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이재용 김승연에 돌직구

주진형 "삼성물산 합병 찬성하라고 삼성 종용받고 한화그룹이 압박 가했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6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참고인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다.

주진형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중이었다.

당시 국내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는 리포트를 내놓았는데, 대형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한화증권만 반대의견을 견지했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일방적을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증권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자, 주진형 전 대표에게는 그룹 내·외부에서 상당한 압박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 주진형 전 대표가 참고인으로 불려나온 것도 이와 관련해서다.
 
주진형 전 대표이사는 청문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압박을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 “우리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진데 대해) 기가 막히고 창피스런 일이다”는 소회도 털어놨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물산 합병 반대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압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주진형 전 대표는 “한화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으로부터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답했다. 

압력의 근원이 삼성그룹이었다는 발언도 했다.

주진형 전 대표는 “금 실장이 삼성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으로부터 한화증권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 달라고 종용하고 있으니 협조해 달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나를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주 전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물산 합병 문제와 관련해 압력전화를 받은 적 있냐"고 묻자 “네, 있다”고 즉답했다. 

박 의원이 “삼성 측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학 주식 투자 운영자금을 페이버(혜택)로 주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냐”고 묻자 주진형 전 대표는 “페이버를 준 것보다는 (삼성 측에서) ‘안 하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주진형 전 대표는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있을 때 개혁적 행보를 보이면서 '증권업계의 돈키호테'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한화증권 퇴직 후 지난 4.13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캠프에 들어가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 때 민주당에 입당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주진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같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 자연스런 자본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재용 3세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이 밀어붙힌 것이라는 주요한 반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형 전 대표는 이 문제로 인해 한화그룹과도 불편한 관계를 겪었다.

주 전 대표가 “우리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다”고 한 것은  삼성뿐아니라 한화그룹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주 전 대표는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긴 지난해 9월 연임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주 전 대표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해  한화그룹측이 삼성을 의식해 조기 경질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한화그룹은 주 전 대표의 잔여 임기를 보장하되 연임만 시키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주 전 대표도 청문회에서 이같은 경위를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주진형 전 대표 바로 앞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증인으로 불려나와 앉아 있었다.

주진형 전 대표가 한화그룹을 사실상 비판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김승연 회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주진형 전 대표는 한화뿐아니라 삼성과도 인연이 깊다.

사회생활 초년병 시절을 삼성그룹에서 했다. 삼성전자 차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차장, 삼성증권 상무 등을 지냈다.

사진=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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