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는 최순실을 정말 몰랐을까

우병우, 청문회 파상공세에도 "나도, 장모도 최순실 모른다" 초지일관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아들이 어느 유치원 다녔어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리 애들요? 

안민석 : 네. 초이유치원 다녔죠? 

우병우 : 아람유치원 다녔습니다.

안민석 : …….

# 최순실 유치원


 
22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5차 청문회.

'안 탐정'으로 통하는 안민석 의원조차 '헛물'만 켰다.

안민석 의원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아들이 다닌 유치원을 물은 것은 네티즌수사대의 제보 때문이었다.

제보자는 이번에도 지난 7일 2차 청문회 때 '꼿꼿' 김기춘에게 굴욕을 안긴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주갤) 멤버로 추정된다.

주갤러의 제보 내용은 김기춘 때와 마찬가지로 우병우와 최순실의 관계와 관련된 것이었다.

주식갤러리에는 이날 오전 부터 우병우의 아들이 최순실이 운영하던 유치원에 다녔으며, 우병우는 이때부터 최순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글과 관련 사진이 게시됐다.

사진은 16년전인 2000년 2월 최순실이 운영하던 초이유치원와 관련된 것이었다.

최순실이 초이유치원 졸업생들과 같이 찍은 기념사진과 최순실로 보이는 인물의 증명사진 등이었다.

안민석 의원은 이를 근거로 우병우 전 수석이 최순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추궁하기 위해 "아들이 초이 유치원 다녔죠?"라고 물은 것이다.

만약 우병우가 여기서 "예"라고 답했다면 상황은 급변할 뻔 했다.

하지만 우병우 전 수석이 "아람유치원 다녔습니다"라고 딴말을 하는 바람에 안 의원의 시나리오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병우는 정말 최순실을 몰랐고, 그래서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몰랐을까?

국조특위 위원들은 청문회 내내 우병우 전 수석에게 이를 묻고 또 캐물었지만 그의 답변은 초지일관이었다.

자신도 모르고, 장모 김장자도 최순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일단 저는 최순실씨를 모른다"며 "장모께도 여쭤봤지만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 기흥골프장 직원 녹취록

'우병우-최순실 미스터리' 를 밝히기 위한 공세는 다각도로 진행됐다.

우선 최순실이 우병우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운영하는 기흥CC 골프장 종업원 세 사람의 음성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한 사람은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준 거? 최순실이 옴과 동시에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갔다. 김장자 회장이 그랬어, 최순실이 '난 여기 기흥만 오면 소풍 오는 기분'이라고,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종업원은 "최순실은 '이영희'로 왔거든. 컴퓨터에 입력 전에 다른 이름을 넣으니까 최순실 이름이 이영희로 들어간다. 우병우는 최순실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라고 했다. 

최순실이 우병우를 민정비서관이 될 수 있게 했고 그런 등의 영향으로 최순실과 우병우가 '상하관계'였다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다. 

김경진 의원은 "최순실은 기흥CC에 평균 2주에 한 번 꼴로 방문했고, 김장자 회장은 최순실만 오면 버선발로 뛰어가 즐겁게 맞았다. 그런 인연으로 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으로 추천됐다"며 "결국은 우 전 수석과 최순실, 문고리 3인방 등 이런 사람들이 다 한 패거리를 이뤘고, 이번 최순실 사태, 국정농단의 주범이라고 추정되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흔들릴 우병우가 아니었다.

그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음성이 변조돼 있고, 무슨 2주에 한 번 와서 버선발로 맞았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자신이 민정비서관으로 간 것 자체가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고 되레 반격을 가했다.

"인사 청탁으로 인한 발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된다. 제 전임 민정비서관은 검찰 4년 후배다. 4년 후배가 1년 이상 근무한 자리에 가는 게, 그게 무슨 영전이겠느냐. 저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제안해 워낙 어려운 제안이라 승낙은 했지만  4년, 5년 뒤에 후배 뒷자리로 가는게 맞느냐, 동기들이 검사장 된지 1년 반이 됐는데 1급비서관으로 가는 게 맞느냐를 놓고 사실 나름대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것이다. 

#노승일의 작심발언 "김기동 검사"

불똥은 김기동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에게로 튀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만들어진 사실상의 '미니 중수부' 조직이다.

시작은 "우병우 증인께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한다. 혹시 K스포츠 일하면서 우병우 증인이 정말 최순실을 모를까요?"라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이었다. 

이에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진실은 국민이 안다고 생각한다"고 다소 의외의 답을 했다.

손혜원 의원이 "아는 것 있으시면 얘기 좀 해 보시죠. 차은택도 모르신답니다"라고 하자, 노승일 부장은 "너무 파장이 클 것 같아서"라고 했다. 

노승일 부장은 결국 "저도 들은 내용이다. 들은 내용 그대로 말씀드리겠다. 차은택의 법조 조력자가 김기동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 김기동을 누가 소개시켜줬느냐, 우병우 수석이 소개시켜줬다고 그렇게 저는 들었다"고 폭로성 발언을 했다. 

차은택은 최순실의 최측근이고 그 차은택이 우병우을 잘 안다는 것은 우병우가 최순실도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우병우 전 수석은 이번에도 "김기동을 차은택에게 소개시켜준 적이 없다"고 한칼에 자르고 넘어갔다.

손혜원 의원은 우병우가 최순실을 몰랐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했다.

"왜냐하면 최순실을 안다라고 하는 순간에 너무나 큰 파장이 벌어지거든요. 너무나 많은 질의가 쏟아지고 너무나 많은 사건이 나오기 때문에 이까짓 위증 아무것도 아니야, 위증 정도는 넘어갈 수 있으니까 우리는 무조건 최순실을 몰라"라고 우병우와 김기춘이 뜻을 맞췄다는 것이다. 

# 정윤회 문건, 권력서열 1위 최순실

우병우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민정비서관이었다. 직책이 그런 만큼 우병우 전 수석은 이 사건을 '문건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경위'에 수사 초점이 맞춰지도록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 나라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 2위가 정윤회 이런 내용이 (정윤회 문건에) 들어가 있는데  문건에서 최순실을 봤냐”고 물었다. 

우병우 전 수석은 이것도 부인했다.  “정윤회 관련 문건이라 기억이 안난다. 그것(권력서열 언급)은 부수적인 것이고 제일 핵심적인 것은 정윤회가 식당에서 모여서 (비선 모임을) 한다는 건데, 검찰 수사 결과 허위 문건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게 허위면 나머지 부분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응수했다. 

황 의원이 “제대로 된 민정비서관이라면 대통령보다 높은 서열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엄중하게 파악하고 바로잡았어야 될 것 아니냐”면서 “우병우 증인이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된건데 반성할 생각을 안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병우 증인이 권력서열 1위은 최순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병우 전 수석은 “저뿐만 아니라 검찰, 언론 모두 그 당시엔 그 부분에 주목을 안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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