저로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서 대통령 관련 의혹 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으며 이런 변호인 뜻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 

향후 검찰과 조사일정 및 방법을 성실히 협의하겠으며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사일정이 조정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변호인 입장을 밝힌다. 

먼저 검찰조사 문제에 대한 변호인의 입장이다. 아시다시피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즉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는 대통령에게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기 위해 검찰수사와 필요하면 특검에까지 적극 협조하겠으며 필요하면 조사까지 받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힌 바 있다. 대통령께서는 비서실과 경호실에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다수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청와대에 대한 이틀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됐다. 

조사시기에 대해 말씀드린다. 하지만 현재 검찰 수사상황을 보면 가장 먼저 구속된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만 거의 완료돼 이번 주말 기소를 앞두고 있을 뿐 대통령과 관련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씨 등은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 진행 중에 있다. 대통령 관련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어제 조 전 수석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으로 이제 막 수사 시작된 상태이고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어제 소환조사 진행됐을 뿐이다. 

조사방법에 대해 말씀드린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죄 이외에 소추를 받지 않도록 불소추 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와 재판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에 국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 헌법상의 보호장치인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외환죄가 아닌한 조사가 부적절하고 본인의 동의하에 조사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최소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의혹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정수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제 여야합의로 특검법이 합의됐고 특검에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한 기정사실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검찰과 조사에 대해서 좀더 숙고하고 깊이있는 협의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 심정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린다.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개인적 부덕의 소치로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엄청난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이에 대한 국민 질책과 분노에 대해 본인 통감하시고 모든 비난과 질책을 묵묵히 받아들여왔다.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 일어나 매우 가슴 아파하고 계시다. 온갖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매도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하셨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한 변호인 입장 말씀 드렸다. 제가 어제 변호인 선임돼 지금까지 사건파악을 하는데 있어서 물리적 한계 있었다. 추후 다른 자리 빌려서 별도로 말씀 드릴 기회 갖겠다. 최순실씨 사건으로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거나 실망된 데 대해 변호인 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끝으로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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