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물꼬를 텄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코멘터리] 끝이 안보이던 최순실 게이트 막장 드라마가 졸지에 조기 종영될 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후 보루 중 결정적인 성곽 하나가 무너졌다.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갑작스런 사표는 예삿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형사입건된 피의자 신세인데,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한달도 안돼 사표를 던졌다. 그것도 법무부 장관과 세트로. 검찰총장도 이미 벌써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박 대통령과 '피의자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유영하 변호사 밖에 없다. 물론, 아직도 힘을 쓰고 있을 비선라인을 제외하면.   

최재경 수석의 사임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던 시각,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핵심 부서인 창성동 별관 특별감찰반 사무실에는 특수본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법상 청와대측이 사유서한장만 써서 내면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끈 적이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안종범 때도 막으려고 기를 쓰던 청와대가, 그것도 '수사협조 거부'까지 선언한 마당에, 왜 우병우가 걸린 특별감찰반의 압수수색에 순순히 응했을까?

답은 이날 밤 늦게 나왔다. 채널A에 따르면 최재경 수석은 사표를 쓴 이유와 관련해  "지금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최재경 수석이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은 10월 30일이고, 그로부터 나흘 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의 이 선언에는 민정 수석의 의사도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약속을 뒤집어 버렸다. 검찰이 거짓을 꾸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순실 공소장에 나온 내용은 죄다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검사' 최재경 입장에서는 주군으로부터 배신당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민정수석실에 계속 앉아 있으려면, 수사팀에게 "거짓 수사하지 마라"고 대통령과 함께 억지를 부려야 하는, 낯뜨거운 선배검사가 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재경 수석의 "내 가치관"은 결국 '검사스러움' 그 자체였던 것이고, 특별감찰반실 압수수색도 그래서 무사통과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인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던 민정수석을 칭찬하는 희한한 일도 보게됐다.

심상정 대표는 최 수석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사표에 대해 "법을 다루는 공직자의 마땅한 처신이다"고 치켜세웠다."박근혜 정권 붕괴의 물꼬가 터졌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막장 드라마가 조기 종영 되기 전에 주인공들의 주요 발언을 되집어 봤다.


◆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  "저 역시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 11월20일 오전  검찰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 "대통령도 공모관계"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하여,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습니다. 특별수사본부는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  11월20일 오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 

수사팀의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의 수사까지도 아무 조건 없이 수용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의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11월20일 오후 유영하 변호사 "검찰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 

 검찰이 대통령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 사실관계와 법 적용을 멋대로 확정하고,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공범’처럼 기재한 것은 , 기소되지 않았기에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대통령의 헌법적 특수성을 악용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움. 

이미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고 그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음. 
변호인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음 .

검찰의 최순실 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기재된 대통령의 관여 여부나 ‘공모’ 기재는 대통령에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대통령을 조사하기 않은 채 작성된 것이어서 사법기관의 최종 판단 없이는 법률상 무의미한 것임 . 


◆  11월23일 최재경 민정수석 "내 가치관에 맞지 않다"

 그만두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내 동료, 후배 검사가 수사한 내용을 부정할 수 없다. 평생 검사로 살고 싶은데 지금은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출처= 채널A) 

지난 21일 밤 법무부장관의 사의가 전달돼 고민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이 사정을 총괄하면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해야 하는데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자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게 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검사하면서 그렇게 배워 왔다.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당초 관직에 대한 욕심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어려울 때 국가가 호출하면 부름에 응답하는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출처=머니투데이) 


◆  11월23일 오후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권붕괴의 물꼬가 터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피의자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거부하고, 청와대를 범죄은폐와 법적방어에 동원하는 참담한 상황에서 법을 다루는 공직자의 마땅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청와대 정무직과 나머지 장관들도 사의를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 붕괴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빠르면 다음 주 대통령은 탄핵소추 될 것입니다. 국민이 최후통첩한 26일 다가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합니다. 더 이상 피의자 대통령 뒤치다꺼리에 국가기관을 동원하지 말고, 공무원들에게 위법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하야의사와 과도내각구성 등 ‘질서 있는 퇴진’에 협력하겠다는 민심수용 선언을 하십시오. 청와대에서 버틴다고 감옥 안 갈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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